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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명]때론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게 도움이 된다

■산업부 김현수부장

구글·화웨이 등 AI기술 압도적

미중 4차산업 지원정책 빛발해

韓은 각종 규제에 2류로 추락

일일이 간섭 말고 기업에 맡겨야





지난 5일 막을 내린 유럽 최대 가전박람회 IFA 2018은 구글과 반구글로 구분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가전 업체가 아님에도 구글은 분명한 존재감을 드러냈다. LG전자·화웨이·하이얼·파나소닉 등 49개에 달하는 글로벌 가전 업체들이 구글 어시스턴트를 활용한 신제품을 쏟아내며 구글 인공지능(AI) 플랫폼 탑재를 강점으로 내세웠다. 그나마 삼성전자가 자체 플랫폼으로 대응했지만 확장성 측면에서는 아직 역부족이라는 점이 이번 IFA에서도 드러났다. AI 독립을 선언한 삼성전자가 구글의 공세에 버틸지 걱정이다. 삼성은 이미 독자적인 운영체제(OS)인 바다를 만들었다 실패했고 뒤이어 나온 사물인터넷 운영체제 타이젠도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한 뼈아픈 경험이 있다. 오죽하면 지난달 갤럭시노트9 언팩 행사에서 삼성전자 AI 담당 임원은 “플랫폼을 가져보는 게 꿈”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AI가 미래 정보기술(IT) 생태계의 주역이 될 것이라는 예고는 이미 오래전에 나왔고 검증까지 끝났다. AI 스피커나 스마트폰의 플랫폼은 우리에게 AI의 맛을 보여주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의 객관적인 AI 준비 수준은 어느 정도일까. 맥킨지글로벌연구소가 발표한 AI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AI 준비 수준은 일본·호주 등과 함께 평균 수준인 2그룹으로 분류됐다. 미국과 중국이 1그룹으로 분류된 가운데 오는 2030년에는 중국 AI 기술의 77% 수준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충격적이다. AI 강국을 외치며 투자를 확대하겠다고 큰소리쳤지만 기대 이하의 평가다. 만만하게 봤던 중국은 이미 저만치 가버렸다. 지난해 AI 스타트업에 투자된 152억달러 가운데 48%가 중국 기업으로 유입됐다. 이번 IFA에서 일부 매체들은 중국이 자체 플랫폼도 없이 구글과 아마존에 종속됐다고 전했다. 숲을 보지 않고 나무, 아니 나뭇잎만 보고 중국의 AI를 평가한 어처구니없는 보도다. 지난달 31일 리처드 유 화웨이 최고경영자(CEO)는 IFA 기조연설에서 ‘AI 개발 표준화’를 언급했다. IFA에 참석한 글로벌 기업들은 누구도 이 말을 허투루 듣지 않았다. 이날 화웨이는 7나노 공정을 기반으로 한 모바일용 AI 전용칩 ‘기린 980’을 공개했다. AI 칩은 딥러닝과 같은 AI 기술을 현재와 같이 클라우드컴퓨팅과 연결하지 않고 스마트폰에서 자체적으로 수행할 수 있도록 하는 하드웨어다. 소프트웨어에서 구글과 아마존이 우위를 점했다면 AI의 중심을 개별 디바이스로 옮기겠다는 전략인 셈이다. 화웨이의 구상에는 소프트웨어는 바이두 등 중국 업체들이 충분히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도 뒷받침돼 있다. 5년 전 이맘때쯤 바이두의 왕하이펑 부사장을 만났다. 당시 바이두의 딥러닝연구소(IDL) 설립을 소개했던 왕 부사장은 “바이두의 AI는 인터넷 광고, 게임이 아닌 플랫폼을 목표로 한다”고 말했다. 대부분의 외신은 반신반의했다. 왕하이펑은 현재 바이두의 수석부총재에 올라 AI 인재 10만명 양성 프로젝트를 진두지휘하고 있다.



AI 준비 2류로 떨어진 우린 여전히 헛발질이다. 화웨이가 차별화된 AI 전략을 발표한 날 우리 정부는 ‘데이터경제 활성화 방안’을 발표했다. 데이터 분석 국가자격증을 만들고 전문인력 5만명을 양성하겠다는 발표에 현장 전문가들은 ‘싸구려 노예 양성 프로그램’이라는 격한 반응을 내보였다. 도대체 5만명을 채용할 기업이 있는지 고민조차 하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정부가 100개의 데이터센터를 만들어 세금으로 일자리를 만들겠다는 계획에도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IT 전문가들은 하나같이 말한다. “규제를 풀면 기업이 나설 것을 왜 정부가 일일이 간섭하는지 이해를 못 하겠다”고.

시장과 기업 생태계는 ‘보이는 손’과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움직인다. 정부의 규제가 시장과 기업에 긴장감을 주기도 하지만 규제 해소와 정책 지원이 오히려 윤활유 역할을 한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정부가 모든 것을 할 수는 없다. 기업에 맡길 것은 기업에, 시장에 맡길 것은 시장에 맡겨야 한다. 때로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게 도움이 된다. hsk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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