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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품의 민낯-AS횡포에 멍드는 한국 소비자]더 깐깐해진 교환·AS...명품 '콧대' 넘어 '갑질'

루이비통 교환기간 2주로 단축
샤넬도 구매 증빙 A/S규정 강화
중고구매 고객은 수선 불가능해져
가격 올리면서 서비스 질은 악화

  • 허세민 기자
  • 2018-09-02 17:26:39
  • 생활
[명품의 민낯-AS횡포에 멍드는 한국 소비자]더 깐깐해진 교환·AS...명품 '콧대' 넘어 '갑질'

#10년째 루이비통 단골인 40대 여성 A씨는 지난달 31일 루이비통 고객센터로부터 황당한 문자 한 통을 받았다. 10월 1일부터 약관이 개정돼 가방 등 일부 상품의 교환 기간이 기존 1개월에서 2주로 단축된다는 것. A씨는 “교환 가능 기간을 갑작스럽게 절반이나 줄인 건 명품의 갑질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이에 대해 루이비통 측은 “이와 같은 약관 변경은 처음 있는 일이며 한국에서만 진행되는 걸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글로벌 명품 시장에서 한국의 위상은 날로 부상하고 있지만 한국 소비자를 대하는 명품 브랜드의 태도는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한국이 중국·동남아 등 아시아 지역의 테스트베드 역할을 하며 중요한 시장으로 꼽히고 있는 가운데 명품업체들이 보란 듯 가격을 올리는 대신 A/S(애프터서비스) 등 고객관리(CS)에 소홀한 배짱 영업이 극에 달했다.

루이비통은 또 수선을 위해 국내 26개 루이비통 매장에 들어오는 제품 대부분은 프랑스 본사가 아닌 서울 마포구 상암동의 자체 수리 센터 ‘루이비통 리페어 아뜰리에’로 보내져 수선 장인 5명이 처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하루 최대 200여개씩 쏟아지는 물량을 5명이 처리해야 하기 때문에 수선 기간은 고무줄인 셈이다.

샤넬의 경우 시리얼 넘버 또는 개런티 카드를 지참해야 수선이 가능하다. 명품 관련 정보를 공유하는 커뮤니티에는 “규정대로라면 정품이라고 하더라도 오래전 지인에게 선물 받은 가방이나 중고로 구매한 가방은 사실상 A/S가 불가능한 것 아니냐”는 토로의 글이 수두룩하게 올라와 있다.

강화되는 규정뿐 아니라 팔고 나면 그만이라는 식의 불친절한 서비스도 꾸준히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몇 년 전 펜디 매장에서 핸드백을 구입한 B(여·42)씨는 최근 A/S를 받으러 갔다가 상처만 입었다. 가죽 손잡이가 갈라져 수선을 요청했지만 구입한 지 얼마 안돼 하자가 발생한 것에 대한 해명을 듣기는커녕 원래 가죽은 그렇다는 무성의한 답변만 들었다. 게다가 매장 직원은 다른 내방 고객 응대에만 급급했고, 그는 가까운 명품 수선점을 찾는 게 그나마 적은 비용이 발생한다는 안내만 받을 수 있었다. A씨는 “국내 명품 A/S가 엉망이라는 얘기를 듣긴 했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면서 “소위 명품 간판을 달고 수백, 수천 만원 대 상품을 팔면서 문제가 생기면 동네 수선점을 가라는 게 말이 되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명품 브랜드가 수선점에 책임을 전가하는 경우도 발생한다. 최근 백화점에서 이태리 명품 브랜드 알마니의 자켓을 구입했던 C씨는 소매를 줄이는 수선을 맡겼다가 얼굴을 붉힐 일이 생겼다. 며칠 후 옷을 찾으러 가니 수선은 잘됐지만 가슴 부분에 미세한 스크래치가 여러 개 발생한 것. 매장에서 수선점으로 책임을 떠넘기는 가운데 결국 수선점이 사과하며 수십 만원을 배상할 상황이 발생했다.

명품의 갑질은 결국 ‘호갱 코리아’로 귀결되고 있다. 세계 명품 시장에서 한국의 비중은 커지고 가격도 상승하지만 오히려 서비스의 질은 퇴보하고 있기 때문이다. 컨설팅 업체 베인앤컴퍼니에 따르면 한국의 명품 시장 규모는 약 14조원대로 미국·일본·이탈리아 등에 이어 8위를 차지한다. 유로모니터가 밝힌 지난해 럭셔리 가방의 시장 규모는 2015년보다 17% 상승한 3조 7,218억원을 기록, 전세계 4위 수준이다.

신민수 한양대 경영학과 교수는 “최근 이전만큼의 성장세를 보이지 못하는 루이비통이 오히려 고급 브랜드 이미지를 유지하기 위해 교환 기간을 줄이는 등 이전과 다른 약관을 시행하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한국 소비자들은 가격을 올려도 지속적으로 구매하고 부당한 사안에 대해서도 집단 행동을 하지 않는다고 판단해 이런 결정을 내렸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럭셔리 자동차나 애플도 한국 시장이 커지면서 AS부터 강화했다”며 “판매는 물론 A/S까지 고객이 을이 되는 명품의 횡포는 한국 소비자를 여전히 호갱으로 보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허세민기자 sem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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