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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기업 부담 늘어나 가격인상 요인될 수도

징벌적 손해배상제 강화 - 반대

문상일 인천대 법학부 교수

● 법률리스크 커지면 소극경영→경제위축 우려

● 영미에서도 상한액 둬 과다한 배상 제한 추세

● 손해범위 확대 등 現배상제도 보완이 효율적

BMW 차량 화재사고를 계기로 자동차 제작사의 제작결함에 따른 피해액의 최대 10배를 배상하도록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확대·강화하는 방안을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정부는 지난 6일 ‘자동차 리콜체계 혁신 방안’을 마련하고 제작사가 결함을 알고도 조치를 게을리해 중대한 손해가 발생하면 생명·신체·재산 손해액의 5배 이상을 배상하도록 자동차관리법 또는 제조물책임법을 개정하겠다고 밝혔다. 기업의 징벌적 손해배상을 규정한 개정 제조물책임법은 이미 4월부터 시행됐지만 생명·신체에 중대한 손해를 끼친 경우로만 한정했으며 배상액 규모도 피해액의 최대 3배로 제한돼 있다. 징벌적 손해배상 강화 찬성 측은 3배 배상액으로는 징벌의 실효성이 없고 제조업자에 사회규범을 준수해 결함 없는 제조물을 생산할 동인을 주지 못한다고 주장한다. 반대 측은 기업의 배상액 부담이 제품값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어 현행 손해배상제도의 틀을 유지하면서 손해액 인정 범위를 법원이 현실화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반박하고 있다. 양측의 견해를 싣는다.





최근 사회적으로 문제가 됐던 가습기 살균제 사건이나 생리대 발암물질 검출 사건, 그리고 BMW 차량 화재 사고 등을 계기로 다시 우리나라에서도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를 전면적으로 도입해야 한다는 여론이 힘을 얻고 있다. 이런 현상은 피해자가 자신이 입은 재산상·정신적 손해를 충분히 배상받지 못하고 있다는 불만과 더불어 가해 기업의 사고 후 소극적이고 무성의한 사후대처에 대한 국민적 반감이 동시에 작용한 것으로 보여진다. 그로 인해 불법행위책임이 있는 가해기업에 대해 실제 손해배상금액의 몇 배에 해당하는 징벌적 차원의 손해배상금액을 부담시켜 향후 유사한 불법행위를 미연에 방지함으로써 소비자를 보호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영미법 체제에서 발전한 제도가 대륙법 손해배상체계를 근간으로 하는 국내법제에 전면 도입되는 것은 현행 국내법제의 근본체계를 바꾸는 대변화라는 점에서 제도 도입에 있어 보다 신중한 사전 검토와 분석이 요구된다.

애초 이 제도는 ‘불법행위자의 불법행위로 취득한 이득이 손해를 배상하고도 남아서는 안 된다’라는 취지에서 영미법 국가를 중심으로 도입된 것이다. 제도가 가장 발달한 것으로 알려진 미국에서조차 제도운영 과정에서 드러난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최근 배상액의 상한을 제한하는 등의 수정을 하는 추세인데 그 예로 조지아주에서는 배상상한액을 25만달러로 제한하고 있다. 심지어 워싱턴·매사추세츠 등의 주에서는 이 제도를 더 이상 인정하지 않고 있다. 영국 역시 지난 1990년 이후부터는 배심원들의 과다한 징벌적 손해배상액 산정에 대해 법원이 무효로 판단하고 손해배상구간을 설정하는 등의 수정을 가하는 추세다.



무엇보다 이 제도는 우리나라에서 지금까지 정립돼왔던 민법상 실손배상책임 원칙이라는 손해배상책임 체계와는 완전히 다른 손해배상제도다. 이 제도를 도입하기 위해서는 현행 손해배상제도의 법리적 문제점에 대한 분석작업이 먼저 이뤄져야 하고 문제점 해결을 위한 대안의 하나로서 징벌적 손해배상제도의 도입 필요성과 도입 후 제도개선 효과에 대한 면밀한 사전 검토 작업이 선행돼야 한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징벌적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하고 있는 하도급법이나 기간제근로자보호법의 예를 보더라도 제도는 도입 후 거의 활용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는 새로운 손해배상제도의 도입으로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될 수 없다는 실증적 결과이며 오히려 현행 민법 손해배상제도의 손해배상인정 범위를 지금보다 확대함으로써 피해자를 보다 현실적으로 구제할 수 있는 제도개선 방안에 대한 검토가 더 현실적인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더불어 예상 가능한 민사상 손해배상책임은 기업의 입장에서는 법률 리스크에 해당하므로 사전에 비용으로 계산해 소비자가격에 반영이 된다. 따라서 징벌적 손해배상책임이 인정될 경우 막대한 손해배상금액에 따른 기업의 비용부담은 자연스레 소비자에게 전가돼 결국 소비자가격 인상의 요인으로 작용하게 될 뿐 아니라 이러한 법률 리스크를 회피하기 위해 기업 입장에서는 적극적인 경영전략보다는 소극적인 전략을 채택하게 돼 기업성장의 장애요인으로도 작용해 국내 경제의 위축요인이 될 수도 있다.

따라서 무작정 외국의 새로운 제도를 무분별하게 도입하기보다는 현행 손해배상제도의 문제점에 대한 보완을 통해 문제 해결이 가능하다면 현행 손해배상체계의 수정보완 작업이 가장 효율적 대안이 될 것이다. 결국 징벌적 손해배상책임 도입 주장의 주된 논거는 피해자에 대한 충분한 손해배상과 가해자에 대한 향후 불법행위 방지를 위한 책임의식 고취에 있다.

현행 손해배상책임제도에 있어 손해액 인정 범위를 법원이 현실화해 손해배상액을 지금보다 좀 더 폭넓게 인정한다면 현 제도의 틀을 유지하면서 피해자에 대한 충분한 보상이 이뤄질 수 있을 뿐 아니라 상향된 배상책임액으로 인해 기업도 한층 사고예방을 위한 노력을 지금보다 강화할 수 있을 것이므로 가장 효율적이고 사회적 충격을 완화할 수 있는 제도개선 방안이 될 것으로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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