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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 에세이] '방사선 의학물리학자' 자격증 도입해야

우홍균 서울대병원 방사선종양학과 교수





암 치료의 3대 기법은 외과적 수술, 방사선치료, 항암치료다. 국내 암환자 중 약 30%가 방사선치료를 받고 있다. 미국은 그 비율이 70%를 웃돈다.

방사선치료는 수술과 달리 몸을 절개하는 등 고통이 수반되지 않고 통원치료가 가능해 암환자가 상대적으로 수월하게 치료 받을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다만 방사선은 양면성을 갖고 있다. 암조직을 제거할 수 있지만 정상조직에 위해를 가할 수도 있다. ‘양날의 검’인 셈이다.

하지만 이런 문제들도 점차 극복되고 있다. 국내에도 종양 부위에만 방사선을 조사하고 주변의 정상조직을 최대한 보호해 부작용을 획기적으로 줄이면서 암조직을 효과적으로 제거할 수 있는 첨단 방사선치료 기법과 장비들이 속속 도입되고 있어서다. 종양 부위에만 집중적으로 고선량 방사선을 조사하는 세기조절 방사선치료와 체부정위적 방사선치료(사이버나이프 등)는 이미 시행 중이고 중입자 방사선치료(탄소 이온을 빛의 속도에 가깝게 가속해 암세포를 사멸시킴)도 도입 예정이다.

치료용 방사선의 관리 및 취급은 고도의 전문성이 요구된다. 치료용 방사선이 얼마나 정확하고 정밀하게 환자에게 전달되는지에 따라 치료 효과와 부작용의 발생 여부가 결정된다. 정확하고 정밀한 치료를 위해 복잡한 방사선 치료의 과정은 의사·의학물리학자·간호사·방사선사 등 다양한 전문가의 긴밀한 협조를 바탕으로 수행된다.

의학물리학자는 물리학 및 관련 분야를 전공하고 방사선 발생장비와 치료절차의 품질관리, 치료시설 차폐요건 연구, 환자·방사선치료시설 구성원에 대한 위험도 평가, 새로운 치료기법 개발과 구현, 방사선량 측정 및 치료계획 개선 등의 임무를 수행한다. 방사선치료의 품질과 안전을 책임지는 전문인력이다.



내과 의사가 처방을 내리고 약사가 약을 제조하듯이 방사선치료에서 의사는 암을 제거할 수 있는 방사선량을 처방한다. 의학물리학자는 물리학 지식을 기초로 처방된 방사선량이 환자에게 정확히 전달될 수 있도록 한다.

방사선은 오감으로 감지할 수 없고 그 독성이 상당하다. 이 때문에 정확한 방사선 취급을 위해 병원에서 일하는 물리학자가 필요하다. 방사선치료는 치사량에 이르는 높은 고에너지 방사선량을 사용하기 때문에 치료의 정확성·안정성·객관성이 담보되지 않으면 심각한 의료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세계보건기구(WHO)와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3,000여건이 넘는 방사선치료 의료사고를 보고하고 있다. 의학물리의 주된 기능 중 하나가 이러한 사고를 방지하는 것이다. 의학물리 업무를 수행하려면 물리학과 관련 분야를 전공하고 기초의학을 바탕으로 한 융합적 지식이 필요하다. 국내 90% 이상의 방사선종양학과에서 의학물리학자가 활동하고 있고 이들은 대부분 박사학위를 가진 전문인력이다.

지난 2009년 국제노동기구(ILO)는 의학물리학자를 고도의 학문과 전문성이 요구되는 직업군으로 분류해 목록에 추가했다. 유럽연합(EU)은 2000년 의학물리학자의 자격과 고용을 법으로 규정했다. 미국도 명문화된 자격 규정을 만족하는 의학물리학자 고용을 의무화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40여년 동안 의료현장에서 실질적으로 환자 치료에 참여해온 의학물리학자에 대한 국가공인 전문자격증 제도가 없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최근 이들의 전문성을 인정해 의학물리학자의 의료행위를 의료수가에 포함시켰다. 그러나 자격과 고용에 관한 제도적 장치는 없다. 따라서 체계적인 교육·훈련을 통해 전문성과 자격요건을 갖춘 인력을 보증하는 의료환경 구축이 시급하다. 이를 통해 국민이 보다 안전하고 효과적인 암 치료를 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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