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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칼럼] 미국에서 보는 한국 경제

손철 뉴욕 특파원

  • 손철 기자
  • 2018-08-23 17:15:10
  • 사내칼럼
[특파원칼럼] 미국에서 보는 한국 경제

한국 경제가 벌집을 쑤신 듯하다. 문재인 정부가 경제학자들도 모르는 소득주도 성장을 준비도 없이 시민운동을 하듯 밀어붙일 때 예견된 참사였는지 모른다. 최저임금 인상과 주 52시간 근무로 쌓인 경제·사회적 피로도는 고용참사로 직결됐다. 문재인 정부의 경제 운용 평가를 보면 10년 전의 경제위기가 다시 닥친 것은 아닌가 하는 착각이 들 정도다.

일자리를 못 구한 취업 준비생과 삶이 날로 팍팍해지는 수백만 자영업자의 원성은 하늘을 찌를 것 같은데 뉴욕에서 만나는 파란 눈의 경제 전문가들은 한국 경제에 호평 일색으로 반응해 대조를 이룬다. 지난해에 비하면 완연히 달라진 북핵 위협 감소를 이유로 너무 쉽게 판단하는 것은 아닌가 싶어 재차 물어도 그들의 답은 같다. “지정학적 리스크의 감소도 일부 있지만 한국 경제는 매우 좋다”고 한다. 그러면서 맨 먼저 한국의 주특기인 수출을 예로 든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전방위로 무역전쟁을 벌이며 관세 폭탄을 투하해도 한국의 수출은 줄기는커녕 증가하고 있지 않느냐고 웃으며 엄살 부리지 말라는 투로 얘기한다.

실제 지난달 한국의 수출은 519억달러를 기록하며 1년 전보다 6.2% 늘었다. 올해 들어 지난 7월까지 수출 누적액은 3,486억달러로 역대 최대치를 경신했다. 덕분에 수입이 10%대 증가율을 보여도 무역수지는 올 들어 385억달러가량 흑자를 보이고 있다. 트럼프발(發) 무역전쟁과 미국의 금리 인상에 터키·아르헨티나·브라질과 같은 신흥대국들의 경제는 추풍낙엽의 신세가 돼 외환위기에 직면했지만 한국만은 무풍지대인 배경이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기세등등하게 긴축을 밀어붙여도 어떻게든 정부의 경기 부양에 일조하려는 한국은행이 기준금리 동결 행진을 이어갈 수 있는 것도 수출 역군들이 버티고 있어서다.

트럼프 대통령의 보호주의가 한국 경제의 원동력인 수출에 적잖은 타격을 줄 것으로 예상됐지만 여전히 선전하는 이유를 찾는 것은 어렵지 않다. 한국에는 생사를 가르는 무역전쟁 속에도 불철주야로 고군분투하는 기업인들이 다른 어느 나라보다 많다. 마침 세계 경제는 전반적으로 확장세여서 이들의 피와 땀이 헛되지 않고 있다.

그래서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것은 문재인 정부와 청와대다. 참사 수준에 이른 경제 상황에서 기업인들이 발로 뛰어 위기를 극복하고 있는데 돌아오는 것은 ‘적폐’ 취급이다. 준비가 안 된 노동 정책으로 기업인들의 발목을 잡고 규제는 혁파보다 강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미국은 대통령이 나서 대기업들에 투자를 호소하는데 한국은 청와대 최고위 경제참모가 나서 “투자 얘기는 꺼내지 않는 게 좋겠다”며 기업을 불신하고 있다. 그러고는 능력에 못 미치는 ‘탈원전’을 정치 캠페인 하듯 소리만 지르다 에너지 백년대계를 흔들고 기업과 가계의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

정치에 이어 경제에서도 ‘박정희 시대’를 끝내기 위해 수출 주도형 경제를 혁신하고 성장과 분배의 균형을 도모하겠다는 진보 정권의 포부를 모르는 국민은 없다. 그렇다면 장점은 더욱 살리고 단점은 조금씩 채워가면서 목표를 이뤄야 할 텐데 정부는 반대로 가고 있다. 설익은 정책을 남발해 국민을 실험 대상으로 삼으면서 무역 전쟁터에 나가 어렵게 먹거리를 구해 온 기업인들의 힘을 빼는 것이다.

무능과 독선의 결과가 어떠한 것인지 돌아온 대통령과 주변을 빽빽하게 채운 참모들은 2007년을 뼈저리게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대한민국을 세계 12대 경제 대국으로 끌어올린 과거의 자산들을 소중히 여기지 않고 적폐로 편 가르기만 하는 ‘뺄셈의 경제학’으로는 결코 새로운 도약을 이룰 수 없다. /runiro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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