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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격 알고리즘 담합 논란]우버 '탄력요금제 담합' 등 가파른 진화...디지털 경제의 역설

■글로벌 사례 어떤 것이 있나
美법원 "우버-운전기사 카르텔
동일한 택시요금 산정 원인으로"
아마존서 포스터 판매가격 담합
'병행 알고리즘' 이용 최초 적발
자기학습 알고리즘 단초도 보여

  • 온종훈 기자
  • 2018-09-02 17:24:48
  • 바이오&ICT
전문가들과 국제기구 등이 ‘알고리즘 담합’에 주목한 것은 2010년대 중반부터다. 구글·아마존·페이스북·알리바바 등 대형 플랫폼을 가진 인터넷 기업과 우버·에어비앤비 등 공유경제 기업이 비약적으로 성장하면서 이들 기업이 사용하는 알고리즘에 의한 ‘가격 담합’의 문제가 본격화했기 때문이다. 이들 디지털 기업의 알고리즘 이용은 정보의 활발한 유통, 거래비용 절감 등 효율적인 자원배분과 소비자 편익을 증진시킨 반면 역설적으로 알고리즘을 이용한 담합에 용이한 환경도 동시에 조성했기 때문이다.

알고리즘 담합의 문제를 본격적으로 제기한 아리엘 에즈라치 옥스퍼드대 교수와 모리스 스터크 테네시대 교수가 공동 저술한 ‘가상(버추얼) 경쟁(부제 알고리즘이 이끄는 경제의 약속과 위험)’을 발간한 것은 지난 2016년이다. 여기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2017년 6월 127차 경쟁위원회를 열고 ‘알고리즘과 담합’이라는 주제로 이 문제를 본격적으로 조명했다. 2010년 초반 이후 미국과 유럽연합(EU) 등에서 촉발된 디지털 기업의 각종 가격 담합과 경쟁 당국이나 법원의 실제 규제 사례 등은 디지털 경제의 어두운 면인 알고리즘 담합을 더 이상 방치하기 어려운 상태까지 왔다는 문제의식에 기반하고 있다. 빅데이터와 인공지능(AI)을 이용한 디지털 경제의 확산 속도만큼 알고리즘 담합의 진화 속도도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당장 에즈라치 교수와 스터크 교수 등이 제기한 알고리즘 담합의 최종 단계인 ‘자율기계(autonomous machine)’나 OECD가 제기한 ‘자기학습 알고리즘’도 단초가 이미 나타나고 있다.
[가격 알고리즘 담합 논란]우버 '탄력요금제 담합' 등 가파른 진화...디지털 경제의 역설

◇인간 대신 ‘메신저’ 역할로 시작된 알고리즘 담합=2015년 미국 법무부는 아마존 오픈마켓에서 포스터 등을 판매하는 ‘아트닷컴’의 전 임원을 가격 담합 혐의로 기소했다. 아트닷컴 등 몇 개의 온라인 회사들이 2013년의 수개월 동안 아마존 마켓플레이스에서 판매한 포스터의 가격을 담합했다는 것이다. 이들은 포스터 가격을 공동 결정하기로 하고 이 합의를 이행하기 위해 컴퓨터 코드를 프로그램밍한 가격 책정 알고리즘을 도입했다. 병행 알고리즘을 이용한 사례다. 이 경우 알고리즘은 담합 이행을 감시하고 이행하지 않은 참가자들을 제재할 수 있는 조력자 역할을 했다. 이와 비슷한 사례가 2016년 영국에서도 발생해 담합 참가자 중 한 회사의 자진 신고로 알려졌으며 영국 경쟁시장국은 이들 회사에 과징금을 부과하고 이를 계기로 당국은 블랙프라이데이를 앞두고 온라인 판매자들에게 담합에 주의할 것을 특별 경고하기도 했다.

