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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칼럼] 지구촌 성장 스토리 왜 끝나가는 걸까

인플레 없는 글로벌 성장세 불구
트럼프 곳곳 무역분쟁 일으키고
독점 IT업체들은 경쟁사 짓밟아
평화·번영시대 휘젓는 요인으로

  • 2018-09-10 17:21:03
  • 사외칼럼
파리드 자카리아 워싱턴포스트 칼럼니스트·CNN ‘GPS’ 호스트

[해외칼럼] 지구촌 성장 스토리 왜 끝나가는 걸까
파리드 자카리아

도널드 트럼프가 좀 독특하기는 해도 명민하며 그의 광기 뒤에는 분명 설명하기 힘든 숨은 계획이 있으리라 굳게 믿는 몇 안 남은 사람들에게 지난주에 나온 폭로는 모든 것을 명료하게 보여줄 것이다.

밥 우드워드의 새 책과 익명의 행정부 고위관리가 작성한 뉴욕타임스의 기고문은 트럼프의 요란스럽고 충동적이며 일관성 없는 자아도취적 표면의 뒷면에 요란스럽고 충동적이며 일관성 없는 자아도취적 남성이 놓여 있다는 사실을 명백히 보여준다.

대통령의 그럴듯한 사이코드라마가 우리의 관심을 사로잡기는 하지만 드라마가 아닌 현실 세계에는 TV에서 이야기가 되건 말건, 중차대한 결과를 수반하는 현실적인 트렌드들이 이어진다는 사실을 기억하자.

아마도 우리가 커튼 뒤에서 너무 먼 곳을 응시하지 않는 것은 눈앞의 모든 것이 대체로 좋아 보이기 때문일 것이다.

지금 세계는 전반적으로 평화와 번영을 구가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특히 미국 경제는 튼실한 성장과 낮은 실업률의 뒷받침 속에 활기차게 돌아가고 있다.

이유가 뭔가? 아무도 확실히 알지 못한다. 그러나 2차 세계대전 이후 성장이 하나의 규범(norm)으로 자리 잡았다는 사실은 기억할 만한 가치가 있다.

파이낸셜타임스의 마틴 울프는 지난 1950년대 초반 이래 세계 경제는 매년 성장을 거듭했고 얼마 안 되는 몇 번의 예외를 제외하고는 늘 2% 이상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대규모 전쟁을 제외한) 정치적 이슈들은 경제에 별다른 충격을 주지 않았다.

거대하고 복잡한 19조달러짜리 야수인 미국 경제는 워싱턴의 몇몇 정책 변화가 아니라 거대한 구조적 경향(structural trends)에 의해 모양 지어졌다.

미국 경제는 예상보다 약간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트럼프는 거의 매일 이것을 자신의 성과로 떠벌린다. 부분적으로는 맞는 얘기다.

그의 행정부 아래에서 단행된 광범위한 규제 철폐가 비즈니스 활동에 대한 통제를 완화시키는 효과를 냈을지 모른다.

전면적인 감세가 기업 자금을 풀어놓았을 수도 있다. 그러나 자금유입에 의한 일시적 경제 성장은 대대적인 적자 확대와 불평등 심화라는 값비싼 대가를 요구한다.

세계를 모양 지은 세 개의 보다 광범위한 트렌드는 평화·세계화와 기술이다.

강대국 사이의 평화는 세계 대부분의 지역에서 경제활동의 지속적인 급증을 가능하게 한다.

한때 빈곤했던 서구 바깥쪽 국가들의 성장을 일컫는 “나머지 국가들의 부흥”은 세계 경제에 동력을 제공하는 가장 강력한 힘으로 남아 있다.

이 같은 세계화와 계속 진행 중인 기술혁명은 과거의 경우 거의 언제나 성장을 멈춰 세웠던 인플레이션이라는 경제적 요인 없이 지속적인 성장을 가능하게 했다.

일부 개발도상국의 인력을 통해, 혹은 자동화를 통해 상품과 용역이 값싸게 공급되면 물가는 오르기 힘들다.

지난 25년간 지속된 인플레이션의 부재는 글로벌 성장엔진을 계속 돌려주는 가장 괄목할 만한 트렌드다.

그러나 표면 아래를 살펴보면 이처럼 온화한 환경을 생산하는 힘이 점차 거센 압력을 받고 있는 듯 보인다.

국제 질서와 안정의 선구적 설계사인 미국이 스스로 이들을 교란시키고 있다. 트럼프는 1945년 이래 세계의 평화와 안정을 지탱해온 동맹 구조의 가치에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는 고립주의자다.

그는 미국을 세계 무대에서 철수시키거나, 예컨대 유럽과 일본·걸프국들로부터 돈을 받는다든지 이라크의 석유자산을 몰수하는 등의 방식으로 이제까지 담당해온 국제적 역할을 영리적이고 준식민주의적인 사업으로 전환시키려 든다.

트럼프 행정부는 유럽연합(EU), 중국, 캐나다와 멕시코 등 미국의 중요한 교역 파트너들과 대규모 무역분쟁을 벌였다.

이제 남은 것은 세계를 변모시킨 기술혁명뿐이다. 그러나 여기서도 트렌드는 미국에 완전히 유망하지만은 않다.

먼저 미국은 종잣돈에 해당하는 초기 투입자본을 까먹고 있다.

1960년대와 1970년대에 이뤄진 기초과학에 대한 투자와 연구가 지금까지 미국의 기술업체들을 떠받쳐왔다. 아마존·페이스북과 애플이 정부가 개발한 인터넷과 위성항법장치(GPS) 없이 세계 무대를 장악할 수 있었을까?

지금도 과학과 기술 분야에 대한 방대한 차세대 투자 물결이 발생하고 있기는 하지만 미국이 아니라 중국에서다.

테크놀로지에 대한 반기류도 존재한다. 우리는 5년 전과는 판이한 세상에 살고 있다. 이곳에서 테크놀로지 업체들은 독과점 지배력을 행사해 경쟁사들을 짓밟고, 소비자 정보를 함부로 뒤져 이윤을 취하며 프라이버시를 침해하면서 사회로부터 유리된 엘리트층의 일부로 여겨진다.

이를 뒷받침하는 증거는 언제 어디서 ‘뚜쟁이’ 짓을 해야 좋을지 꿰뚫어보는 탁월한 본능의 소유자인 트럼프가 대형 기술사들을 상대로 규칙적으로 트윗을 날린다는 사실이다.

도착적 흥미를 유발하는 트럼프 프리크쇼(freak show)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평화와 번영의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그러나 그 표면 아래에는 미국이 누리는 고요함을 휘저을 수 있는 급류가 흐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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