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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_창업을_응원해] 문과생의 늦깎이 '기술창업' 도전기

강다겸 앨리스헬스케어 대표

관절 인식해 재활치료 운동 도와주는 '앨리스'

행정고시 실패 후 새롭게 눈 뜬 창업세계

미국 실리콘밸리 데모데이서 1등 쾌거





“집에서도 꾸준히 해주셔야 합니다.” 오십견이나 휜 다리·척추 교정 등으로 병원에 가서 치료를 받고 나면 꼭 듣게 되는 말이다. 일주일에 2~3번씩 받는 물리치료와 함께 집에서 운동 복습을 해야 치료 효과가 크기 때문이다. 마음 가득 ‘완치의 열정’을 품고 집에 오지만 막상 동작을 하려니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운동을 하면서도 병원에서 알려준 대로 동작을 하고 있는지 의문이 든다.



내가 운동하는 모습을 분석해서 실시간으로 교정해주는 프로그램이 있다면 어떨까. 강다겸(30) ‘앨리스헬스케어(Alycehealthcare)’ 대표는 머신러닝 기술을 이용해 이를 구현해냈다. 11일 기자와 만난 강 대표는 “휴대폰에 있는 모바일 카메라나 컴퓨터에 있는 웹카메라 앞에서 동작을 하면 관절을 하나하나 인식해 올바른 자세를 유지하도록 도와준다”며 재활운동 솔루션 앨리스를 소개했다.

기존에 활용되던 솔루션은 키넥트 센서라고 하는 ‘3D 깊이 카메라’다. 닌텐도 ‘위(wii)’가 사용자의 동작을 인식하는 방식과 같은 원리다. 별도의 셋톱박스 장치가 필요하다는 부담이 있다. 앨리스는 장치 없이도 카메라를 통해 사용자의 동작을 인식해 저장할 수 있다.

강 대표는 “저희 프로그램은 순간적인 움직임을 미세한 시간으로 쪼개 이미지로 찍은 후 그걸 저장해 분석하는 방식으로 구동된다”며 “재활치료 운동의 동작들이 어느 정도 정형화 돼 있어서 물리치료사와 운동처방사 분들을 직접 녹화해서 영상을 제공한다”고 설명했다.

현재는 병원 고객을 염두에 두고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지금까지는 병원이 환자들에게 종이에 그림을 그려 재활운동을 안내하거나 영상으로 제공했다. 환자들은 제대로 된 방향이나 속도를 몰라서 운동 숙제를 못해오고 결국 치료가 더디다는 한계가 있었다. 앨리스를 이용하면 개인별로 몸의 움직임과 관절 가동범위까지 측정돼 맞춤형 교정 서비스가 가능하다.



◇3년간 행정고시 도전했으나 실패, 스물여섯살에 발을 들인 ‘창업’의 세계

사실 강 대표가 처음부터 창업을 생각한 건 아니었다. 대학교 1학년 때부터 부모님의 말에 따라 행정고시를 준비했다. 처음 도전한 해에 1차 시험에 덜컥 합격하면서 그렇게 3년간 고시생 삶이 이어졌다.

어느날 우연히 본 유투브 동영상 하나가 강 대표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꿔놨다. 연이은 불합격으로 고시공부가 지칠 즈음이었다. 정치외교학을 전공한 강 대표는 평소에 선거에 관심이 많았다. 심심해서 들어간 유투브에서 ‘오바마 재선 전략’ 관련 영상을 보게 됐다.

“정치외교학을 전공한 전형적인 문과생이었어요.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재선에서 이길 수 있었던 비결이라면서 빅데이터 활용 전략이 영상에 나오는데 가슴이 뛰었어요. 유권자들의 생활양식을 분석해 1주차에는 모바일로, 2주차에는 우편으로 자료를 전달해야 한다는 내용이었어요. 빅데이터 등 컴퓨터 기술을 하나도 몰랐지만 마음속에서 ‘기술창업’을 해야겠다는 열정이 꿈틀댔어요.”