2016년 3월 미국 뉴욕연방지방법원은 택시 서비스 회사인 우버가 운전기사들에게 제공한 가격 결정 알고리즘이 묵시적 담합을 조장했다며 우버에 책임을 판시했다. 우버는 승객과 운전기사들의 수요와 공급에 따라 요금을 자동으로 조정해주는 ‘탄력요금제’ 알고리즘을 이용하고 있는데 법원은 이 알고리즘을 매개로 우버와 운전기사들이 택시요금을 공모해 카르텔을 형성했다는 것이다. 전통적 담합 사례인 ‘허브 앤드 스포크’에서 알고리즘이 카르텔을 유지하는 허브 역할을 하면서 소비자 후생이 감소했다는 것이다. 우버와 직접적인 고용관계를 맺지 않는 운전기사들이 경쟁을 통해 요금을 산정하지 않고 알고리즘을 이용해 동일하게 요금을 산정하는 것은 가격 담합과 마찬가지라는 판단이었다. 그해 5월 EU 회원국인 리투아니아 최고행정법원은 온라인 예약 사이트인 ‘에투라스(Eturas)’와 여행사의 담합을 인정할 수 있다고 판결했다. 우버의 케이스와 유사하게 가격 알고리즘을 수정해 예약 시스템의 최대 할인율을 3%로 일괄 조정했는데 이것이 이들 간의 암묵적 동의하에 이뤄진 동조적 행위라는 것이다.
[가격 알고리즘 담합 논란]우버 '탄력요금제 담합' 등 가파른 진화...디지털 경제의 역설

◇인간의 의도·개입 없는 디지털 담합으로 진화 중=앞의 두 유형은 알고리즘이 담합 참가자 간의 합의나 허브 역할을 하는 기업 등 제3자를 통한 정보교환 경로가 없음에도 담합이라는 결과가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인터넷을 통해 가격 정보가 투명하게 공개되고 가격이 알고리즘에 의해 자동 결정되는 시장 상황에서 묵시적 담합의 형태로 발생하는 것을 의미한다. 통상적으로 카르텔 붕괴의 역할을 해온 가격 경쟁, 즉 가격 인하는 정보가 인터넷을 통해 즉시 경쟁 상대에게 알려져 이점이 사라지는 반면 시장 주도 기업의 가격 인상을 따라가는 것이 유리하다고 알고리즘이 판단하게 된다는 것이다. 기업 간에 명시적인 합의가 없이도 주도 기업의 가격 선도행위 자체가 묵시적 담합의 형태로 나타날 수 있는 것이다. 결국 투명한 시장이 알고리즘 담합을 부추기는 역설적 결과로 나타난다는 것이다.

실제 우리나라의 오피넷(Opinet)과 마찬가지로 주유소 가격 정보를 공개한 독일과 호주 등의 경우 가격 정보를 공개한 후 주유소들의 유류 판매가격과 마진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시장 투명성을 높이는 판매가격 공개가 알고리즘 담합으로 의심될 수 있는 결과로 나타난 정황이다. 온라인 쇼핑, 여행 예약, 소셜커머스 등의 형태로 알고리즘이 거래를 주도해가면서 이 같은 형태의 담합 가능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알고리즘 담합의 최고 단계는 빅데이터와 AI가 결합한 형태로 기계들끼리 하는 담합이다. 가격 등 기업의 의사결정권이 AI 알고리즘에 위임된 상황에서 나타날 수 있는 ‘자율기계’ 유형의 담합이다. AI 알고리즘이 시장에서 발생하는 데이터를 학습해 경쟁 기업과 소비자의 행동 패턴을 파악하고 정확히 예측하면서 담합이 나타날 수 있다. AI가 담합을 초래한 상황은 아직 확인되지 않고 있으나 이미 전자상거래 업체와 오프라인 시장의 소매 업체 등에서 딥러닝 방식의 AI를 이용해 수익을 극대화는 사례들은 다수 보고되고 있다.
/온종훈선임기자 jhoh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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