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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파식적]다모클레스 지수

  • 권구찬 논설위원
  • 2018-09-11 17:31:59
  • 사내칼럼
[만파식적]다모클레스 지수

다모클레스는 자신이 모시는 왕의 권력과 부를 부러워했다. 이를 눈치챈 왕은 그에게 “내 권좌에 잠시 앉아 보겠느냐”고 깜짝 제안을 한다. 다모클레스는 왕의 배려에 감격한 것도 잠시, 이내 공포에 사로잡히고 만다. 권좌에 앉아 위를 올려다보니 날카로운 칼이 말총 한 올에 간당간당 매달려 있지 않은가. 왕은 그제야 “권좌란 언제 떨어질지 모르는 칼 밑에 있다”며 옥좌를 잠시 비워준 의미를 설명했다. 기원전 4세기 그리스의 한 도시국가에서 일어난 일화다.

‘다모클레스의 칼’은 권력의 무상함이나 권력욕에 대한 경계의 의미를 담고 있다. 로마의 정치가이자 철학자인 키케로가 연설에서 사용하면서 널리 퍼졌다. 현대에 이르러서는 ‘권력에 눈멀지 않아야 한다’는 원래의 의미는 퇴색하고 위기일발의 순간이나 상황을 뜻하는 대명사로 진화했다. 1961년 존 F 케네디 미국 대통령이 유엔총회 연설에서 핵전쟁의 위험을 경고하기 위해 인용하면서 위기의 의미는 더 강해졌다.

국제 금융 시장에서도 곧잘 사용된다. 미국 중앙은행이 천문학적인 유동성을 회수하는 출구전략을 가동할 때 월가에서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통화정책을 이 칼에 비유했다. 통화정책의 칼을 잘못 휘두르다가는 경기 침체와 위기의 재발을 초래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2008년 금융위기로 파산한 리먼브러더스는 이 용어를 신흥국 외환위기 경보 시스템에 차용했다. 리먼이 1996년 개발한 ‘다모클레스 금융위기 인덱스’는 보유외환 대비 수입액과 단기부채 비율, 단기금리 등 10개 지표를 토대로 신흥국 위험도를 산출한다. 지수가 100을 넘으면 1년 이내 위기에 직면할 공산이 크다는 의미다.

다모클레스 지수가 며칠 전 발표됐다. 리먼의 아시아·유럽 부문을 인수한 노무라증권은 아르헨티나와 남아프리카공화국·터키·파키스탄 등 7개국을 위기 노출 국가로 선정했다. 이 지수는 금융위기를 겪은 신흥국 50여곳 가운데 3분의2를 맞힐 정도로 정확도가 높다고 한다. 하지만 10년 전 자신의 머리 위에 다모클레스의 칼이 매달려 있다는 사실을 감지하지 못한 것은 아이러니다. 15일로 리먼이 파산 신청을 한 지 10년이 된다. 우리나라는 이 지수가 18에 불과해 위기 가능성이 희박한 것으로 평가된 것은 다행스럽지만 언제 어디에서 위기의 칼끝에 직면할지는 누구도 모를 일이다. 방화벽을 단단히 쌓고 기초체력을 기르는 길밖에 없다. /권구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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