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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 에세이] 난임환자 울리는 보험급여 제한

임경실 마리아병원 부원장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국내에서 난임으로 진단받은 사람은 지난 2008년 16만2,000여명에서 지난해 20만8,000여명으로 지속적으로 증가해왔다. 대략 부부 7쌍 중 1쌍이 난임으로 추정된다. 난임이 이처럼 증가한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대표적인 원인은 늦은 결혼과 출산 지연이다. 이런 현상은 저출산과도 밀접하게 관련돼 있다.

우리나라의 출산율은 지속적으로 떨어지고 있다. 연간 출생아 수는 지난해 35만8,000명으로 역대 최저였고 향후 상황이 더 나빠져 30만명 아래로 떨어질 것으로 예측된다. 정부는 그동안 저출산을 막기 위해 다양한 정책을 시도했다. 하지만 난임 환자를 위한 제도는 아직 부족한 실정이다. 난임 환자는 적극적으로 임신을 원하는 만큼 충분한 제도적 뒷받침이 있어야 한다.

우리나라의 난임지원 제도는 2006년 처음 도입됐다. 그전까지 모든 난임치료(인공수정, 시험관아기 시술)는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비급여 항목이었기 때문에 비용이 병원마다 제각각이었고 100% 본인 부담이었다. 우리나라의 난임치료 수가(酬價·의료서비스 가격)는 난임 시술을 무료로 제공하는 몇몇 나라를 제외하고는 현저히 낮은 수준이지만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난임치료에 대한 정부지원 제도가 2006년 처음 시행됐을 당시에는 소득이 일정 수준 이하인 부부에 한해 150만원 한도로 시험관아기 시술을 2회 지원해주는 정도였다. 그러나 이후 10년 동안 지원 범위가 확대돼 인공수정 시술도 지원 대상이 됐다. 시술 지원 횟수도 인공수정 3회, 시험관아기 4회로 늘어났다. 소득 수준에 따라 지원금에 차등을 둬 저소득층 부부에게 좀 더 많은 혜택을 주는 제도로 운영됐다.



2017년 10월부터는 난임시술에 건강보험이 적용되기 시작했다. 소득 수준과 상관없이 누구나 비용의 30%를 본인 부담하면 시술을 받을 수 있게 됐다. 그런데 난임치료가 건강보험 급여화된 지 1년이 돼가는 시점에서 한번 되짚어볼 문제들이 있다. 난임 급여화의 장점은 소득 수준과 상관없이 누구나 똑같은 혜택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이다. 법적으로 혼인 상태이고 난임으로 진단된 부부라면 누구나 급여 대상이다.

그러나 단점도 있다. 난임 환자들이 가장 불만을 갖는 부분은 횟수·나이 제한이다. 현 급여에서는 인공수정 시술 3회, 시험관아기 시술 최대 7회(신선채취 4회, 냉동배아 이식 3회), 그리고 여성의 나이 만 44세 이하라는 제한이 있다. 난소 기능이 약해 한 번에 난자가 여러 개 채취되지 않는 난소 저반응군 여성에게서는 냉동배아가 형성되지 않는다. 이런 경우 신선채취 4회 동안 임신에 성공하지 못하면 그 후에는 모두 비급여로 시술해야 하므로 비용 면에서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결혼이 늦어 만 44세 이후 난임시술을 시작하는 부부라면 아예 급여 혜택을 누릴 수 없다.

시술이 급여로 전환되면서 급여화 전 행해진 여러 가지 경험적인 처방과 신기술 적용이 불가능해진 것도 불만사항의 하나다. 난임치료는 다른 질환의 치료와 달리 착상을 돕기 위한 경험적 처치들이 다양하다. 여러 번의 난임치료에 실패한 경우 착상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된다면 다양한 처치를 받기 원한다. 하지만 급여화 이후에는 급여에서 인정해주지 않는 항목들을 임상에서 자유롭게 사용할 수 없게 됐다.

정부는 저출산 문제가 심각한 현시점에서 첫 아이 임신 시도만이라도 횟수·나이 제한을 없애달라는 난임 환자들의 요구와 현장에서 난임치료를 위해 고군분투하는 병원들의 의견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좀 더 적극적인 정책 변화를 위해 노력해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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