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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칼럼] 격랑의 한반도, 궁지 몰린 시진핑 선택은

홍병문 베이징특파원





한반도 정세 변화의 시계가 빨라지고 있다.

3차 남북정상회담이 몰고 온 평화의 바람은 한반도는 물론 주변 강국에도 적지 않은 격랑의 기운을 몰고 올 조짐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자정을 넘긴 시각에 흥미롭다는 트윗을 날리며 남북정상회담 결과에 큰 기대감을 표시했고 러시아도 발렌티나 마트비옌코 상원의장이 “내실 있는 성공적인 회담”이라며 즉각 환영 논평을 내놓았다. 일본은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이 기자회견에서 “남북 정상의 노력에 경의를 표하고 싶다”며 평양공동선언이 한반도 비핵화로 연결될 것을 기대한다는 뜻을 표시했다.

중국의 반응은 공식적으로 “평양공동선언을 적극 지지하고 환영한다”는 것이지만 속내는 복잡하다. 관영 매체인 환구시보는 지난 19일 밤늦게 온라인 사설에서 “남북이 큰 진전을 이뤘지만 북미관계가 관건이 될 것”이라며 미묘한 뉘앙스를 풍겼다.

시진핑 중국 지도부는 겉으로 이번 3차 남북정상회담 결과에 환영의 뜻을 표하고 있지만 내심 큰 충격을 받은 표정이 역력하다. 베이징의 한 외교 전문가는 이번 평양공동선언 어디에서도 중국의 입김과 영향력의 흔적을 찾기 힘들다고 평가했다. 뒤집어 보면 훈수꾼 노릇을 해온 중국이 링 주변이 아닌 장외로 쫓겨나 궁지로 몰린 분위기가 역력하다는 뜻이다.

중국은 극구 부인하고 있지만 비핵화 협상이라는 글로벌 이벤트에서 중국은 훼방꾼에 가까운 모습을 보여왔다. 혈맹 북한을 돕는다는 명분을 내세우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패권국을 지향하는 자국 이익 우선주의가 깔려 있다. 이는 한반도 평화 체제에 도움이 되는 조언이 아니라 중국의 패권 약화를 막기 위한 외교적 갑질에 가깝다.



한반도 이슈를 둘러싼 굵직한 정상회담 이벤트 때마다 한발 앞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밀담을 나눠온 시 주석은 이번 3차 남북정상회담에 앞서 북한 정권 수립 70주년인 9·9절 행사에 맞춰 방북하려던 계획을 접어야만 했다. 여기에는 “중국이 북미관계를 어렵게 만들고 있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강력한 불만과 분노의 경고가 영향을 미쳤다. 3라운드에 접어들며 격화하고 있는 미중 무역전쟁의 암운도 중국에 큰 압박으로 작용했을 것이다.

베이징 외교가의 최대 관심은 한반도 정세 급변의 격랑 속에서 궁지에 몰린 시진핑의 향후 행보다. 특히 9·9절 행사 때 이루지 못한 방북 일정을 과연 연내 강행할 수 있을까에 이목이 쏠려 있다.

세 차례 김정은의 방중에 따른 조속한 답방의 필요성과 명분은 크지만 한반도 주변 정세와 미국의 반발 정서를 감안하면 연내 시 주석의 방북은 사실상 힘들다. 여기에는 오는 10월 열리는 중국 공산당 중앙위원회 4차 전체회의(4중전회)와 11월 싱가포르에서 열리는 동남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정상회의와 동아시아 정상회의, 파푸아뉴기니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아르헨티나에서 열리는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 등 시 주석이 소화해야 할 글로벌 이벤트의 부담도 작용한다.

반면 일각에서는 궁지에 몰린 시진핑이 북한 비핵화 협상에서도 소외되는 극단적인 위기 상황을 돌파하기 위해 전격적인 방북 일정을 강행할 것이라는 관측도 적지 않다. 변수는 미중 무역전쟁의 역학관계다. 중국이 이달 말로 예정된 미중 무역협상에 반발하고 강경 대응 기조를 굳힌다면 이는 북한의 뒷배를 자처해온 중국식 패권 대북외교 행보가 재현되는 징조로 해석될 수 있다.

가능성은 매우 낮지만 시 주석이 연내에 남북한을 동시 방문하는 전격적인 이벤트도 고려할 수 있다. 청와대는 올 하반기 다자 정상회의를 계기로 한중 정상 양자회담을 추진하기로 했고 시 주석의 공식 방한을 조기에 실현하기 위한 협의를 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지난해 문재인 대통령의 방중에 대한 답방 명분이 큰 만큼 한반도 평화 체제 확립에 도움이 될 수 있는 깜짝 이벤트를 기대해볼 수 있다. 답보 상태인 중국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제재 조치 해제가 방한 일정에 맞춰 속도를 낸다면 한중관계는 획기적인 전환점을 맞을 수 있을 것이다./ hb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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