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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인교칼럼] 높아지는 소프트 브렉시트 가능성

인하대 대외부총장·국제통상학 전공
EU '노딜 브렉시트' 우려 커지자
강경론 완화 11월 협상타결 언급
韓, 양측 시장개방 수위 지켜본 후
英과 양자 FTA 추진 본격화해야

  • 2018-09-11 17:19:30
  • 사외칼럼
[정인교칼럼] 높아지는 소프트 브렉시트 가능성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Brexit) 협상의 타결 가능성이 엿보이고 있다. 영국은 탈퇴 비용을 줄이고 비회원국으로서의 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는 반면 유럽연합(EU)은 그리스·체코·폴란드 등 추가 탈퇴 국가를 막기 위해 영국에 ‘매운맛’을 보여줘야 하는 상황으로 양측은 힘들게 협상을 할 수밖에 없다.

2차 세계대전 이후 시작된 유럽 통합 과정에서 영국은 독일·프랑스 등 대륙 국가와 이견을 보이는 경우가 많았으므로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이번 기회에 영국이 현실을 제대로 인식하도록 따끔한 교훈을 줘야 한다고 생각하고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를 거칠게 대해왔다.

국내 절차를 거쳐 지난 2017년 3월 말 영국 정부가 EU 탈퇴 의사를 공식적으로 유럽위원회에 전달함에 따라 리스본 조약 50조에 근거한 탈퇴 협상 일정이 진행됐다. 브렉시트 이전과 이후 권리관계, 국경 문제 등에 대해서도 입장이 엇갈리고 있지만 브렉시트 이후 영국과 EU 간 시장개방 형식에 대해서는 양측 간 입장 차이가 크다. 최근 영국은 EU와 관세동맹이 가능하도록 자국 통상법 개정에 성공했으나 국내 반발이 적지 않다.

탈퇴 당사국을 포함한 전 EU 국가들이 동의하지 않는 한 영국의 EU 회원국 지위는 EU 규정에 따라 탈퇴 의사 통보 2년 시점에 자동적으로 소멸된다. 즉 협상이 회원국 지위 소멸 시점 이전에 타결되지 않는다면 ‘노딜(No Deal) 브렉시트’가 되므로 영국은 애초부터 불리한 여건에서 협상을 할 수밖에 없다. 협상 타결 후 영국 및 EU의 처리 절차를 감안하면 늦어도 올가을에 모든 쟁점이 해소돼야만 노딜 브렉시트를 면할 수 있다.

메이 총리는 EU 회원국으로서 지켜야 할 의무는 면제받고 경제적으로는 EU 회원국과 통상관계를 원만하게 유지하는 소프트 브렉시트를 추진해왔다. 하지만 EU가 하드 브렉시트(EU 단일시장·관세동맹 모두 포기하는 탈퇴) 입장을 고수함에 따라 노딜 브렉시트 우려가 제기되자 최근 EU 수뇌부는 기존 입장을 다소 완화하는 논의를 시작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브렉시트 국민투표 이후 외국 기업의 영국 탈출에다 무역갈등 우려에 따른 투자와 소비 감소로 영국 경제는 급랭 현상을 보이고 있다. 브렉시트로 영국의 국내총생산(GDP)이 2%포인트 줄어들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는 메이 총리의 소프트 브렉시트를 지지하는 요인이 된다. 보수당 내 하드 브렉시트 강경론자의 반발로 메이 총리의 입지가 좁아지자 협상 타결을 위해 EU는 메이 총리에게 힘을 실어주는 방안을 모색하게 됐다.

EU 탈퇴로 인한 손실을 뼈저리게 느끼도록 해야만 추가 탈퇴를 막고 EU 체제를 공고하게 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는 EU 내 강경론이 여전하지만 그동안 하드 브렉시트로 일관해왔던 미셸 바르니에 EU 협상단 대표가 오는 11월 협상 타결을 언급한 것으로 보면 소프트 브렉시트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브렉시트 최종일이 채 200일이 남지 않은 상황에서 영국과 EU가 극적인 타협을 할 수 있지만 브렉시트 이후 상황에 대응하기 위한 기업 차원 혹은 국가적 차원의 대응이 아직 가시화되고 있지 않은 듯하다. 브렉시트 이후 영국의 통상규범은 분야에 따라 EU와 다를 수 있고 우리 기업들은 영국이 새로이 정하는 통상규범을 숙지해야만 국제 비즈니스에서 위험을 줄일 수 있을 것이다. 우리 업계는 브렉시트 이후 영국과의 통상 분야 공백을 우려하고 있다. 국가적으로는 무엇보다 영국과의 양자 간 자유무역협정(FTA) 추진을 서둘러야 할 것이다. 만약 최혜국대우(MFN) 관세가 부과되면 한·EU FTA 체제하에서 무관세로 수출하던 우리 기업들은 수출절벽의 위기로 내몰릴 수 있다.

우리나라는 다양한 채널을 통해 영국과의 FTA 추진을 제안하고 있으나 영국의 사정으로 본격적인 추진이 지연되고 있다. 영국 입장에서는 브렉시트 협상이 우선이고 EU와의 시장개방 관계를 설정한 후 우리나라와의 통상협상에 나설 수밖에 없을 것이다. 통상 분야 공백을 막기 위해서는 한·EU FTA를 일정 기간 인정하고 그 사이 협상을 통해 한영 FTA를 발효시키는 방안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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