그날 이후 강 대표는 창업 아이템을 고심했다. 본인의 관심사를 하나하나 생각해보던 강 대표는 K-pop 댄스를 떠올렸다. 고시공부를 하면서 건강이 안 좋아졌고 재미있게 운동하기 위해 K-pop 댄스를 연습하던 그녀였다. 전신 거울이 있는 연습실이 아니면 내 모습을 볼 수 없는 환경이 늘 아쉬웠다. 컴퓨터 화면안에 한 쪽은 케이팝댄스 선생님이 나오고 옆에는 내 모습이 나오면 쉽게 따라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창업 지식이 전무했던 강 대표는 독서실에 간다고 하고 창업 교육을 받으러 다녔다. 그렇게 1년 가까이 스마트창작터 등 정부 지원 무료 창업교육을 듣고 ‘K-pop댄스 배우기 아이템’을 발표하며 창업마인드를 키웠다. 2013년, 스타트업 경진대회에 출전해 당당히 선정된 후 지원금 5,000만원을 손에 쥔 강 대표는 부모님께 행정고시를 그만두겠다고 선언했다.

“30살까지 내가 하고싶은대로 인생을 살아보겠다고 말씀드렸어요. 행정고시를 그만 둘쯤에 자신감이 바닥을 쳤거든요. 지치기도 했고. 자격증이나 스펙을 쌓지도 못했는데 사회에 나가서 일을 할 수 있을까 싶었어요. 친구들은 하나 둘 취업하기 시작했고요. SNS를 끊고 죽기 살기로 창업에 매달려야겠다 생각했어요.”

스타트업 대표를 하게 된 후 하나부터 열까지 모든 것을 혼자 해야했다. 명함에 들어갈 문구와 사소한 기호 하나까지도 모두 강 대표의 몫이었다. 기획자와 개발자 섭외도 처음 해보는 일이었다. 그렇게 2년 넘게 창업 시장에서 고군분투 하고나니 이제는 어디에 떨어뜨려 놓아도 살아갈 수 있겠다고 생각하게 됐다. 강 대표는 창업에 도전해서 얻게 된 가장 큰 자산이 ‘멘탈’이라고 강조했다.



◇창업, 사회에 기여할 수 있다면 인생을 걸만한 일

2017년은 강 대표에게 ‘터닝포인트’가 된 해다. 지금의 앨리스헬스케어 사업이 구체화 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정부 주최 스타트업 경진대회에서 우수한 성적으로 뽑히면서 미국 실리콘밸리 교육 기회가 주어졌다. 처음 10팀을 뽑았고 단계를 거쳐 5팀을 뽑았다. 다시 한번 경쟁을 거쳐 최종 팀에 올라 워싱턴D.C.에서 사업 자문 등을 받을 수 있었다. 1년 남짓한 기간을 미국에서 보내면서 시야가 넓어졌다.

“미국에서 의사분들과 재활 치료사 등 여러 전문가분들로부터 조언을 받으면서 K-pop 아이템이 헬스케어로 확장될 수 있었어요. 미국은 땅이 넓어서 원격 재활치료 수요도 높고 의료 분야에 대한 관심도 많아요. 우리나라도 이쪽 분야가 활성화되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미국에 비해 법적인 규제가 있는 편이에요. 앨리스헬스케어도 초반에는 미국 시장을 타겟으로 해서 기반을 다지려고 해요”

강 대표는 이미 미국에도 법인을 세웠다. 재활치료 서비스 이후에는 요가와 골프 등 홈 트레이닝 쪽으로 사업을 다양화 할 계획이다.

스타트업 경진대회에서 두각을 나타내면서 대기업으로부터 투자 건도 논의 중이다. 올해 안에 10억원 규모의 투자가 이뤄질 예정이다.

내년에는 미국에서 열리는 국제가전박람회(CES)에 제품을 전시할 기회도 주어졌다. 한국관의 헬스케어 부문 스타트업 분야에 선정된 덕분이다.

“늘 불안한 마음이 있긴해요. 하지만 죽기 살기로 하다 보면 무언가 다 배우는 게 있겠죠. 기업을 세워 사회에 조금이라도 기여할 수 있다면 인생을 걸만한 값진 일이라고 생각합니다.”/백주연기자 nice89@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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