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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주담대·기업대출 제한...'반쪽 인터넷銀' 되나

당정 "재벌 사금고화 우려" 부칙에 삽입 논의

중소기업 대출은 허용 검토





인터넷전문은행의 은산분리 규제완화를 추진 중인 정부 여당이 주택담보대출과 기업대출을 인터넷은행 업무범위에서 제외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인터넷은행이 재벌의 사금고가 되거나 기업 부실이 금융권에 전이될 수 있다는 우려를 불식하려는 조치로 풀이된다. 하지만 기업대출과 주택담보대출을 제한할 경우 인터넷은행 업계가 크게 반발할 것으로 예상된다. 규제 완화로 날개를 달기는커녕 되려 반쪽짜리 은행으로 전락할 것이라는 점에서다.

21일 여권에 따르면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이학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최근 금융위원회와 이러한 내용을 인터넷전문은행 특례법에 부칙으로 넣는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확인됐다. 전반기 국회 정무위 여당 간사를 맡았던 이 의원은 그동안 인터넷은행의 은산분리 규제 완화에 반대해왔다. 여당 내 대표적 은산분리 반대론자인 이 의원이 문재인 정부에서 추진하는 인터넷전문은행 특례법 처리에 동의해주는 대신 주담대와 기업대출 제한 등을 조건을 내건 셈이다.

주무부처인 금융위는 인터넷전문은행 특례법 통과가 시급한 만큼 이 의원이 내건 부칙 삽입 제안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여당 내 일부 반대파와 정의당이 인터넷은행 은산분리 규제 완화에 반대하는 상황에서 이 같은 조건을 수용할 경우 법안 처리가 한층 수월해질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다만 금융위 고위관계자는 “다가올 정무위 법안소위에서 세부 내용을 좀 더 구체적으로 논의할 것”이라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업무 범위에 또 다른 족쇄가 채워진다는 점에서 인터넷은행 업계의 거센 반발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그동안 금융노조와 시민단체들은 각기 다른 이유로 인터넷은행의 업무영역 확대를 경계해왔다. 금융노조는 인터넷은행의 업무영역이 확대될 경우 기존 시중은행에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우려를 나타냈고 시민단체는 인터넷은행이 기업대출 시장에 뛰어들면 기업 부실이 전이되거나 재벌의 사금고로 악용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해왔다. 물론 인터넷은행의 업무범위는 현행 은행법에 근거해 일반 시중은행과 차이가 없는 게 사실이다. 그러나 모든 업무과정이 비대면으로 진행되는 인터넷은행업의 특성상 아직 주담대와 기업대출까지 영역을 확장하지 못하고 있다. 정무위 관계자는 “금융위는 기술 발전에 따라 비대면 심사가 가능해지면 개인사업자나 중소기업에 한해 대출업무를 열어주는 게 좋다는 입장”이라면서도 “그러나 인터넷은행의 업무범위를 제한함으로써 반대 의원들을 설득하고 산업자본의 지분보유 상향한도를 풀 수 있을 것이라는 전략적 판단이 작용한 것 같다”고 전했다.



이 과정에서 1인 기업이나 중소기업에 한해 기업대출을 풀어주는 절충안도 거론된 것으로 확인됐다. 정무위 핵심관계자는 “일단 법안 통과 가능성이 높을 경우 부칙을 넣고 나중에 비대면 대출 관행이 정착되면 다시 개정하는 방안도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부칙에 넣거나 본문 중에 보칙을 삽임해 업무 영역을 제한하면 된다”면서 “여야 합의만 이뤄지면 문구를 만드는 실무작업은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비대면 기업대출이 힘든 인터넷은행업의 특성상 업계에 미칠 타격이 당장은 크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정부 여당은 지지층과 당내 반발을 의식해 부칙 삽입을 포함한 다양한 제도적 보완장치를 모색하고 있다. 홍영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21일 원내대책회의에서 “은산분리 원칙을 훼손한다는 우려가 많은데 은산분리를 허물지 않기 위해 특례법을 제정하자는 것이고 안전장치도 마련할 것”이라며 “당내 의견을 반영해 제도적 장치를 보완하겠다”고 말했다.

일부에서는 정보통신기술(ICT) 업체 기반의 인터넷은행을 키워 기존 금융권을 자극하는 ‘메기’로 키우려 했지만 20년간 유령처럼 떠돌던 ‘대기업 사금고’ 프레임에 갇혀 결국 완전한 규제혁신에는 실패해 반쪽에 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비대면이 강한 인터넷은행에 주담대와 기업대출까지 확대하면 기존 은행권의 반발이 예상되는 만큼 인터넷은행에 또 다른 족쇄를 채워 금융당국이 규제를 푸는 척하지만 다시 규제를 덧씌우는 꼴이 됐다는 비판도 나온다. 인터넷전문은행 관계자는 “시중은행들이 이미 비대면 채널을 확대하는 상황에서 주담대와 기업대출을 제외하면 인터넷은행이 시중은행과 경쟁하며 자극할 수단이 없어진다”며 “인터넷은행에 시중은행이 갖고 있던 콩고물 일부를 던져주고 ‘살 테면 그 안에서 살아보라’고 방치하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입으로는 혁신을 얘기하지만 내용은 혁신과 전혀 무관한 방향으로 특례법 제정이 이뤄지고 있다는 것이다.

/하정연·손구민기자 ellenah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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