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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부지런한 일상이 만들어내는 에너지소비의 단상

에너지 과소비 부르는 바쁜 일상

기후변화란 원치않는 결과 이어져

문닫고 냉방·실내 적정온도 유지 등

작지만 확실한 절약 실천에 동참을

김소영 성대골사람들 대표

김소영 성대골사람들 대표




지난 6월 어느 늦은 오후 영국 런던에서 지하철을 타고 히스로공항으로 바삐 이동하고 있었다. 런던 출장을 마치고 공항으로 향하는 길이었다. 지하철은 좁고 사람들로 꽉 찼다. 한국보다 빠른 런던의 퇴근 시간과 겹치게 된 것이다. 날이 더워 지하철 안의 사람들은 땀을 흘렸고 들고 있는 물건으로 부채질하는 이들도 보였다. 짐과 사람들 사이에 껴 있던 나도 등에서 땀이 흘렀다. 그런데 누구 하나 냉방을 하지 않는 지하철에 불만을 토로하는 사람이 없었다. 열린 창문 틈으로 바람이 들어와 차츰 더운 열기는 식어 갔고 함께 더위를 견딘 주위 사람들이 친근하고 고맙게 다가왔다.

8월 대전에서 온 조카들과 서울 명동에 갔다. 39도를 웃도는 한낮의 폭염으로 저녁에도 36도가 넘었지만 서울 구경을 시켜주기 위해 밤마실을 나선 것이다. 명동 거리는 한증막처럼 뜨거운 기운을 내뿜고 있었고 거리 중앙의 먹거리 부스들이 열기를 더했다. 거리는 외국 관광객들로 붐볐고 그 틈을 가르며 구경에 나섰다. 그런데 잠시 후 찬바람이 몸 한쪽으로 계속 느껴졌다. 문을 열고 냉방을 하는 상가에서 차가운 공기가 거리로 쏟아지고 있었다. 음식을 사 든 외국인들이 열린 상가 문 쪽으로 이동해 시원한 공기 속에서 음식을 먹는 풍경도 볼 수 있었다. 기록적인 더위에 냉방으로 거리의 열기를 식히고 있다니…. 물론 손님들이 편안하게 들어오도록 영업 차원에서 문을 열었을 것이고 덕분에 시원한 관광객도 있었을 것이다.

30도를 넘어가는 날씨에 런던지하철의 뜨거웠던 풍경과 명동 거리의 상가에서 뿜어져 나오던 냉기, 이런 차이가 나타나는 데는 여러 가지 원인과 이유가 있을 것이다. 그중 가장 뚜렷한 원인은 전기요금일 것이다. 두 사회가 느끼는 전기요금의 체감온도가 각각의 문화를 만드는 데 크게 기여했을 것은 분명하다. 더욱이 올해 갑작스럽게 경험하고 있는 이상고온 현상으로 에너지 절감과 기후변화 대책 마련을 위해 더욱 깊이 고민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서울 동작구 성대골에는 70여년 된 전통시장이 있다. 최근에는 기존의 전통 상권에 엔터테인먼트 요소가 결합한 새로운 업종이 들어서면서 젠트리피케이션을 경험하고 있다. 여름철 에너지 절약을 위해 상점들을 대상으로 문을 닫고 냉방 영업하는 ‘에너지절약 착한가게 캠페인’이 꾸준하게 진행되고 있다. 아직 문을 열고 냉방 영업을 하는 곳은 발견하지 못했다. 그러나 전통시장의 특성상 오픈형 가게들도 있어 외벽이나 출입문이 없는 곳들은 어떻게 홍보해야 할지 난감할 때도 있다.

8년째 에너지절약 활동을 이어온 성대골에서 여름이면 사용하는 단어가 ‘쿨 셰어링’이다. 시원한 장소에 모여 더위를 피하는 방법을 말한다. 7월 말에는 더위를 이기기 위해 동네 꼬마들이 모여 물총축제도 열었다. 올여름처럼 살인적인 폭염에 “에어컨을 켜야 해요, 참아야 해요” “몇 도까지 참다가 에어컨을 켜야 에너지시민일까요” “미니 태양광을 설치하면 에어컨을 마음 놓고 사용해도 돼요”라는 질문에 ‘공동체’가 방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콘크리트 건물, 아스팔트 도로, 노후화해가는 회색도시의 상황은 기후변화 대응에 큰 방해 요인이다. 더위를 피해 보호받아야 할 집은 24시간 열기를 뿜고 바람길을 만들지 못한 도시는 열돔 현상으로 열기도 미세먼지도 정체시키는 상황을 만들고 있다. 성실하고 부지런한 우리의 바쁜 일상이 에너지 다소비로 이어지고 이는 기후변화라는 원치 않은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 이제는 우리의 성실함과 부지런함으로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현명한 에너지 소비 노력을 기울여야 할 때다. 상가의 문을 닫고 하는 냉방 영업, 가정에서의 실내 적정온도 유지 및 대기전력 차단 등 사소하지만 확실한 에너지 절약 실천에 동참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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