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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광본기자의 생생과학사] 메르스로 본 전염병의 역사

조선시대 공포로 몬 마마·염병
흑사병·스페인독감 등 대형참사
바이러스·세균에 시달린 인류사

[고광본기자의 생생과학사] 메르스로 본 전염병의 역사
‘출처=경기도감염병관리지원단 홈페이지

“각 도에 역질(疫疾·전염병)이 성행한다 하니 구료(救療·치료)에 힘쓰지 않으면 (많은 백성이) 요사(夭死·요절)하게 될 것이다. 심히 안타깝게 여겨 여러 약을 감사들에게 하사하니 수령들은 구료에 힘쓰라.” (세종1년·1419년 5월1일)

오는 19일 세종대왕 즉위 600주년을 앞두고 들여다본 세종실록의 역질에 관한 내용 일부다. 1422년(세종4년) 3월29일에도 “이달에 서울과 지방에서 큰 역질이 있어 숨진 사람이 매우 많았다”고 나온다. 국사편찬위원회에서 조선왕조실록의 역질을 검색하면 총 463건이 나오는데 당시는 마마(천연두)나 염병(染病·장티푸스) 등 전염병은 공포 그 자체였다. 세종은 약을 지방에 내려보내는 한편 향약집성방 등을 펴내고 하늘에 제사를 지내 민심을 수습하고자 했으나 역부족이었다. 문종 1년(1451년)에는 한센병 환자 100명가량을 수용해 진료했다는 기록도 있다.

지난 1940~1950년대까지만 해도 우리나라에서 염병이 발생하면 한 집 걸러 한두 명씩 숨질 정도였다. 천연두 역시 과거 호환(虎患)에 비견될 만큼 무서웠다.

최근 쿠웨이트를 다녀온 60대가 확진판정을 받은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도 역질이다. 2015년 우리나라에서 38명을 숨지게 한 무서운 전염병이다. 앞서 2003년에는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사스)이 처음 발생했고 신종플루도 2009년부터 괴롭히기 시작했다. 2014년에는 서아프리카에서 에볼라가 창궐해 1만1,310명이 숨졌는데 최근 콩고 등에서 재발했다. 2015년에는 임신부 태아에게 소두증을 유발하는 지카가 84개국에 퍼졌다. 메르스는 박쥐→낙타→사람, 지카는 모기→사람, 사스는 박쥐→사람 식으로 감염되며 새나 닭·오리 등에서 발생하는 조류인플루엔자도 사람에게 일부 옮긴다는 해외 보고가 있다. 요즘 중국에서 유행하는 돼지 열병은 아직까지 사람에게 감염된 사례가 없다.

에볼라·신종플루·지카 등

21세기서도 바이러스 유행

백신 개발... 질병 치고나가



전염병은 인류의 역사와 함께했는데 11세기 말~13세기 말 십자군전쟁 때도 나병(한센병)과 흑사병(페스트)이 많이 돌았다. 쥐가 원인인 흑사병은 14세기 유럽 전역에 퍼지며 무려 2,000만여명이 희생되는 등 17세기까지 유럽인의 목숨을 무더기로 앗아간 원흉이었다. 중국에서도 19세기 말 흑사병으로 많은 이가 숨졌다.

1492년 스페인 여왕의 후원을 받은 콜럼버스가 아메리카에 발을 디딘 뒤 천연두 등 전염병이 같이 넘어가 면역력이 없던 원주민의 3분의1가량을 몰살시켰다. 인간이 생화학무기였던 셈이다. 실례로 스페인이 아즈텍 문명(멕시코)이나 잉카 문명(페루 등)을 정복할 때도 마찬가지였다.

1차 세계대전이 끝난 1918년부터 2년여 동안 창궐한 스페인독감으로 동서양을 망라해 2,500만~5,000만명이 숨지는 참사가 터졌다. 전사자(1,000만여명)보다 몇 배나 피해가 컸다. 1957년에는 아시아독감, 1968년에는 홍콩독감으로 각각 100만여명, 80만여명이 숨지는 참사가 이어졌다.

전염병을 일으키는 세균의 경우 크기는 매우 작지만 독립된 세포로 이뤄져 공기나 생명체에서 홀로 증식하는 반면 단백질인 바이러스(세균의 0.1~1% 크기)는 세포를 숙주 삼아 번식해 전염성이 더 강하다. 천연두·메르스·사스·에볼라·지카 등은 바이러스, 장티푸스·콜레라·흑사병·결핵·폐렴·한센병 등은 세균이 각각 원인이다.

세균은 19세기 후반 속속 확인됐고 바이러스는 1930년대 전자현미경이 나오며 발견됐으나 바이러스를 퇴치하는 백신이 세균을 억제하는 항생제보다 먼저 개발됐다. 1796년 영국의 에드워드 제너가 우두(소의 급성 전염병)를 인간에게 접종해 천연두에 대한 면역력을 키웠고 1885년 프랑스의 루이 파스퇴르는 광견병 예방접종에 성공했다. 항생제는 1928년 스코틀랜드 태생인 알렉산더 플레밍이 푸른곰팡이에서 배양한 페니실린을 개발하고 다른 학자들이 1941년 인간에게 처음 적용한 뒤 인류의 구원자로 떠올랐다. 사람 몸에는 유익균이 85%로 유해균(15%)보다 많은데 균형이 깨지면 병이 난다.

윤수영 인천 한림병원 응급의학과장은 “바이러스인 감기에 무분별하게 항생제를 처방하는 것은 재고해야 한다”며 “바이러스나 세균 모두 예방을 위해 손을 잘 씻고 바이러스가 유행하면 마스크를 써야 한다”고 조언했다. /고광본 선임기자 kbg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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