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中, 학계 IT인재까지 싹쓸이 하나…진화하는 '악마의 유혹'

[中, 서울대 AI·빅데이터 두뇌 사냥]

中 IT, 美 기술유출 적극 통제하자

산학협력 미끼로 韓 대학에 눈 돌려

교수들, 교류·애국심 사이서 혼란





“미국 국립과학재단(NSF)에서 몇 달 전 대학에 공문을 내려보내 ‘중국 회사와 공동과제를 하고 있거나 협력관계가 있으면 신고하라’고 했습니다.” 익명을 원한 미국 캘리포니아 UC머세드대의 한 공대 교수는 28일 기자와의 소셜미디어 즉석 메시지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이 교수는 “미국은 첨단 분야에서 중국 기업의 인재와 기술 빼가기를 심각하게 보고 있다”며 “정부 차원에서 중국과 협력하는 교수를 파악하고 관리하겠다는 뜻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이런 분위기를 반영하듯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가장 많은 유학생을 미국에 보내는 중국을 향해 지난 7일 “그 나라에서 오는 거의 모든 유학생은 스파이”라는 극언도 했다. 미중 무역전쟁이 격화되고 양국의 기술격차가 빠르게 좁혀지는 상황에서 뉴저지주 ‘트럼프 내셔널 골프클럽’에서 보잉 등 13개사 최고경영자(CEO)와 저녁을 하며 한 말이다. 그는 올 3월에는 “(5G 핵심기술이 있는 반도체사인) 퀄컴을 중국계에 넘기면 안보 위협이 된다”며 최대 1,600억달러 규모의 인수합병(M&A)을 금지했다. 당초 미국 시스템반도체 회사였으나 싱가포르에 팔린 브로드컴이 화웨이와 협력관계라는 것이다.

미국은 세계 최대 통신장비 업체인 화웨이의 창업자(런정페이)가 중국 인민해방군 정보장교 출신으로 중국 정부의 지원을 받아 통신장비를 구축한 뒤 보안에 위협을 끼치는 ‘스파이’라는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고 있다. 미국 의회가 올 초 화웨이 스마트폰 ‘메이트10’을 판매하려던 AT&T에 안보를 이유로 관계를 끊을 것을 촉구한 것도 이 때문이다. 미 의회와 군 일부에서는 “내년 3월 한국이 5G 상용화에 나설 때 화웨이 통신장비를 쓰면 미군이나 외교·정보시설 보안도 위협받을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처럼 미국이 중국으로의 인재·기술 유출과 보안 위협에 민감하게 나오면서 화웨이 등 중국 정보통신기술(ICT) 기업들이 한국 연구계의 핵심인재에 눈을 돌리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이미 중국 기업들은 10여년 전부터 한국의 반도체·휴대폰·자동차·조선·철강 등 주력산업의 연구인력을 야금야금 빼간 데 이어 이제는 학계로 눈을 돌리고 있다. 삼성전자의 한 사장급 임원으로부터 “S급 고급 연구인력 관리가 힘들다. 신경을 많이 쓰고 있다”고 얘기를 들었던 것이 벌써 2~3년 전 얘기다.



서울공대 교수 A씨는 “화웨이 등이 미국이나 유럽에서 견제를 받으니 상대적으로 한국이나 홍콩·싱가포르·동남아시아 등과 협력을 강화하려는 움직임이 두드러진다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최근 서울공대 교수들에게 협력을 구하는 것은 새로운 현상”이라고 전했다. 화웨이는 물론 알리바바와 바이두·텐센트·징동닷컴 등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에 많은 투자를 하는 중국 ICT 기업들의 러브콜이 이어지자 서울공대에서도 짐짓 혼란스러워하고 있다.

서울공대 교수 B씨는 “중국이 제안한 대로 인력 교류나 공동연구·컨설팅 등을 기술유출이라고 봐야할지, 미국이나 일본 등과 같은 국제교류로 봐야할지도 불분명하고 중국과 협력한다면 어떤 분야는 되고, 어떤 것은 안되는지 헷갈린다”고 토로했다. 서울공대 교수 C씨는 “중국이 미국의 웬만한 회사보다 조건이 좋을 수 있고 연구개발(R&D) 투자도 굉장히 많이 하는데 애국심에서 봐야할지, 국제화된 시각으로 봐야할지 고민”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반도체·디스플레이 분야에서 석학으로 꼽히는 권오경 한국공학한림원 회장(한양대 석학교수)은 “중국 기업들은 AI와 빅데이터,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기술에 관심이 많다”며 “그동안 (중국 최대 디스플레이사인) BOE부터 바이두·화웨이·알리바바 등 베이징과 상하이·선전의 기업과 현지 지방정부 등으로부터 무수히 많은 형태의 협력 요청을 받았지만 ‘같이할 수 있는 입장이 아니다’라며 모두 거절했다”고 털어놓았다. 정부 과제는 거의 안 하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LG디스플레이 등 국내 기업들의 과제를 주로 하는 그는 중국에서 요청한 대로 인력 교류나 과제 수행, 조인트벤처를 하면 기술유출이 우려됐다고 설명했다. 권 회장은 “중국 기업의 1차 타깃은 미국의 중국계 인맥이지만 미국이 인력·기술 유출을 통제하면서 한국에서도 잘하는 연구자와 협업하고 싶어한다”며 “한국이 규제 때문에 못하는 것을 미래지향적인 차원에서 같이하는 것은 괜찮지만 현재 앞서 가는 분야에서 협업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밝혔다.
/고광본 선임기자 kbgo@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울경제 1q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