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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규제혁신 구호만으론 혁신성장 어렵다

오정근 한국금융ICT융합학회장

경직된 법·시민단체 반대에

여당·관료까지 강경일변도

미래 신산업 발전 가로막혀





청와대가 야심 차게 출발한 규제혁신이 난관에 부딪치고 있다. 규제혁신 1호 과제 인터넷전문은행 은산분리 규제 완화는 재벌 사금고화 우려가 있다는 1970년대 사고에서 벗어나지 못한 여당 강경파와 시민단체의 반대로 용두사미가 될 것으로 우려된다. 대주주 자격요건을 전산업으로 할 것인가, 자산 10조원 이상 상호출자제한기업 중 정보통신기술(ICT) 자산비중이 50% 넘는 곳으로 한정할 것인가, 산업자본의 1대 주주 지분율을 25~34%까지만 할 것인가가 논점이다. 이마저도 여당 강경파와 시민단체의 반대로 불투명해지고 있다. 미국·일본의 경우 산업자본의 은행 소유는 감독 당국의 승인만 있으면 100%까지도 허용하고 있다. ICT 기업으로 제한하는 경우도 없다.

법인이 은행지분 10% 이상을 보유하려면 지난 5년간 벌금형 이상의 처벌을 받은 일이 없어야 한다는 은행법 시행령도 이슈다. KT는 지난 2008년, 카카오와 9월 합병을 앞두고 있는 카카오엠은 2014년 각각 담합행위로 2016년 대법원에서 벌금형이 확정된 적이 있어 KT와 카카오가 대주주가 될 수 없을 우려도 있다. 인터넷전문은행 발전을 위해 대기업 산업자본에 길을 터주려는 은산분리 규제 완화가 실효성이 없어지고 한국 진출을 노리는 외국 인터넷전문은행에 한국 시장을 내어주는 결과만 가져올 가능성도 크다. 위법행위 기준일을 적용하거나 ‘금융회사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에 의거해 금융관계법령 위반 여부만 체크하는 등 규제혁신의 실효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신축적인 적용이 필요해 보인다.

2호 과제 원격의료는 군부대와 도서벽지에 한해 실시하기로 합의해 사실상 용두사미가 되고 있다. 의료영리화와 민영화에 반대해온 시민단체를 의식한 졸속한 결정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고혈압·당뇨 등 만성질환자, 거동이 불편한 노인과 장애인도 모두 빠졌다. 유전자치료 연구 규제도 제외되고 의료 빅데이터를 이용한 의료혁신도 어렵게 됐다. 일본은 이미 3년 전부터 원격진료를 시행해오고 있다.



3호 과제 빅데이터 규제 완화는 더욱 암담한 실정이다. 우선 현재 빅데이터를 규제하는 개망신법이라고 불리고 있는 규제3법인 개인정보보호법·정보통신망법·신용정보법이 개정돼야 한다. 개인정보보호법은 행정안전부, 정보통신망법은 방송통신위원회, 신용정보법은 금융위원회 소관이다. 여당은 당초 청와대와 협의해 대통령 직속의 개인정보보호위원회(개보위)에 각 부처의 규제 권한을 이관하고 개보위를 독립기관으로 확대해 개인정보를 일괄 관리하려 했다. 개보위의 권한 강화와 확대, 독립화는 개인정보 보호를 강화하라는 참여연대 등 일부 시민단체의 요구다.

현재 개보위 위원들은 전직 소관부처 관료, 법조인, 시민단체 대표로 구성돼 규제 일변도다. 활용 부문 대표는 없다. 따라서 개보위 권한 강화는 빅데이터 규제 완화 취지와는 반대로 규제가 더욱 강화될 우려가 크다. 유럽연합(EU)이 5월부터 시행하고 있는 개인정보보호규정(GDPR)은 철저히 개인정보 처리에 관한 모든 권한을 개인에게 돌려주고 있다. 네덜란드·독일·스페인 등 일부 유럽 국가에서 추진 중인 ‘자기주권 디지털정보(self-sovereign digital identity)’ 개념은 정부나 국가기관은 블록체인 기술을 이용해 개인정보의 인증만 해주고 개인정보의 생성·갱신·보관·관리·사용은 개인들이 하도록 하고 있다. 개보위 권한을 강화해 개인정보보호를 강화하려고 하는 한국과는 정반대다. 정보가 국가기관에 집중되면 정보기술의 발전과 더불어 빅브러더 문제가 커질 수도 있다.

그러나 이마저도 각 부처의 반대로 제동이 걸리고 있다. 낙하산으로 내려갈 산하기관을 많이 가지고 있으려는 한국 관료들의 고질적인 문제다. 각 기관 간 전산코드도 일치하지 않는 등 현장 인프라도 낙후돼 있다. 이러니 한국은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원(IMD)의 2017년 조사에서 빅데이터 활용 수준이 63개국 중 56위로 빅데이터 후진국이다. 국회 강경파, 시민단체, 이익단체 관료들의 첩첩산중 반발을 넘어 규제를 혁파하고 혁신성장으로 가는 길은 혁명보다 힘들다는 말이 실감이 날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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