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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금, 제대로 쓰자]지원받은 中企 73%에 중복 혈세...정책자금 브로커도 활개

<4·끝> 관리 부실한 취약산업 지원-중기·자영업부문

보증지원 분야도 상황 비슷...신규보증 비율 24% 그쳐

특별심사도 없이 실적 채우기식 지원에 효율성 떨어져

성과 없는 사업 퇴출 등 지원 가이드라인 명확히해야

김동연(오른쪽)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이 지난 5월 서울 역삼동 혁신창업단지 ‘팁스(TIPS) 타운’에서 청년 창업가들과 이야기하고 있다. /연합뉴스




중소벤처기업부는 지난해 신시장사업진출지원(융자사업)으로 5,750억원을 타냈다. 중소기업의 해외진출을 돕겠다는 취지지만 전체 지원금의 약 73.3%가 기존 지원을 받은 기업으로 흘러 들어갔다. 받은 기업이 계속해서 대출을 받고 있다는 뜻이다. 중소기업인 만큼 자금 사정이 갑자기 좋아지지 않을 수는 있지만 저금리 정책자금의 목적을 생각하면 70%가 넘는 수치는 지나치게 높다는 지적이 나온다. 여러 업체에 기회를 줘 그중에서 성공하는 기업이 나와야 하는데 현 상황은 반대이기 때문이다.

나랏돈이 비효율적으로 집행되는 분야 가운데 하나가 중소기업이다. 중기지원 정책을 총괄하는 중기부의 올해 예산만 8조8,600억원에 달하지만 지원 예산 가운데 상당수는 ‘묻지마식’으로 편성되고 있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얘기다. 이렇다 보니 지원기관이나 부처도 실적 채우기에 급급하다. 핵심사업은 지원을 이어가야 하지만 사업의 필요성을 처음부터 다시 따져봐야 한다는 얘기다.



중기부의 신시장사업진출 사업만 해도 비효율성이 높다. 세부적으로 보면 전체 지원금 중 글로벌진출지원자금의 85.1%, 개발기술사업화 자금의 64.6%를 기존 지원기업이 받아갔다. 하지만 고용증가율은 되레 떨어진다. 글로벌자금 수혜 기업의 지난해 고용증가율은 -0.7%였다. 개발기술자금은 2.1%로 전년(5.1%)보다 감소했다.

정부 지원도 겹친다. 이 자금을 받은 기업 중 최근 3년 내에 중진기금 대출을 받은 경험이 있는 업체는 글로벌자금은 69%, 개발기술자금은 43.7%였다. 각각 지난 2016년의 63.5%와 40.8%에서 상승한 수치다. 갈수록 정책자금을 중복 지원받는 업체가 늘어난다는 뜻이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중소기업을 지원한다는 이름 아래 일단 예산을 타 놓은 뒤 이를 다 쓰려고 하다 보니 능력이 부족한 기업에까지 지원이 나가게 된다”며 “기존 지원기업이 또 받게 되는 것도 결국은 실적 채우기”라고 설명했다.



보증지원 분야도 상황은 비슷하다. 지난해 추가경정예산까지 받은 기술보증기금의 최근 5년간 기술보증공급 현황을 보면 신규보증 비율은 24%에 불과했다. 2013년의 29.5%보다 크게 떨어졌다. 중소기업 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미 지원을 받은 기업들은 정부 자금을 받는 노하우가 생겨 연속적으로 자금을 받고 정작 자금이 필요한 신생 기업들에는 지원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정책 자금을 타내는 것을 도와주는 브로커가 횡행하는 이유”라고 지적했다.

수출보험을 취급하는 한국무역보험공사도 손실이 급증세다. 6월 현재 중소·중견기업 무역보험 지원액이 28조4,000억원이지만 중기 분야 손해율은 100%를 넘고 있다. 중소기업 수출지원은 좋지만 밀어내기 식 지원을 줄여야 한다는 우려가 나온다. 손실이 커지면 나랏돈이 나가야 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말 정부는 무보에 300억원을 출연하기로 결정했다.

중기지원은 특별한 심사가 없는 것도 문제다. 620억원이 투입된 민간투자 주도형 사업인 ‘팁스(TIPS)’는 운영사인 벤처캐피털(VC)이 추천하면 사실상 지원을 받게 되는 구조다. 지난해 VC는 총 246개의 창업팀을 추천했는데 선정된 팀은 무려 205개(약 83%)다. 국회 예산정책처는 “추천하는 대로 모두 지원해주면 더 많은 창업팀을 발굴할 필요성이 낮아진다”며 “팁스 운영사에 대한 관리 감독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개편 6개월이 지난 창조경제혁신센터도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자금지원을 수년째 받고 있지만 제대로 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중기 예산 지원의 경우 성과없는 사업은 퇴출시키고 지원 가이드라인을 명확히 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지난해 10월 한국개발연구원(KDI)의 연구 결과를 재인용해 발표한 ‘일자리 창출을 위한 중소기업 성장촉진 방안’ 보고서는 정부 지원을 받은 중기의 생존율은 5.32%포인트 상승했지만 생산성은 4.2% 하락했다고 분석했다. 또 금융지원을 받은 좀비기업의 자산이 10%포인트 증가할수록 정상 기업들의 고용(0.53%포인트)과 투자(0.18%포인트)에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고 밝혔다. 김세종 아셈중소기업친환경혁신센터 부이사장(전 중소기업연구원장)은 “경기 부진으로 부실해진 중기를 지원해도 수익성이 갑자기 좋아지기는 어려운 것이 사실”이라며 “걱정스러운 것은 정부가 계속 지원을 약속하면 ‘악화가 양화를 구축한다’고 실력 없는 기업들에 지원이 몰려 정부 자원 배분의 왜곡이 발생하기 때문에 정부가 단기 지원·성과 없는 중기 퇴출이라는 점을 명확히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세종=강광우기자 press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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