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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_창업을_응원해]알록달록 크레파스를 브랜드에 담다

임성민 피브레노 대표의 창업 스토리

갤러리아 퇴사 후 피렌체 가죽공방에서 브랜딩 공부

중국인 사로잡은 가방 출시해 브랜드 입지 다져

가죽 가방, 쥬얼리 등으로 카테고리 확장 중

피브레노 임성민 대표/사진제공=피브레노




“어렸을 때 전, 쓰고 난 크레파스를 휴지로 닦은 후에야 잠에 들었어요. 그림 그리는 걸 좋아해서 60가지 색의 크레파스를 손에서 놓지 않았죠. 여섯 살 때 인도네시아로 가는 비행기 안에서도 크레파스만은 꼭 챙겼어요. 추억으로 남은 제 크레파스에서 영감을 받아 탄생한 브랜드가 ‘피브레노(Fibreno)’입니다.”

31가지 맛을 자랑하는 유명 아이스크림 브랜드보다 다양한 색깔의 라이프스타일 아이템을 전개하는 ‘피브레노’. 스테이셔너리 부띠크에서 출발한 피브레노는 각종 인테리어 소품, 가방 등을 색색깔의 디자인으로 선보이는 브랜드다. 창덕궁 옆길에 자리잡은 쇼룸 겸 작업실에서 임성민(사진) 피브레노 대표를 만났다.

◇꿈이 깃든 노란색 브랜드, 피브레노의 탄생

“피브레노는 이탈리아 유학 시절 제가 살던 집의 주소에요. 정확하게는 ‘비아 피브레노 10(Via Fibreno 10)’. 브랜드를 만들 때 어떤 이름을 사용할지 고민하다가 이전에 쓰던 다이어리를 봤어요. 피브레노라는 브랜드를 만들고 싶다고 기록해 놓은 걸 발견했죠. 피브레노는 제게 ‘꿈’이라는 의미가 내포된 브랜드에요.”

시각디자인을 전공한 임 대표는 대학생 시절 ‘브랜드 매니지먼트’에 관심이 많았다. 그래픽만 하는 디자이너가 아니라 자신만의 브랜드로 창업하는 디자이너가 되고 싶었다. 그는 대학교 3학년 때 실제로 데스크 패드를 만들어 판매하기도 했다. 명품을 만들려면 명품을 알아야 한다고 생각한 그는 2008년 이탈리아 로마로 떠났다. 그곳에서 1년간 브랜드 매니지먼트를 전문적으로 배웠다.

브랜드 명칭은 물론 피브레노의 시그니처 컬러인 ‘로마 옐로우’도 로마에서 떠올렸다. “노란색은 마냥 기분 좋은 컬러예요. 어렸을 때도 크레파스를 정렬할 때면 흰 색이 아니라 노란색부터 줄 세웠어요. 노란색은 로마의 컬러기도 하죠. 노란 불빛을 감싼 도시 전체의 색이잖아요.”

2009년 임 대표는 갤러리아 명품관에 취업했지만 다시 이탈리아행 비행기를 탔다. “2012년에 퇴사 후 가죽 공예를 배울 수 있는 피렌체로 갔어요. 가죽을 소재로 삼고 싶다기보다 브랜드에 관한 고민을 더 깊게 하는 차원에서 공방에 들어갔죠.”

한국으로 돌아온 임 대표는 인터뷰가 진행된 현재 사무실의 절반도 안 되는 크기에서 사업을 시작했다. 창덕궁을 따라 걷는 길이 유난히 아름답게 느껴졌던 2013년 5월 무렵이었다. 임 대표는 피브레노의 첫 컬렉션으로 데스크 패드, 마우스 패드, 티슈 케이스 등 6가지 소품을 선보였다.

창덕궁길에 위치한 피브레노 매장/사진제공=피브레노


◇중국인 여행객, 알록달록 색감에 반하다

피브레노의 제품은 누군가의 절실한 필요로 탄생한다.



