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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Why-돌연 사라지는 中의 부호·셀럽들]서슬 시퍼런 '부패척결'...세계적 스타도 칼날 못피해

판빙빙 실종 100일 넘어

中공안 구금 수사설 유력

출장중 추락 왕젠 HNA회장

단순 실족사로 결론났지만

'왕치산과 유착' 공격 받아와

중국 '의법치국' 내세우지만

사라지거나 재산몰수 급증

"전근대적인 통치 방식 여전"

中사법 시스템에 비판 목소리





“프랑스 여행 한번 가셔야겠네요.”

중국 민영기업인 A씨는 얼마 전 사석에서 정부 당국자에게서 뜬금없는 이야기를 들었다. 한 모임에서 민영기업에 대한 정부의 주문사항이 너무 많다고 발언하자 공산당 당국자에게서 돌아온 농담 반 진담 반 얘기였다. 처음에는 무슨 뜻인지 이해하지 못했지만 곧 두 달 전 프랑스에서 실족사한 왕젠 HNA그룹 회장의 미스터리가 떠올라 등골이 섬뜩해지는 것을 느꼈다고 한다.

최근 중국 베이징의 재계에서는 여러 흉흉한 이야기들이 돌고 있다. 마윈 알리바바 회장의 갑작스러운 은퇴와 대중 앞에서 모습을 감춘 여배우 판빙빙에 관한 여러 음모론이다. 그동안 술자리의 가십거리에 불과했던 중국 부호와 유명인들의 실종 미스터리는 최근 중화권 대표 여배우인 판빙빙이 사실상 구금 상태라는 소문이 퍼진 후 점차 실체가 있는 위협으로 부상하는 분위기다.

지난 17일 홍콩 빈과일보는 100일 넘게 공식석상은 물론 소셜미디어에서도 사라진 판빙빙이 현재 자택에서 칩거 중이라는 보도를 내놓았다. 그가 당국의 명령에 따라 탈세혐의 조사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 외부 접촉이 금지된 채 처벌 수위를 기다리고 있다는 것이다.

중국 연예인 수입 랭킹에서 수년간 1위에 올랐던 판빙빙 실종사건의 발단은 약 3개월 전 중국중앙(CC)TV 인기 앵커였던 추이융위안의 판빙빙 탈세 의혹 폭로다. 2003년 판빙빙이 출연한 영화 ‘휴대폰’은 인기 앵커의 불륜 이중생활을 소재로 삼았는데 추이융위안이 실제 모델이라는 소문이 많았다. 이 영화로 큰 타격을 받은 추이융위안은 조만간 ‘휴대폰2’가 상영된다는 소식에 영화감독과 판빙빙을 싸잡아 비난하면서 “판빙빙이 이중계약서로 영화촬영 4일 만에 6,000만위안(100억원)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이후 거액의 출연료와 탈세 의혹이 파장을 일으키자 중국 당국이 판빙빙을 잡아들여 조사하고 있다는 소문이 삽시간에 퍼졌다.

유명 여배우를 둘러싼 원색적 비난과 거액의 출연료, 탈세, 공안당국의 비밀스러운 구금 조사 등 영화에나 나올 법한 소재로 가득한 이 미스터리 실종사건을 중국은 물론 전 세계 매체가 대서특필했다. 중국 외교부 정례 브리핑에서는 쏟아지는 질문공세에 겅솽 외교부 대변인이 “이것이 외교 문제냐”고 옹색하게 반문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판빙빙 사건이 2002년 드라마 ‘측천무후’에 출연한 여배우 류샤오칭의 탈세 혐의 체포 과정의 재판(再版)이라며 당국의 눈 밖에 나면 아무리 세계적 스타라도 파리 목숨에 불과하다는 자조 섞인 지적이 나온다 .

판빙빙 실종사건을 계기로 1998년 중국 다롄시장이었던 보시라이의 내연녀 실종사건도 다시 회자된다. 임신 8개월의 몸으로 실종된 다롄방송국 아나운서 장웨이제는 아직도 생사가 확인되지 않은 채 그의 사망을 둘러싼 괴소문만 떠돌고 있다. 중국 지도부 인사들과의 비리연계 의혹이 많았던 중국 거부들의 갑작스러운 죽음과 당국의 강압적 구금 조사 사건들도 재조명되는 분위기다. 일부 중화권 매체들은 시진핑 정부 들어 부정부패 척결을 명분으로 돌연 사라지거나 하루아침에 재산을 몰수당하는 사례가 늘었다며 석연치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특히 7월 프랑스 출장 중 추락사한 왕젠 HNA 회장의 비극이 논란을 증폭시켰다. 왕 회장은 프로방스 보니우에서 사진을 찍다 15m 아래로 추락해 사망했다. 현지 경찰은 단순 사고사로 결론 냈지만 의혹은 여전하다. HNA는 미국에 도피한 부동산 재벌 궈원구이 정취안홀딩스 회장으로부터 시 주석 집권 1기의 반부패 사령탕이었던 왕치산 국가부주석과 유착됐다는 공격을 받아왔다.

최근 마윈 알리바바 회장의 조기은퇴 선언으로 그에 대한 궈 회장의 발언도 다시금 주목받고 있다. 궈 회장은 마 회장이 “지도부에 대해 너무 많은 것을 알고 있다”며 “결국 비명횡사 아니면 감옥에서 여생을 보낼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마 회장은 2015년 중국증시 폭락 당시 태자당(혁명원로 자제 그룹)을 도와 시세차익을 얻었다는 소문에 휘말리기도 했다.

안방보험의 실소유주로 지목돼 온 태자당 천샤오루의 심장마비 돌연사와 ‘미다스의 손’으로 불렸던 안방보험 창업자 우샤오후이 회장이 올해 갑자기 불법 자금모집 혐의 등으로 기소돼 경영권을 박탈당한 것도 현 정권과 과거 지도자 파벌 간 암투와 연관지어 해석하는 시각이 많다. 중국 최대 민영 에너지 기업인 화신에너지 예젠밍은 돈세탁 혐의 등으로 올 초 구금돼 조사 중이고 사오젠화 밍톈그룹 회장도 2월 홍콩에서 실종된 후 중국으로 압송돼 수사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부패혐의로 조사를 받던 장양 중앙군사위 정치공작부 주임과 부채 압박에 시달리던 인진바오 톈진 농상은행장 등이 올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도 정권 눈 밖에 난 인사들의 비극적 결말로 언급된다.

중국 일각에서는 당국이 고액 출연료와 탈세 논란의 도마 위에 오른 판빙빙 사건이 부패척결 사정의 정당성을 부여하고 민심을 달래려는 시진핑 정부의 잘 짜인 시나리오라는 해석이 나오기도 한다. 하지만 서방 언론들은 ‘의법치국(依法治國· 법에 따른 통치)’이라는 시진핑 지도부의 이념과 정면 배치되는 전근대적 공안 통치 방식이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크다. 영국 타임지는 최근 “판빙빙 실종사건은 중국의 사법통치 시스템에 근본적인 의문을 제기하는 극명한 사례”라며 “중국 톱스타와 재계 거부들이 모든 것을 다 소유하고 통제할 수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결국 중국에서 유일한 통제주체는 국가뿐임을 드러냈다”고 꼬집었다.
/베이징=홍병문특파원 hb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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