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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파식적]‘결단의 책상’





2007년 개봉한 영화 ‘내셔널 트레져-비밀의 책’에서 주인공 니컬러스 케이지는 황금 도시의 지도를 찾기 위해 세계 곳곳을 누비고 다닌다. 그는 영국 버킹엄궁에서 여왕의 책상을 뒤지는 것도 모자라 미국 대통령 집무실에 몰래 들어가 고풍스러운 책상을 살펴본 끝에 비밀 공간을 찾는 데 성공한다. 영화에서는 이 ‘결단의 책상(Resolute Desk)’에 미국 대통령들 사이에 대대로 내려왔다는 비밀의 책에 대한 열쇠가 숨겨져 있다고 한다.

결단의 책상은 1880년 영국 빅토리아 여왕이 러더퍼드 헤이스 미국 대통령에게 감사와 화해의 뜻을 담아 선물로 보낸 것이다. 당시 미국 정부가 영국에서 애타게 찾던 탐사선 ‘레졸루트(Resolute)호’를 정성껏 수리해 되돌려주자 빅토리아 여왕이 몇 년 후 폐선하면서 나온 목재를 모아 책상을 만들었다고 한다. 책상에 ‘배를 돌려준 것에 대한 감사와 사랑의 뜻으로 보내는 선물’이라는 문구가 적혀 있는 것이나 ‘레졸루트 책상’이라는 별칭으로 불리는 것도 이런 연유에서다. 한때 크림전쟁 참전 여부를 놓고 악화일로로 치닫던 두 나라의 관계가 다시 좋아진 것도 책상 덕택이라고 볼 수 있다.



이 책상이 우여곡절을 거쳐 대통령 집무실로 들어온 것은 존 F 케네디 대통령 시절이었다. 일설에는 백악관 창고에서 썩고 있던 책상에 주목한 이가 재클린 케네디 여사였다는 얘기도 있다.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은 불편한 다리를 감추려고 책상 아래를 독수리 문양으로 가렸고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 시절에는 책상 밑에 받침을 놓아 높이를 조절하기도 했다. 항간에는 딕 체니 전 부통령이 퇴임 직전 책상 서랍에 형광펜으로 몰래 자신의 이름을 새겨놓았다는 얘기도 전해진다.

백악관 책상을 가장 아끼는 이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다. 그는 집무실 소파가 아니라 책상에 앉아 참모들과 함께 국가대사를 논의하는 모습에 남다른 자부심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트럼프와 5명의 참모가 결단의 책상을 가운데 놓고 부채꼴 모양으로 둘러앉아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방북 취소를 결정하는 장면을 공개한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해리 트루먼 전 대통령은 집무실에 ‘The Buck Stops Here(모든 책임은 내가 진다)’라는 명패를 걸어놓고 서류에 서명을 했다. 지도자에게 결단의 순간은 언제나 외롭고 힘든 법이다. /정상범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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