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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쉼]2시간만에 만나는 유럽…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시베리아철도 시발점이자 종착점

 해지는 루스키대교는 한폭의 그림

 '신한촌'엔 항일 독립운동 흔적도

  한국보다 저렴하게 킹크랩 식도락

 각양각색 보드카도 빼먹지 말아야

독수리전망대에서 내려다 본 블라디보스토크 전경. 세상에서 가장 긴 사장교 ‘루스키 대교’가 한눈에 보인다.




블라디보스토크에서 가장 큰 ‘그리스정교회’ 포크롭스키 성당.


잠수함 박물관 뒤에 있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희생된 무명용사를 추모하기 위해 만들어진 ‘영원의불’.


국외 항일독립운동의 근거지로 활약했던 한인집단 거주지 신한촌에 한국인 관광객들이 방문하고 있다.


블라디보스토크 대표적인 명소 혁명광장.


블라디보스토크의 대표적인 먹거리 킹크랩.


혁명광장 앞 재래시장에서는 과일·천연꿀·잣 등 각종 다양한 식료품을 저렴하게 살 수 있다.


블라디보스토크의 드러그스토어 ‘츄다데이’에 천연화장품 ‘할머니 레시피’ 제품들이 진열돼 있다.


올여름 넘쳐나는 여행객들의 발길로 가장 분주한 여행지 중 하나가 바로 러시아의 블라디보스토크다. ‘짠내투어’ ‘배틀트립’ 등 최근 여러 방송 프로그램에 소개되면서 먹거리, 추억, ‘가성비 갑’ 여행지로 주목받고 있다.

블라디보스토크를 가장 여행하기 좋은 시즌은 바로 지금이다. 추운 나라로 알려진 러시아인 만큼 한여름인 7~8월에도 평균 15~25도 정도의 온화하면서 서늘한 날씨를 갖고 있어서다. 사상 유례없는 폭염이 계속되자 여름에도 선선한 날씨를 지닌 블라디보스토크는 올여름 가장 매력적인 휴양지로 꼽힌다. 러시아 동쪽 끝에 있어 우리나라에서 비행기로 2시간 반이면 갈 수 있는 ‘가장 가까운 유럽’이라는 점 또한 한국 여행객들의 발길을 분주하게 만든다.

◇근현대 역사·문화의 산실에서 동북아시대 주역으로=러시아어로 ‘블라디(vladi, 정복하다)와 보스토크(vostok, 동쪽)’의 합성어인 블라디보스토크는 ‘동방을 정복한다’는 뜻이다. 원래는 중국 땅이었으나 러시아·중국의 영토분쟁 이후 1860년 러시아 영토로 편입됐다. 이후 동해 연안의 최대 항구도시이자 과거 소련 극동함대의 근거지로 쓰였다. 모스크바까지의 거리가 9,288㎞인 블라디보스토크는 시베리아 철도의 시발점이자 종착점이다. 남북 평화 모드 및 중국과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해빙을 계기로 발전 가능성이 높아 한국 기업에는 기회의 땅으로 불린다.



◇인증샷이 잘 나오는 명소=신인협 롯데호텔 블라디보스토크 총지배인은 “아시아의 유럽으로 아기자기한 건축물들과 관광지가 사진에서 더욱 도드라진다”며 “어디에서 찍어도 사진이 잘 나와 젊은 층이 더욱 선호하는 것 같다”고 귀띔했다.

가장 먼저 들른 곳은 이 도시에서 가장 높은 해발고도 약 240m의 ‘푸니쿨료르’다. 실제로 독수리가 살았다고도 하고 멀리서 보면 독수리 둥지처럼 보여 애칭 ‘독수리 둥지’로 불린다. 케이블카를 타고 2분가량 올라가면 전망대에 도착하하는데 얼핏 샌프란시스코의 ‘금문교’를 연상케 하는 세계에서 가장 긴 사장교라는 ‘루스키대교(1,104m)’가 그림엽서와 같은 장관을 이루는 가운데 도시와 항구가 한눈에 들어온다. 블라디보스토크 가이드 전문 정가희씨는 “루스키대교는 2,000루블 신권에도 등장할 정도로 푸틴이 5조원을 쏟아부어 만들었다”며 “해가 질 때 그림 같은 풍광이 연출돼 저녁 식사 전을 강력 추천한다”고 말했다.

1917~1922년 구소련 정권 수립을 위해 싸운 병사를 기념하는 동상이 있는 혁명광장도 대표적인 명소다. 스베틀란스카야 대로 중심에 위치해 있는데 왼쪽으로는 ‘벨르이돔’이라고 불리는 연해주 지방 주정부 종합청사가 보인다.

