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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파식적]피오네르 경례

거수경례는 다 같은 듯 보이지만 나라와 문화에 따라 조금씩 방법이 다르다. 폴란드군은 두 손가락만으로 거수경례를 하는 전통이 있다. 여기에는 아픈 역사가 담겨 있다. 러시아와 오스트리아·프러시아 3국의 분할로 나라를 잃은 폴란드인들은 1830년 바르샤바 봉기를 통해 전국적인 독립운동을 일으켰다. 당시 한 격전지에서 대포 파편을 맞아 손가락 3개를 잃은 병사가 남은 두 손가락으로 경례를 한 후 폴란드에서는 모든 거수경례에서 손가락 두 개만 사용한다.





각각의 손가락이 조국과 명예를 상징한다니 의미심장하다. 폴란드식 거수경례 때문에 2차 세계대전 당시 폴란드군과 연합군 사이에 해프닝이 일어나기도 했다. 조롱으로 오해한 연합군 장교가 폴란드 군인들과 언쟁을 벌였던 것. 흔히 나치식으로 알려진 오른팔을 쭉 뻗어서 하는 경례는 나치 독일에서 유래한 게 아니라 원래 로마군이 하던 방식이었다. 자신의 오른손에 무기가 없음을 상관에게 보이기 위한 제스처였다고 한다. 영연방국가에서는 손바닥이 보이도록 하는 게 특징으로 영국은 팔로 원을 그리듯이 경례한다. 보이스카우트도 독특한 거수경례를 하는 조직으로 빼놓을 수 없을 듯하다.

본래 보이스카우트는 소년정찰병 임무를 위해 만들어져 군대와 비슷한 문화가 많은데 경례를 세 손가락으로 한다. 스카우트 선서에 나오는 세 가지 규율을 준수하겠다는 뜻이다. 18일 평양에 도착한 문재인 대통령 내외에게 꽃을 전달한 북한판 보이스카우트 소속 화동들의 경례 방식이 네티즌들 사이에 화제가 되고 있다. 오른손을 머리 위로 높이 치켜드는 이들의 경례 방식은 옛소련과 공산권 국가에서 운영되던 보이스카우트 조직 ‘피오네르’에서 하던 경례법이다.



피오네르는 러시아어로 개척자라는 의미로 1922년 결성된 러시아 피오네르가 원조 격이다. 옛소련이 붕괴된 1990년대 전까지 동독·루마니아 등 30여개국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다가 1991년 러시아 조직 해체를 계기로 대부분 사라졌다. 지금은 북한의 조선소년단과 중국의 소년선봉대 정도가 명맥을 유지하는 정도다. 피오네르 단원들은 경례하면서 ‘항상 준비’라는 구호를 외치는데 북한 화동들도 같은 행동을 했다고 한다. 경례법이나 구호 모두 공산권의 전통이라지만 왠지 어색하고 낯설다. 북한이 정상국가를 말하면서도 여전히 낡은 관행을 붙잡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임석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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