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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D수첩’ 한전 하청 노동자 조명..“한달 5명 구급차 行”

MBC ‘PD수첩’이 22,900V 살아있는 전선 아래 아슬아슬 위험한 한국전력 하청 노동자들의 현장을 담은 ‘한국전력의 일회용 인간들’편을 11일 방송한다.

사진=MBC




대한민국의 모든 전력 공급을 책임지며 현대 자동차와 자산규모 2위 자리를 다투는 국내 최대 공기업 한국전력. 그리고 공급된 전기를 유지하는 한전의 핵심 업무 담당 배전 전기원. 우리가 전기로 인해 누리는 쾌적한 삶 그 내면에는 숨겨진 노동자의 땀과 눈물이 있다. 살아있는 고압 전선이 삶과 죽음의 경계가 된 배전 전기원들의 목숨 건 현장을 찾아간 ‘PD수첩’은 한국전력이 외면한 위험천만한 현장을 생생하게 전한다.

순간 번쩍한 한 순간의 사고였다. 서울의 한 화상 전문병원에는 긴급한 앰뷸런스 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한 달 평균 5명, 일 년이면 약 60명 이상의 배전 전기원들은 감전으로 인한 화상을 입어 구급차에 실려 온다.

정신을 차린 전기원이 처음 꺼낸 말은 팔만 자르지 말라는 다급한 부탁이다. 16m 상공, 전봇대에 올라 멀리 세상을 비추는 히어로가 되고 싶던 이의 자부심은 사지가 절단되어 버림받은 일회용 인간의 삶으로 전락했다. 직장만 잃은 게 아니었다.

안전사고로 인해 화상, 절단 또는 사망에까지 이른 배전 전기원들은 모두 누군가의 남편과 아버지였다. 순간의 사고로 한 가장이 든든히 버텨냈던 가정은 힘을 잃고 무너졌다. 약 값과 병원비는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이었고 아버지는 가족에게 고개를 들지 못했다. 죽어가는 순간에도 가족들만을 걱정하던 한 전기원의 사연은 제작진까지 눈물짓게 했다.

전국에 설치된 전봇대는 약 900만 대. 그 위를 수년간 오르내리며 전국 곳곳에 전기를 공급하는 배전 전기원은 22,900V의 고압이 흐르는 전선을 직접 손으로 만져야 하는 작업을 수행한다. 이른바 ‘직접 활선 공법’이다.

‘PD수첩’은 전국을 찾아다니며 배전 전기원들이 활동하는 현장을 취재했다. 그들은 30도를 훌쩍 넘는 불볕더위에도 고무로 된 방염복을 입고 얼굴 전체를 덮은 채 16m 상공에서 고압의 활선을 만지고 있었다. 2만 볼트가 넘는 고압선 바로 아래 땀으로 흠뻑 젖은 전기원의 모습은 보는 자체로 아찔했다. 땀에 젖은 옷이 고압선에 스치기라도 하면 0.01%의 실수로 죽음 혹은 사지 절단으로 이어지는 열악한 노동 환경이다. 실제로 최근 8년간 19명이 사망했고, 71명이 화상 및 사지 절단 등 중상을 입는 충격적인 결과를 낳았다.

전기원들이 착용한 안전 장구는 죄다 수입품이기에 몸에 맞지 않고 품이 커서 사고 위험을 더욱 증가시킨다. 그들은 한전의 공사를 수행하지만 한전 소속이 아닌 영세 하청 업체 소속의 노동자이거나 그때그때 일감을 받는 일용직 노동자였기 때문이다.



목숨을 걸어야 하는 위험한 작업을 맡긴 한전은 하청업체 소속이라는 이유로 제대로 된 관리 감독의 책임을 떠넘겼다. 또 안전사고의 원인을 노동자의 실수 탓으로 몰고 가는 무책임한 태도를 보였다. 고압 근처에만 서도 몸이 저릿저릿하다는 무서운 작업환경 속, 피라미드 가장 밑바닥에서 제대로 된 보호조차 받지 못한 배전 전기원들은 점점 더 낭떠러지로 내몰리고 있다.

취업 준비생들이 가장 입사하고 싶어 하는 기업 1위를 차지한 한국전력공사. 현금성 자산만 2조를 훌쩍 넘는 공기업 한전이 ‘직접 활선 공법’을 고집했던 이유는 다름 아닌 이윤 추구 때문이었다. 고압선을 직접 만지지 않고 도구를 사용하는 ‘간접 활선 공법’은 20%의 추가 비용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2016년 6월, 구의역 스크린 도어 사건으로 하청 노동자에게 국민의 관심이 집중되었을 때 한전은 ‘직접 활선 공법 폐지’를 선언했다. 배전 전기원들에겐 간절히 기다리던 소식이었다. 2년이 지난 현재, 한전의 약속은 지켜지고 있었을까.

한전은 대안으로 스틱을 이용한 ‘간접 활선 공법’을 도입했다. 그러나 작업 현장 도입이 어려운데도 터무니없는 가격에 공구를 강매해 업체들의 원성만 사고 있는 상태였다. 게다가 작업 현장에선 현재까지도 고압선을 직접 손으로 만지고 있고 한전은 아직 노동자를 위한 제대로 된 안전 장구 하나 만들어내지 못했다. 현장을 고려하지 않은 무리한 도입으로 인해 ‘직접 활선 공법’ 폐지는 더욱 말뿐이라는 지적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PD수첩’은 한전의 졸속한 배전현장 대응 방식을 심도 있게 취재했다.

전기를 살리는 자들의 위험천만하고 생생한 현장을 통해 공기업 한전의 책임 방기를 고발한 ‘PD수첩’ ‘한국전력의 일회용 인간들’은 오늘(11일) 밤 11시 10분 방송된다.

/김주원 기자 sesta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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