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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상진칼럼]'미스터 션샤인①' 나의 모든것은 애신에게로…





세 남자가 한 여인을 사랑한다. 이들은 서로가 그녀에게 연정을 품었음을 알고 있으나, 시기와 질투를 쉽사리 꺼내지 않는다. 오직 여인의 안전만을 바랄 뿐이다. 보이는 곳에서, 또 보이지 않는 곳에서 이들의 붓과 총과 칼이 그녀를 위해 번뜩인다.

‘미스터 션샤인’은 판타지다. 팩션 사극을 표방했으나 업그레이드된 김은숙 작가의 전형적인 로맨스+그 무엇이다. ‘파리의 연인’을 필두로 한 재벌과 보통 여성의 러브스토리에서 삼각관계까지, ‘도깨비’와 ‘태양의 후예’를 통과한 김은숙표 판타지는 ‘역사’라는 주제에까지 다다랐다.

소용돌이치는 혼란의 역사 한복판에서 사랑하는 이를 위해 몸을 내던지는 멋진 남자들. 이 얼마나 상상만 해도 뭉클한 ‘성공적인 로맨틱’함인가.

역사왜곡 논란은 애당초 불필요했는지 모른다. 매국노 이완익(김의성)과 조선을 노리는 일본인 캐릭터만 있으면 악역은 충분했다. 부모의 억울한 죽음으로 미국인이 된 유진초이(이병헌), 백정이 싫어 일본으로 도망친 구동매(유연석)의 분노는 초반 긴장감을 만들기 위한 양념이었다. 군만두에 찍은 간장처럼 잠깐 짭짤하다 이내 사라지는.



방송 전 예고했던 것처럼 주인공들은 의병에 가까운 길을 향하고 있다. 김희성(변요한) 역시 드디어 붓이라는 자신의 무기를 찾았다. 이들이 든 총과 칼, 그리고 붓은 오직 고애신(김태리)을 위협하는 이들에게로 향한다. 그녀가 알고 모르고는 상관없다. 그녀를 위해 자신이 해야 할 명확한 일만 묵묵히 해낼 뿐이다.

유진초이는 고애신에 말한다. “날 쏜 여인의 손을 잡으란 말이오.” 그녀는 답한다 “총구 속으로 들어온 사내의 손을 잡는거요.” 둘은 격하게 포옹한다. 새드엔딩, 그 반대말을 묻는 엄귀비에게 “모든 끝맺음은 나름의 슬픔을 품고 있으니 여직 알지 못한다”고 애신은 답한다. 꿈같은 뉴욕 생활이 그저 상상에서나 두뼘 거리라는걸 이들은 아주 잘 알고 있다.



구동매는 그녀를 막아선다. 왜 자꾸 그런 선택을 하냐고. 정혼을 깨고, 흠이 잡히고, 총을 들어 기어이 표적이 되는 그런 위험한 선택을. 아무것도 하지 말라고, 날아오르지도, 세상에 어떤 질문도 하지 말라 읊조리며 윽박지른다. 그리고 그녀의 머리칼을 스윽 베어낸다. 삶에 대한, 그녀에 대한 미련을 단숨에 잘라내듯.

김희성은 시를 던진다. 꽃을 보는 방법을 아냐고. 꽃을 꺾어 서화병에 꽂거나, 꽃을 만나러 길을 나서거나. 나는 그 길을 나서보려 한다고. 나쁜 마음일 것은 잘 안다. 그 길에는 꽃이 피어있지 않을 테니. 자신이 더 이상 애신의 마음을 얻을 수 없음을 알게된 그는 붓을 든다. 그리고 한자 한자 정성들여 호외를 적어내려간다. 연서처럼.



고애신은 약하다. 그녀에게 연정을 품은 이들은 물론 둘러싼 모든 이들에게 보호받는다. 20대 후반에도 그녀는 여전히 행랑아범과 함안댁이 따라붙는 ‘애기씨’다. 그러나 그녀는 강하다. 총을 쏘고 담을 넘는다. 사람을 위해 눈물흘릴 줄 알고, 그들과 함께하는 법을 안다. 무엇보다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기에 거침없다. 가장 보호받아야 할 그녀가 사실 가장 굳건하다.

이제 피할 수 없는 역사의 비극이 찾아온다. ‘역사가 스포일러’라는 말처럼 일본은 조선의 주권을 훼손하기 시작한다. 애신을 구하기 위해 이들은 하나, 둘, 세가지 방법을 생각해내리라. 구동매는 그녀에게 동전을 받았고, 김희성은 무릎에 누워 잠시나마 안식을 얻었다. 그리고 유진초이는 마음을 얻었다. 그거면 됐다. 이 비극적인 세상에서 그정도면 나를 바칠 대가로 충분하다.

러브, 키스, 그리고 새드엔딩. 그리고 오얏꽃 흩날리던 날의 찬란한 햇빛. 이들 모두 그녀를 위해 존재하는 판타지 Mr. sunshine 이다.

/최상진기자 sesta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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