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혁신도시 10년을 진단한다]정치적 목적 따라 분산 '실패한 이전'…"주말엔 유령도시"

<상>10개 도시 500명 설문 -이전기관 실태

충북·경남 등 지역특성 고려 안해

시너지 없고 민간기업 유치 미미

2기 선정 "업무연관성 최우선"

"KTX 등 교통시설 확충"도 19%





“공공기관을 정치적 목적에 따라 전국 각지로 보내지 말고 2~3곳을 골라 집중적으로 보냈어야 자립도시가 됐을 것 같습니다. 주말은 곳곳이 유령도시입니다.” (2016년 원주시로 이전한 공공기관 직원)

26일 서울경제신문이 1기 혁신도시로 이전한 공공기관 직원 5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나온 현장의 목소리다. 정부가 지난 2004년부터 지역균형발전을 위해 공공기관의 지방 이전을 추진했지만 상당수 혁신도시에 지역 특성과 동떨어진 공공기관이 무분별하게 내려와 효과를 제대로 내지 못하고 있다는 게 이전기관 직원들의 여론이다. 이 때문에 설문조사에서 응답자들은 여당의 공언처럼 설령 공공기관의 2차 지방 이전지역을 선정한다 하더라도 최우선으로 업무 연관성과 효율성(60.3%)을 고려해야 한다고 답했다.

지역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대표적인 실패 사례로는 충북혁신도시와 경남혁신도시 등이 꼽힌다. 충북혁신도시는 1기 혁신도시 중 규모가 세 번째로 크지만 한국소비자원·한국고용정보원·한국가스안전공사 등 이전 공공기관별 성격이 달라 시너지 효과를 제대로 내지 못하고 있다. 경남혁신도시도 지역육성산업이 나노융합산업과 항공우주산업인데 이전 공공기관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한국시설안전공단·주택관리공단·한국승강기안전관리원 등으로 지역전략산업과 동떨어진 기관들뿐이다.

전반적인 민간기업 유치 현황을 봐도 혁신도시 전체 클러스터 용지의 37.5%가 주인을 찾지 못했고 매각된 용지마저도 미건축·미입주가 대다수다. 충북으로 이전한 한 공공기관 직원은 “지역 선정에 있어 정치적인 판단보다 업무 연관성을 우선적으로 따져야 한다”고 답했다. 이런 탓에 LH 토지주택연구원도 최근 공개한 ‘혁신도시 시즌2 실행력 진단 및 발전 방안 연구’ 보고서에서 “이전 공공기관의 기능과 지역전략산업의 연계 부족으로 산학연 클러스터 구축이 난제”라고 짚었다.

응답자들 역시 2기 혁신도시를 추진할 때 이전지역을 선정하는 기준으로 지역 안배(19%), 공공기관 직원 의사(14.9%), 우수 인재 유치 가능성(4.1%)도 고려해야 한다고 답했다.



2기 혁신도시를 조성한다면 교통시설(19.2%) 확충이 가장 필요하다고 답했다. 2015년 원주시로 이전한 공공기관의 20년 차 직원은 “외부지역으로 출장을 갈 경우 시외버스터미널이나 기차역까지 거리가 멀고 대중교통이 불편해 무조건 택시를 이용해야 한다”며 “혁신도시의 교통 불편 해소를 위해 연계 교통수단 확충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잦은 출장으로 혁신도시 공공기관 직원들에게 KTX 등 교통수단 할인혜택을 줘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의료시설(17.71%), 교육시설(16.2%), 문화시설(14.2%), 편의시설(11.7%)이 부족하다는 의견도 뒤를 이었다. 충북혁신도시로 이전한 한 공공기관 직원은 “최소한의 정주여건 확보를 위해 병원과 대형마트 등의 입점이 필요하다”며 “이전지역은 인프라가 전혀 갖춰져 있지 않은 곳이 아닌 발전 가능성이 있는 곳으로 선정해 자연스러운 인구 유입과 지역경제 활성화를 견인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답했다.

2기 혁신도시 건설에 대해서는 찬성 의견이 47.3%로 가장 많았다. 지역균형발전(48.3%)이라는 정책 목표에 대체로 동의한데다 정책의 지속성 유지(16.1%)가 필요하다고 봤기 때문이다. 찬성 의견을 낸 대구의 한 공공기관 직원은 “이전 효과는 장기적으로 나타날 것”이라며 “당장 자녀 교육과 배우자 직장 등으로 지역경제 활성화가 더딘 것처럼 보이지만 이전 이후 태어난 자녀들의 교육이 해당 지역에서 이뤄질 때면 그때부터 효과가 나올 것”이라고 답했다.

다만 근무경력이 많을수록 2기 건설을 찬성하는 비율은 떨어졌다. 근무경력별로 보면 1년 미만은 54.1%가 찬성했고 1~5년은 49.3%, 6~10년은 45.8%, 11~20년은 49.6%가 찬성했지만 21~30년 근무자들은 32%만 찬성 의견을 냈다.

반대의 목소리도 만만찮았다. 반대 의견은 20.2%, 유보 의견은 31.1%였다. 정부와 여당이 혁신도시 2기 건설을 추진하려는 의도를 ‘해당 지역의 표심을 얻기 위해서(22.4%)’라고 봤기 때문이다. 반대 의견을 낸 응답자들은 “현 상황에 대한 분석 없이 2기 사업이 추진되는 것 같다” “생이별하는 사람을 더 이상 만들고 싶지 않다” “이전비용을 차라리 저소득층을 위해 사용하는 게 나을 것 같다”는 의견을 냈다.
/세종=강광우기자 pressk@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울경제 1q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