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시그널의 지배구조 대해부 ②현대차]시장 설득 가능한 '플랜B' 올해 안 발표...모비스 중심 틀은 변하지 않아

5월말 지배구조개편 시장소통 부족으로 철회

"사업경쟁력과 기업가치 높일 수 있게 보완"

모비스 분할 등 개편 구조 자체는 변화 없을 듯

현대자동차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이 무산된 지 3개월이 지났다. 그룹의 컨트롤타워인 기획조정실에서는 지배구조 개편안에 대한 보완 작업이 한창이다. 물론 현대차(005380)그룹 공식적으로는 시기나 방법에 대해서는 일정 정해진 바가 없다고 설명한다. 지난 3월 처음 지배구조 개편 계획을 밝혔던 때와 마찬가지로 내부적으로도 철저히 보완을 유지한 채 당일 주식시장 마감 후 전격 발표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룹 내 상장사의 시가총액만 100조원에 달하는 만큼 분할, 합병, 주식교환 등 지배구조 개편 작업의 계획만으로도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어마어마하기 때문이다. 아직까지 베일에 싸여 있지만 발표 시기는 다가오고 있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재계와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적어도 올해 말까지는 현대차그룹이 새로운 지배구조 개편안을 내 놓고 시장 설득에 나설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현대차그룹의 향후 지배구조와 유력한 개편안을 들여다 봤다.





◇시장 설득 실패한 현대차=문재인 정부 출범 후 경쟁당국 수장에 앉은 ‘재벌 저격수’ 김상조 위원장은 순환출자를 해소해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대표적인 사례로 현대차그룹을 콕 집어 언급했다. 지난 3월 내 놓은 지배구조 개편안 역시 김 위원장의 숙제에 대한 현대차의 답안지 성격이 짙다. 현재 현대차그룹은 정몽구 회장이 현대모비스(012330)(7.0%), 현대차(4.0%), 현대제철(11.9%)의 지분을 보유하며 그룹을 지배하고 있다. 정의선 부회장은 현대글로비스(086280)의 지분율이 23.3%로 가장 많고 현대차와 기아차(000270)는 각각 1.8%, 1.7%다. 정 회장은 현대모비스를 지렛대로 현대모비스가 16.0%의 지분을 보유한 현대차와 현대차가 33.9%의 지분을 가진 기아차 등 핵심 계열사를 장악하고 있다. 문제는 순환출자 고리다. 기아차는 그룹 지배구조의 최상단에 있는 현대모비스 지분을 16.9%나 보유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이 찾은 해법은 현대모비스 지배회사 체제. 현대모비스에서 AS·모듈 사업부를 떼어내 현대글로비스로 넘기고 정 회장 부자(父子)가다른 계열사들이 보유한 존속 모비스의 지분을 사들이면 기존의 ‘현대모비스->현대차->기아차->현대모비스’라는 순환출자 구조는 깨끗이 해소된다.



그러나 시장은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안을 거부했다. 5월 말 개편 작업의 첫 단추인 현대모비스와 현대글로비스의 분할·합병을 위한 주주총회를 일주일 가량 앞두고 현대차그룹은 주총을 전격 취소했다. 지배구조 개편 계획을 발표한 후 두 달 동안 미국계 행동주의 헤지펀드 ‘엘리엇’을 포함해 지배구조 개편안에 대한 반대 목소리에 결국 무릎을 꿇은 셈이다. 정 부회장은 개편안을 거둬 들이면서 “시장과의 소통이 많이 부족했음을 절감했다. 사업 경쟁력과 기업 가치를 높일 수 있도록 지배구조 개편 방안을 보완하겠다”고 밝혔다. 한때 엘리엇과의 표 대결에서도 자신감을 내비쳤지만, 글로벌 양대 의결권 자문사인 ISS와 글라스루이스까지 반대 입장을 내 놓자 표 대결에서 승산이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현대모비스의 외국인 지분율은 48%에 달한다.

시장에서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안에 비토를 놓은 이유는 분할 및 합병 비율이다. 정확히는 정의선 부회장에게 너무 유리한 방향이라는 것이다. 현대차그룹은 존속 모비스와 분할 부문을 순자산 기준으로 79대21로 나누고 현대모비스의 분할 부문과 현대글로비스의 합병 비율은 6대4로 산출했다. 엘리엇을 포함한 투자자들은 물론 자문사들도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공식적으로 밝혔다. 당장 현대모비스의 분할 비율 자체가 잘못됐다는 주장이 많았다. 알짜 사업부인 AS·모듈 사업부의 가치를 너무 낮게 잡았다는 얘기다. 분할 모비스의 가치가 낮고 글로비스의 가치가 높을수록 23.3%에 달하는 글로비스 지분을 가진 정 부회장에게 유리하다. ISS는 이익 대비 기업 가치를 동종 기업들과 비교할 때 분할 모비스와 글로비스 간 합병 비율은 7대3이 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아직까지 베일 쌓인 ‘플랜B’, 큰 틀 변화는 없을 듯=금융투자업계에서는 현대차그룹이 기존의 지배구조 개편안의 기본 구조를 흔들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현재 거론되는 시나리오는 크게 세 가지. 기존 안대로 현대모비스를 분할 한 후 분할 모비스를 상장하는 방안이 처음 나온다. 기존의 큰 틀은 유지하면서 합병비율 논란을 해소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다. 문제는 대주주에게 불리할 수 밖에 없는데다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점이다. 상장한 분할모비스와 현대글로비스의 시장가격은 ISS가 권고한 7대3 이상일 가능성이 크다. 더군다나 상장 후 합병까지 3개월이라는 시간이 필요하다.