“회사를 다닐 때 눈에 거슬렸던 게 휴지 케이스의 상표가 보이는 거였어요. 이걸 가리기 위해 만든 게 티슈 케이스예요. 데스크 웨어도 마찬가지죠. 파일 케이스 같은 소품들이 생각보더 없더라구요. 피브레노를 많은 사람들에게 알린 가방도 클러치, 파일 케이스 등을 담을 수 있는 무언가가 필요해서 만들게 됐어요.”

피브레노의 베스트셀러인 가방은 특히 손잡이를 감쌀 수 있는 스카프와 함께 구매가 이뤄진다. “이 길에 남편이 운영하는 브랜드인 ‘모닝턴’의 샵이 있어요. 제가 모닝턴에서 만드는 스카프를 가방에 묶고 다녔는데 여기서 착안해서 가방을 디스플레이 해봤어요. 의도한 건 아니고 제 스타일 대로 꾸며본 거죠. 사업은 계획대로만 하면 잘 안되는 거 같아요. 하나씩 계산하고 따지다 보면 일을 벌일 수가 없으니까요”

피브레노의 가방을 주목한 건 다름 아닌 중국인 관광객들이었다. 이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아지자 구매대행을 하는 따이궁도 찾아왔다. “이 지역이 북촌 2경이에요. 중국 관광객들이 북촌 8경 코스를 돌다가 피브레노를 알게 된 거죠. 사실 5년 전부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의 피브레노 매장/사진제공=피브레노


터 이 자리에 있었지만 가방을 출시한 2년 전부터 입소문을 탔어요. 색깔별로 가방을 사기도 하고 스카프와 함께 가방을 구입하는 중국인들도 상당했죠. 가방은 들고 다니는 상품이니까 데스크 웨어 같은 인테리어 소품보다 전파 속도가 빨랐던 것 같아요”

홍콩의 한 유통업체 매니저도 고객으로 방문했다가 홍콩 쇼핑몰에 입점하는 계기가 됐다. 홍콩 첵랍콕 공항에 최근 오픈한 신라면세점에 입점할 수 있었던 것도 중화권에서 이미 인지도를 쌓았기 때문이었다. 피브레노는 홍콩의 신라면세점을 비롯해 국내에서는 첫 단독매장인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 갤러리아 명품관 웨스트 5층의 편집샵, 신세계백화점 명동점·강남점의 편집샵 등에 자리잡고 있다.

◇가죽부터 쥬얼리까지…“창의적인 디자이너 브랜드로”

최근 피브레노는 친환경 합성피혁 가방에서 나아가 가죽가방으로 라인을 넓혔다. 임 대표는 “다음 주에 가죽 가방 4종을 출시한다”면서 “소재의 한계를 넘고 자율성을 주기 위해 처음으로 시도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트렌드를 반영해 단색 위주의 제품 라인도 넓혔다. 레오파드 무늬와 PVC 소재의 투명한 가방도 출시한 것.

창덕궁에 뜨는 달을 형상화한 귀걸이과 목걸이인 ‘달링(Darling)’도 얼마 전 선보였다. “고객 니즈에 충실하면서도 디자인 스튜디오에서 재밌게 실험하고 싶은 걸 해봤어요. 일 년 전부터 시도했던 건데 드디어 제품이 나오게 됐어요. 심플한 제품이 만들기 더 어려워서 피렌체에서 일했던 장인에게 의뢰해 금과 은으로 제작하고 있어요.”

임 대표는 피브레노의 목표를 숫자로 한정 짓지 않았다. “매출을 높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큰 동기 부여가 되진 않아요. “5년째 되는 해에 단독 매장을 오픈했으니까 10년째에는 해외로 진출했으면 좋겠어요. 또 창의적인 걸 도모할 수 있는 디자인 스튜디오를 꾸몄으면 해요. 지금은 매장이랑 작업실이 떨어져 있는데 이걸 하나로 통합하고 ‘스튜디오에서 운영하는 브랜드’라는 정체성을 유지해 나갈 겁니다.”
/허세민기자 semin@sedaily.com

피브레노 티슈 케이스/사진제공=피브레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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