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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선은 한국 車 관세 폭탄을 막을 수 있을까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수석부회장이 최근 미국 통상당국 내 고위 인사를 연달아 만나고 돌아왔습니다. 미국이 무역확장법 232조를 근거로 수입 자동차에 최대 25%에 달하는 고율 관세를 부과하는 방안을 추진하는 가운데 한국산 자동차를 향한 추가 관세를 막기 위해서입니다.

윌버 로스 상무장관.




방미 길에서 만난 핵심 인사 중 한 명은 윌버 로스 상무장관입니다. 무역확장법 232조를 발동하려면 특정 제품 수입이 ‘국가안보’에 위협이 된다는 점을 증명해야 하는데요. 이를 조사하는 게 상무부입니다. 상무부는 △수출국의 덤핑과 불법 보조금 지급 여부 △이에 따른 수입 증가가 미국 경제·국가 안보에 미치는 영향을 정리한 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책상에 올려놓습니다.

이들 국가에 적용할 수입규제 시나리오를 짜는 것도 상무부입니다. 모든 수출국에 일괄 관세, 특정 국가 선별 관세, 대미 수출물량 제한 등의 옵션을 트럼프 대통령에게 제시하는 식입니다. 무역 제재의 초안을 로스 장관이 설계한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무역대표부 대표.


정 부회장이 이어 독대한 인물은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국무역대표부(USTR)대표입니다. 앞서 말씀드렸듯 미 상무부는 무역확장법 232조 발동 명분을 마련하고 수입 규제 방안을 짜는 데까지만 역할을 합니다. 만약 상무부가 한국을 잠정 관세 면제 대상으로 분류할 경우 USTR과의 협상을 통해 그들이 제시하는 조건을 받아들여야 최종 면제 판정을 따낼 수 있는데요. 이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인물이 라이트하이저 대표입니다.

로스 장관 이상으로 중요한 인사입니다. 추가 관세를 모면하는 조건으로 한국이 연간 자동차 수출물량 제한 조치를 수용해야 할 수도 있기 때문이죠. 올해 초 철강 추가 관세를 둘러싸고 벌어진 협상 과정을 떠올리시면 될 텐데요. 무역확장법을 통해 철강과 알루미늄 수입품에 25% 추가 관세를 부과하는 조치에서 한국은 빠졌지만, USTR과 협상을 진행한 결과 2015~2017년 평균 수출량의 70%를 골자로 하는 쿼터를 받아들여야 했습니다. 철강업계의 한 관계자는 “미국 내 철강 가격이 최근 20~30% 가까이 급등하면서 사실상 25% 추가 관세가 무의미해졌다”며 “결과론적인 얘기지만 일부 업체에는 추가 관세보다 쿼터제가 되레 큰 부담이 됐다”고 합니다. USTR과의 담판에서 밀리면 관세보다 더 뼈아픈 또 다른 무역조치가 나올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총괄수석부회장.


정 부회장이 이번 방문으로 실질적인 성과를 거둘 수 있을까요. 로스장관과 라이트하이저 대표처럼 실권을 쥔 핵심 인사가 한국 기업 경영자를 개별적으로 만나 의견을 나누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긴 합니다. 정 수석부회장은 현대·기아차가 앨라배마와 조지아 등 미국에 수천억원대의 투자를 단행하면서 미국 내 고용을 늘리는 데 협조한 기업이라는 점을 강조했을 것으로 보입니다.

회의적인 목소리도 적잖습니다. 트럼프 정부의 표밭인 미국 중서부 ‘러스트벨트’에 자동차의 중심지가 몰려있습니다. 설상가상으로 오는 11월 중간 선거가 코앞으로 다가왔죠. 물론 제너럴모터스(GM)처럼 해외에서 들여오는 부품에 의존하는 일부 현지 업체들은 비용 부담을 우려해 정부의 관세 부과에 반발하고 있긴 합니다. 하지만 일단 파격적인 정책을 꺼내들어 ‘블루 칼라’의 호응을 이끌어내온 트럼프 정부가 결국 관세 폭탄을 던지지 않겠냐는 우려가 큽니다. 업계의 한 고위 관계자는 “정 수석부회장이 현지에 가서 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다”며 “관세나 쿼터가 현실화하면 경영자를 향한 비난을 피할 수 없을 텐데 그전에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라도 보여야 하지 않겠나”라고 하더군요.

관세 폭탄이 현실화하면 현대·기아차 뿐만 아니라 부품업계까지 벼랑 끝으로 내몰릴 듯합니다. 그렇지 않아도 경쟁이 치열한 미국 자동차 시장에서 현지 생산 자동차보다 25%나 가격이 비싸서는 경쟁 자체가 어렵다는 게 자동차 업계의 입장입니다. 연간 85만 대에 달하는 한국산 자동차의 미국 수출길이 사실상 막힐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피해 규모를 금액으로 따져보면 145억2,721만 달러에 달합니다. 쿼터제 등이 대체 도입되더라도 어느 정도 타격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입니다.
/김우보기자 ub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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