지배구조 개편안이 나오기 전에 등장했던 지주사 시나리오도 다시 나온다. 엘리엇은 현대모비스가 현대글로비스가 아닌 현대차와 합병한 후 사업회사와 투자회사로 분할 한 후 지주회사체제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만, 업계에서는 현대차와 현대모비스는 물론 기아차를 포함해 삼각 분할 후 각 투자회사를 합병하는 방안에 힘을 싣는다. 다만, 현실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게 중론이다. 현대캐피탈과 현대카드 등 금융계열사 문제가 남기 때문이다. 금산분리 원칙 상 산업 지주회사가 금융계열사를 소유할 수 없다. 현대차의 연결 기준 매출액 중 현대캐피탈이 차지하는 비중은 15%에 달한다. 더군다나 지난해 미국 시장에서 폭발적인 반응을 보였던 ‘현대 어슈어런스’ 같은 금융 프로모션은 계열 금융회사가 아니고서는 힘들다.



기존 안에서 합병비율만 일부 조정하는 것은 명분이 약하다. 이를 보완한 게 현대모비스의 분할 기준을 새로 짜는 방안이다. 기존 안을 한 꺼풀 벗겨 내 보면 같은 사업부문이라도 무대가 국내인지, 해외인지에 따라 분할과 존속 여부가 달라진다는 문제점이 있었다. 현대차그룹은 현대모비스의 모듈 및 AS 사업부문을 분할 해 현대글로비스와 합병하겠다고 했지만, 같은 사업을 영위하는 해외 자회사는 여전히 존속 모비스에 남는다. 회사가 지배구조 개편의 명분으로 내세운 ‘역량의 집중’이 퇴색되는 부분이다. 시장에서는 “기업을 아는 사람이라면 회사를 이렇게 쪼개는 데 동의하기 힘들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다. 따라서 기능적 사업부로 분할 기준을 새로 정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국내 사업인지 해외 사업인지를 막론하고 특정 기능을 한 데 묶어 떼 내는 식이다. 기존에 존속 모비스에 남기기로 했던 핵심부품 사업부의 가치를 어떻게 평가할지도 관심사다. 지난 개편안 발표에서 현대모비스는 친환경차량(xEV) 부품과 관련해서는 언급이 없었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현대모비스 측은 가치 평가를 잘 받지 못해서 함구했다고 애널리스트들에게 설명했다. xEV 모듈 분야에 대한 가치 평가와 더불어 해당 분야가 핵심부품으로 분류될지, 혹은 모듈 부분으로 갈지에 따라 분할비율도 달라질 수 밖에 없다.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


◇늦어도 올해 말은 안 넘길 듯=‘플랜B’의 내용만큼 시기에 대한 시장의 관심도 크다. 추석 전·후, 11월, 연말 등 다양한 전망이 나온다. 물론 정확한 시점은 알 수 없다. 현대차그룹 내에서 세부적으로 밑그림을 짜는 실무진들도 마찬가지다. 우선 주가가 시기 결정의 결정적인 변수다. 대표적인 게 현대글로비스의 주가인데, 연중 최고가였던 4월 당시보다 현재 주가는 30% 이상 빠진 상태다. 현대글로비스의 대주주인 정 부회장으로서는 주가가 높을수록 유리하다. 현대글로비스가 시베리아 횡단철도를 시작으로 동북아 물류사업을 대대적으로 시작하고, 싱가포르를 거점으로 벌크선 사업을 확대하겠다고 발표한 이면에는 이런 연유가 있다. 추가적인 악재도 등장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이달 발표한 공정거래법 개정안을 발표하면서 상장사의 일감몰아주기 규제 대상을 기존 대주주 지분 30% 미만에서 20% 미만으로 강화했다. 정 회장과 정 부회장이 보유한 현대글로비스 지분은 29.9%. 10%의 오버행(대량대기매물) 이슈는 주가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수 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냥 기다리기는 어렵다. 늦어도 올해 말까지는 현대차그룹이 새로운 지배구조 개편안을 내 놓을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우선, 내년 3월 정 회장의 현대모비스 등기임원 임기가 만료된다. 개편안을 발표하고, 각 회사의 주주총회까지 거치는 데는 대략 2달 가량 걸린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기존의 개편안을 보완하겠다고 발표한 지 3개월이 지난 만큼 방법론에 있어서는 검토가 대부분 끝났을 것”이라면서 “문제는 시장 상황을 고려한 타이밍을 언제 잡느냐는 것인데, 결국에는 정 회장과 정 부회장의 결단에 달려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
/조민규기자 cmk25@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울경제 1q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