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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명] 빅데이터 없이 혁신성장 없다

고광본 선임기자 kbgo@sedaily.com

美中日 "빅데이터 퍼스트" 외쳐

비식별정보 이용 활성화 등 시급

개인정보 유출 우려 반발이 변수

당정청 혁신성장 돌파 실력 궁금

고광본 서울경제신문 선임기자




문재인 정부가 혁신성장에 박차를 가하기 위해 빅데이터 규제개혁에 팔을 걷어붙였다.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가 동전의 양면처럼 4차 산업혁명 디지털 혁신의 핵심이기 때문이다.

빅데이터는 맞춤형 정밀 의료진단, 스마트공장, 자율주행차, 스마트시티, 스마트팜, 최적 교통신호제어, 치매예측, 범죄분석, 신용대출 등에 긴요하게 쓰인다. 공공 보건의료 정보를 활용해 헬스케어·신약개발·원격의료에 쓸 수도 있고 핀테크 활성화, 맞춤형 교육서비스 등 신산업도 창출할 수 있다. 소상공인을 위한 중금리 대출이나 상권분석·맞춤형 홍보도 꾀할 수 있다. 산업을 혁신하고 삶의 질을 높이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셈이다. 미국·중국·일본 등이 ‘AI·데이터 퍼스트’를 외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31일 판교 스타트업캠퍼스를 찾아 “데이터를 가장 잘 다루면서 데이터를 가장 안전하게 다루는 나라가 되고자 한다”고 밝혔다. 해외에 비해 늦기는 했지만 혁신성장의 방아쇠를 당긴 아주 중요한 메시지다. 대통령이 강조한 은산분리 규제완화를 통한 인터넷은행의 활성화도 빅데이터가 없으면 ‘단팥 빠진 찐빵’이라는 점에서 빅데이터는 주요 이슈다.

미국은 이미 개인정보를 누구인지 특정할 수 없게 한 비식별 정보는 자유롭게 이용하도록 한다. 전자상거래 이력, 음성·이미지데이터, 얼굴인식, 위치정보 등을 활용해 고객의 효용을 높이며 경쟁력을 키우는 아마존과 구글 등이 활개를 치는 배경이다. 물론 개인정보보호에는 엄격하다. 중국은 실상 개인정보보호에 대한 개념이 약할 정도로 기업의 데이터 이용에 관대하다. 알리바바·텐센트·바이두 등이 AI를 키우며 글로벌 기업으로 부상한 동력이다. 이에 자극받은 일본도 개인정보보보호법을 바꿔 지난해 5월부터 비식별 조치한 익명·가공정보 개념을 신설해 사전 동의 없이 활용하도록 하고 있다. 다만 유럽은 지난 5월부터 가명정보는 개인정보에 포함하되 익명정보를 규제에서 풀어줬다.



이민화 KCERN 이사장은 “우리는 개인정보는 보호받지 못하는데 규제는 가장 세다”며 “이번에 유럽과 일본의 중간 정도의 빅데이터 활용방안을 내놓았다”며 의미를 부여했다. 정부는 재식별이 불가능한 익명정보는 규제에서 제외하고 가명정보는 개인정보화할 수 없도록 한 뒤 사전동의 없이 활용토록 하되 재식별화 시 형사고발과 과징금부과에 나서기로 했다. 이를 위해 소위 개·망·신법(개인정보보호법·정보통신망법·신용정보법)을 정기국회에서 개정하기로 했다. 정부는 2016년 ‘개인정보 비식별처리 가이드라인’을 내놓았으나 익명정보와 가명정보를 뚜렷이 구분하지 않고 법적 구속력도 없어 참여연대 등이 가이드라인을 따른 공공기관과 기업을 ‘재식별화될 위험이 크다’며 지난해 말 무더기로 고발하기도 했다.

행정안전부가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민간 클라우드 이용금지를 풀고 공공기관의 민간 클라우드 이용 활성화를 꾀하기 위해 내부 규정을 바꾸기로 한 점도 눈에 띈다. 현재 공공데이터의 클라우드 이용률은 1%대에 불과하다. 그만큼 공공데이터의 민간 활용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문용식 한국정보화진흥원장은 “빅데이터에서 금광을 캐내도록 하면 소프트웨어 산업의 빅뱅이나 스타트업 활성화 등 혁신성장의 새로운 전기가 만들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여론이 “AI의 발달로 비식별화된 가명정보가 식별화될 우려가 있다”며 거세게 반발하는 시민단체에 동조할 경우 빅데이터 규제개혁은 격랑에 휩싸이게 될 우려가 있다. 인터넷에서는 지레 정부와 기업의 ‘빅브러더’ 괴담도 나온다. 물론 초연결 시대의 정보보호는 매우 중요한 과제다.

하지만 ‘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그랴’는 속담도 있지 않은가. 결국 당정청이 개인정보 악용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 등을 전제로 “빅데이터를 통해 삶의 질을 이렇게 높이겠다”며 국민께 피부에 와닿게 진솔하게 설명하고 양해를 구해야 한다. 그런데 과연 소득주도성장과 공정경제·혁신성장의 3대 축을 유기적으로 결합하지 못해 쩔쩔매는 당정청이 빅데이터는 물론 은산분리·원격의료·과학기술·벤처활성화·제반 규제완화 등 혁신성장 이슈를 능숙하게 요리할 만한 실력이 있는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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