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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가구 '최저임금 직격탄'에… 소득 2분기 연속 두자릿수 감소

■실질 가계소득 분석해보니

물가 고려한 하위 20% 소득도 -7.6% → -9%로 줄어

"최저임금 고집땐 더 악화...소득성장 간판 빨리 내려야"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소득주도 성장에도 10년 만에 소득 양극화 지표가 최악으로 치닫는 상황에서 추 대표는 “소득주도 성장과 혁신성장에 대한 외부 공세가 있지만 J노믹스(문재인 정부 경제정책) 성공을 위해 신발 끈을 동여매야 한다”고 밝혔다./연합뉴스




아파트 경비원인 A씨는 지난 4월 일자리를 잃었다. 청소를 하는 아내, 아르바이트생인 아들의 수입을 보태 생활해왔는데 셋 중 그나마 소득이 높은 A씨의 실직으로 가구소득은 50% 가까이 줄었다. 이런 상황에서 폭염으로 밥상물가가 급등했다. 피부로 와 닿는 소득 감소의 여파가 A씨에게는 더욱 컸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분배지표가 최악의 상황이라는 통계청의 23일 발표가 그저 통계에만 그친 게 아니라는 얘기다. 더군다나 통계청이 발표한 가계소득동향 조사에는 1인 가구의 자료가 제외되고 물가 상승률이 반영되지 않는데 이를 반영하면 더 악화된 결과가 나온다.

◇1인 가구 포함 땐 소득 2분기 연속 두자릿수 감소=통계청의 가계소득동향 조사는 과거 자료와의 일관성을 유지하기 위해 전국 ‘2인 이상 가구’를 기본으로 하고 있다. 하지만 1인 가구가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8.5%에 달하는 만큼 1인 가구를 빼놓고는 전체 가구의 소득·분배동향을 현실에 맞게 파악하기가 어렵다. 실제로 1인 가구를 넣어 분석해보면 취업자 수와 소득은 통계청이 발표한 것보다 더 악화된 결과가 나온다. 1인 가구까지 포함한 1분위의 가구당 평균 취업자 수는 지난해 2·4분기 0.41명에서 올해 0.3명으로 28.0% 급감했다.

고령층·청년층 비중이 높은 1인 가구의 일자리 감소폭이 큰 만큼 이들을 포함한 1분위 소득 여건도 더욱 심각해졌다. 실제 보건사회연구원이 1인 가구를 포함해 올해 1·4분기 가계소득을 재산출한 결과 1분위 소득은 1년 전보다 11.5%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2인 이상 가구만 집계한 통계청의 조사 결과인 -8.0%보다 감소폭이 3.5%포인트나 더 컸다. 올 2·4분기 2인 이상 1분위 가구의 소득이 1년 전보다 7.6% 줄어 분기 기준 역대 최대로 감소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1인 가구를 포함할 경우 두자릿수 감소를 보일 것이 확실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물가 상승 고려하면 소득 하위 가구의 소득 더 줄어=저소득층의 여건이 더욱 악화된 것은 물가 상승까지 겹쳤기 때문이다. 기업과 자영업자들이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건비 부담이 커지자 상품 가격을 올린 데 따른 것이다. 실제로 올 2·4분기 소비자물가지수는 104.29로 지난해 같은 기간(102.71)보다 1.58포인트 올랐다. 7월 생산자물가지수의 경우도 전월 대비 0.4% 오른 104.83을 기록했다. 2014년 9월(105.19) 이후 3년10개월 만의 최고 기록이다. 농산물·기름값 등 생활 필수품목들의 가격이 급격히 오르면서 소득 하위 가구의 체감도는 이보다 더 클 것으로 예상된다.

물가 상승은 하위 가구의 소득 여건을 한층 악화시켰다. 통계청의 명목소득 기준 가계동향조사 결과를 실질소득으로 변환해보니 올 2·4분기 하위 20%(1분위) 가구의 소득은 127만원이었다. 명목소득일 때의 132만원보다 5만원이 더 떨어진 것이다. 감소폭도 커졌다. 명목소득을 기준으로 했을 때는 올 2·4분기 소득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6% 감소했지만 실질소득이 기준일 경우 9% 줄어든 것으로 나왔다. 하위 20~40%(2분위) 가구의 실질소득 역시 268만원으로 명목소득(280만원)보다 12만원 적게 나왔다. 물가 수준을 반영하니 하위 가구가 실질적으로 체감하는 소득 감소 정도가 더 컸던 셈이다.



실질소득으로 변환했을 때 또 눈에 띄는 것은 하위 40~60%(3분위) 가구의 소득 감소율이다. 명목소득일 때는 0.1% 감소하는 데 그쳤지만 실질소득의 경우 1.6%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소득주도 성장의 역효과가 중산층에까지 번지고 있다는 증거”라고 꼬집었다.

◇재정 투입으로는 효과 일시적…“소득주도 성장 간판 내려야”=소득계층을 더 세분화해 10분위 기준으로 보면 하위 10% 가구의 근로소득은 21만원으로, 이는 정부 보조금 등 이전소득(56만원)보다 적었다. 지난해 같은 기간 근로소득이 28만원, 이전소득이 50만원이었던 것보다 나랏돈에 대한 의존도가 커진 것이다. 신세돈 숙명여대 교수는 “재정을 투입해 소득을 지원해도 이미 효과가 없다는 게 증명됐다”며 “핵심인 최저임금이나 근로시간 단축을 건드리지 않으면 효과가 없다”고 말했다.

여기에 올 하반기 물가는 더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김상봉 한성대 교수는 “시중에 돈이 많이 풀려 있어 하반기에는 물가가 더욱 급격하게 올라갈 것”이라며 “정부가 가계부채 문제 때문에 금리 인상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는데 미국 금리가 인상되고 있는 상황에서 때를 놓치면 사태가 더욱 심각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경제 전문가들은 고용과 소득, 산업 분야 등에 연쇄적으로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소득주도 성장 정책에 대해 전면적인 수정이 필요하다고 진단한다. 윤창현 서울시립대 교수는 “소득주도 성장은 국민들을 잘살게 하려는 수단이지 목표가 아니다”라며 “내년에 최저임금 인상이 추가로 현실화되면 사태가 걷잡을 수 없게 돼 ‘소득주도 성장’이라는 간판을 하루빨리 내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세종=강광우·빈난새기자 press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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