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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 여전히 음주운전에 관대한 나라

조교환 디지털미디어부 차장





지난 7일 청와대 홈페이지에 음주운전 관련법 개정을 촉구하는 국민청원이 올라왔다. 청원 글에는 음주운전자의 교통사고로 형을 떠나보내야 했던 동생의 절규가 담겨 있었다. 청원자는 음주운전자에게 살인죄를 적용해 처벌을 강화해달라고 호소했다. 이 청원 글은 11일 현재 840명의 동의를 얻은 상태다.

음주운전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2015년 청주 ‘크림빵 아빠’ 뺑소니 사건과 5월 영동고속도로 역주행 사고 때도, 지난달 동승자 2명의 생명을 앗아간 뮤지컬 제작자의 음주운전 사고 때도 어김없이 국민들은 분노했다.

지난 5년간 음주운전 교통사고는 12만건에 달한다. 지난해에만 439명이 숨지고 3만3,364명이 다쳤다. 매일 1명 이상이 음주운전 사고로 뜻하지 않게 생을 마감하고 있다.

이렇듯 ‘잠재적 살인자’인 음주운전자가 활개치는 것은 바로 솜방망이 처벌 때문이다. 음주운전으로 사망사고를 낸 경우 1년 이상의 유기징역을 선고하게 돼 있다. 하지만 실형이 선고되는 경우는 20%에도 못 미친다. 음주운전으로 사망사고를 내더라도 대부분 집행유예에 그친다. 그러다 보니 음주운전을 해도 돈으로 때우면 그만이라는 인식이 팽배하다. 국민을 보호하기 위한 법이 되레 범법자를 구제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니 참 아이러니하다.

음주운전 처벌 수위는 다른 나라에 비해 턱없이 낮다. 싱가포르는 처음 음주운전으로 적발되더라도 6개월의 징역형을 선고한다. 미국 워싱턴주의 경우 음주운전 사망사고 발생 시 1급 살인 혐의를 적용해 무기징역까지 선고할 수 있다.



음주운전 기준도 관대하다. 미국과 일본·독일은 혈중알코올농도 0.03% 이상을, 스웨덴은 0.02% 이상을 음주운전으로 본다. 반면 우리나라는 혈중알코올농도 0.05% 이상을 음주운전 기준으로 규정하고 있다. 기준을 0.03%로 낮추자는 법안이 발의됐지만 국회에서 막혀 통과되지 않고 있다.

도로교통법 제44조 1항에는 ‘누구든지 술에 취한 상태에서 자동차 등을 운전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술을 마셔도 취하지만 않으면 운전해도 된다는 말인가. 이러니 술은 마셨어도 음주운전은 하지 않았다는 우스갯소리까지 나오는 것이다.

한 사람의 인생을 송두리째 빼앗고 화목한 가정을 한순간에 무너뜨리는 음주운전 사망사고는 명백한 살인 행위다. 피해자의 가족들은 누군가의 잘못으로 평생 고통 속에 살아간다. 무릎 꿇고 눈물로 사죄해도 용서받지 못할 그들은 오늘도 술을 마시고 운전대를 잡고 있다. 잠재적 살인자들이 밤낮없이 거리를 활보하는데도 정작 피해를 막아야 할 법은 관대하다 못해 그 기능을 잃어버린 지 오래다.

물론 술을 한 잔이라도 마시면 운전대를 잡지 말아야 한다는 사회 인식의 확산도 필요하다. 하지만 무엇보다 음주운전 처벌을 강화해 국민의 생명을 지켜줄 수 있는 법의 울타리가 절실하다. 더는 음주운전 사고로 소중한 사람을 떠나보내는 국민이 없기를 바란다.
/chang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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