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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힝야 학살’ 침묵하는 아웅산 수치, 유엔총회도 불참...국제사회 고립 자처

미얀마에서 ‘로힝야 사태’가 발생한 지 1년이 됐던 지난달 25일(현지시간) 방글라데시 우키아의 난민캠프에서 로힝야족 소년들이 기도를 하고 있다. /우키아=AFP연합뉴스




미얀마의 ‘민주화 영웅’에서 ‘군부의 앵무새’로 전락한 아웅산 수치 국가자문역이 ‘외교의 슈퍼볼’로 불리는 유엔총회에 2년 연속 불참한다. 다음 주부터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등 주요국 정상들의 연설과 회동이 본격화되지만 수치는 인종청소와 언론탄압에 대한 비난을 끝까지 외면하면서 스스로 국제사회의 고립을 자처하고 있는 상황이다.

수치는 집권 직후인 지난 2016년에는 유엔총회에 참석했다. 그러나 지난해 로힝야족 유혈사태가 악화되자 예정했던 참석을 취소했다. 당시 미얀마 서부 라카인주(州)에서는 로힝야족 반군 단체인 아라칸 로힝야 구원군(ARSA)이 오랫동안 핍박받아온 동족을 보호하겠다며 대미얀마 항전을 선포하고 경찰초소 등을 급습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에 미얀마군과 정부는 ARSA를 테러단체로 규정하고 대규모 병력을 동원해 소탕전에 나섰다. 이 과정에서 수천 명이 죽고 70만 명이 넘는 난민이 국경을 넘어 방글라데시로 도피했는데 난민들이 미얀마군이 반군 토벌을 빌미로 민간인을 학살하고 성폭행, 방화, 고문 등을 일삼았다고 주장하면서 사태가 악화되기 시작했다.

지난 16일(현지시간)미얀마 양곤에 모인 시위대가 로힝야 사태 취재로 수감된 로이터 기자 2명의 석방을 촉구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양곤=EPA연합뉴스


그러나 수치는 그동안 이런 난민과 국제사회의 주장을 ‘가짜뉴스’라고 일축하며 군부를 두둔해왔다. 군부를 견제하기는커녕 휘둘리는 모습에 수치는 영국의 에든버러와 옥스퍼드시, 아일랜드의 더블린시의 명예 시민권을 각각 박탈당했으며, 미국 홀로코스트 박물관 측으로부터는 2012년 받은 ‘엘리 위젤 상’ 시상을 철회한다는 결정을 받기도 했다. 최근에는 로힝야 학살을 취재하다 기소된 2명의 로이터 통신 기자들이 법정에서 중형을 받은 데 대해서도 침묵하면서 국제사회에서는 노벨상마저 박탈해야 한다는 주장이 커지고 있다.

유엔은 난민들의 주장을 근거로 집단학살(제노사이드), 반인도범죄 등이 자행됐다며 책임자 처벌을 추진하고 있다. 최근에는 국제형사재판소(ICC)가 미얀마 정부의 범죄 혐의에 대해 예비조사에 착수했다. 파투 벤수다 검사는 지난 18일 성명을 통해 “다음 절차를 진행해 전면적인 예비조사를 실행하기로 했다”며 미얀마 군부의 탄압과 관련해 전면 수사를 할 충분한 증거가 있는지 살필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예비조사는 ICC가 미얀마에 대해 사법 관할권이 있다고 결정한 지 2주 만에 시작됐다.



미얀마 ‘로힝야 사태’를 조사해 온 유엔 진상조사단 마르주키 다루스만(가운데) 대표가 지난 18일(현지시간) 유엔 인권위원회에서 최종 보고서를 제출하며 미얀마 군부의 중범죄를 규탄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또 유엔 진상조사단은 장문의 진상 보고서를 내고 탄압 행위가 가늠조차 어려울 정도였다며 군 지휘부 처벌을 재차 촉구했다. 진상조사단의 보고서에 따르면 로힝야족 탄압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지난해 8월부터 두 달간 최소 1만 명 이상의 로힝야족이 미얀마 군부에 의해 목숨을 잃은 것으로 추산된다. 미얀마군은 로힝야족을 담뱃불로 고문하고 어린아이들을 불타고 있는 집 안으로 밀어 넣기도 했다. 조사단은 “보고서에 첨부된 위성사진을 보면 로힝야족 마을 400개가 지도에서 사라졌다”고 말했다.

또 조사단은 앞서 미얀마군의 민 아웅 흘라잉 총사령관 등 장성 6명을 국제법에 따라 중범죄 혐의로 법정에 세워야 한다는 보고서를 공개한 바 있다. 그러나 미얀마 정부 측은 군의 소탕 작전이 국경 지역 로힝야 반군의 위협을 제거하기 위한 것이었다며 이번 보고서에 대해 “일방적이고 흠이 있다”고 비난했다. 수치가 끝까지 미얀마 군부의 힘에 굴복하는 모습을 보이자 일각에서는 외신들은 “수치의 미얀마는 결국 다시 암울한 민주주의 후퇴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꼬집었다.
/박민주기자 parkmj@sedaily.com

미얀마 실권자 아웅산 수치가 지난 13일(현지시간)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 아세안 지역회의에 참석해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다. /하노이=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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