블라디보스토크에도 개선문이 있는데 러시아 마지막 황제 니콜라이 2세를 기념하기 위해 1891년 건립됐다. 니콜라이는 오랜 전통에 따라 왕위계승 전 여러 러시아 도시들과 세계를 여행한 후 그가 방문했던 곳에 ‘개선문’이라는 이름으로 세운 기념비다. 개선문 인근에 있는 잠수함 박물관도 빼놓을 수 없다. 실제 제2차 세계대전 때 독일군 군함 14척을 침몰시키고 영웅 칭호를 받은 19m 길이의 ‘C56 잠수함’의 선실, 기관실, 조타실 등이 공개돼 있다. 이를 보니 러시아 태평양함대의 앞선 군사과학기술에 입을 다물 수 없었다. 잠수함 박물관 뒤쪽에서는 러시아 해군의 제2차 세계대전 참전기념비와 전쟁 중 수몰된 무명용사를 추모하는 ‘영원의불(꺼지지 않는)’ 전시도 볼 수 있다.

블라디보스토크에서 가장 큰 포크롭스키 성당에 가면 화려한 이콘화를 통해 그리스정교회의 특징을 볼 수 있다. 양파 모양의 돔은 멀리서 보면 촛불처럼 보이는데 눈이 많이 오기 때문에 쌓이지 않게 하려고 뾰족하고 동그랗게 만들었다고 한다. 교리가 엄격한 그리스정교회는 여성 인권이 낮아 성당에 입장할 때 앞에 마련된 두건을 쓰고 들어가야 했다.

한국의 KT가 조성해 만들었다는 아르바트 거리는 “이곳이 정말 유럽”이라는 생각이 가장 많이 드는 곳이다. 유럽풍 건축물과 분위기 있는 카페, 기념품 가게들이 즐비해 있어 카메라에 담기만 하면 그림이다. 아직 스타벅스가 ‘침범’하지 않은 이곳의 커피 프랜차이즈를 장악하고 있는 브랜드는 ‘해적커피’다. ‘빽다방’에서 파는 아메리카노(55루블)보다 싼 대신 맛은 여행지의 기분으로 즐기면 될 것 같다.

1911년 이후 한인들이 집단 거주하며 독립운동을 벌였던 한인 집단 거주지 ‘신한촌’을 방문하면 눈시울이 뜨거워진다. 원래 목 좋은 해양공원에 모여 살았는데 한국인들이 회를 먹기 때문에 콜레라 창궐을 야기할 수 있다는 억지 논리로 산꼭대기 높은 지대로 쫓아냈다고 한다. 고종이 파견한 헤이그 특사인 이상설, 연해주 일대 재정적 후원자였던 최재형, 이동휘 등 항일 민족 애국지사들이 활동했던 본거지로 현재는 남북과 고려인을 상징하는 3.5m 높이의 대리석 기둥 3개와 조선 팔도를 의미하는 8개의 돌이 이곳을 지키고 있다.

◇먹거리와 쇼핑의 도시로 부상=도시를 대표하는 먹거리인 킹크랩과 곰새우를 한국에 비해 푸짐하고 저렴하게 마음껏 즐길 수 있다는 점이 여행의 백미다. 러시아 전통 꼬치구이 요리인 샤슬릭과 쉽게 만날 수 있는 각양각색 보드카의 컬래버레이션은 여성들이 더욱 좋아할 것 같다. 조지아(그루지아)식 맛집으로 방송 ‘배틀트립’에서 유명세를 탄 수프라 레스토랑은 낮 12시 오픈 전부터 줄을 지어 북적였는데 한국어 메뉴판을 만들었을 정도로 한국인이 절반을 차지했다.

블라디보스토크에 쇼핑 아이템이 이렇게 많을 줄은 사실 예상하지 못했다. 천연자원이 풍부한 덕에 꿀이 설탕보다 더 싸다는 블라디보스토크에는 보리수 천연 꿀과 시베리아 잣 등 살 만한 식료품들이 가득했다. 혁명광장 옆 재래시장에서 만난 상인 드미트리 세자키씨는 “손님의 절반 이상이 한국인”이라며 “연해주 꿀은 추운 날씨 탓에 벌이 꿀을 운반하는 양이 많아 영양이 풍부하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 40만~50만원에 팔리는 프리미엄 보드카 ‘벨루아’의 골드라인은 개당 10만원으로 알코올의 경우 1인당 1개 반입이 가능하다. 한국인들이 오면 쓸어 담는 아이템 중 하나는 천연 식물성 원료를 사용한 ‘할머니 레시피’의 각종 뷰티 제품들이다. ‘올리브영’과 비슷한 드러그스토어 ‘츄다데이’는 한화로 1,000원 수준에 불과한 ‘할머니 레시피’의 ‘당근 크림’을 쓸어담는 한국인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정씨는 “요즘 국내에서 건강기능식품 차가버섯이 뜨면서 원산지 러시아의 차가버섯 역시 덩달아 인기”라며 “한때는 한국인들이 너무 많이 찾아 판매 약국에서 구매 개수를 제한한 적도 있었다”고 말했다.
/글·사진(블라디보스토크)=심희정기자 yvett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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