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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도시 10년을 진단한다] 서울서 멀어져 소통 한계.."업무효율 떨어졌다" 46%

<상> 10개 도시 500명 설문 -이전기관 실태

국회·민간과 접촉 잦지만

거리 탓 피로 쌓이고 불협화음

자녀교육 위해 통근족도 15%

'가족모두 이전'은 26% 그쳐

인프라 부족에 삶의 만족 추락

56% "10점 만점에 5점 이하"





“민간에 사업을 맡겨야 하는데 낙찰업체의 99%가 서울·수도권에 몰려 있어요. 회의도 하고 보고도 받아야 하는데 거리가 멀어 어려움이 많습니다.”(대구 소재 공공기관 직원)

“전문가들과 교류가 눈에 띄게 줄면서 업무 완성도가 떨어지고 의사소통이 안 되니 일을 두 번 세 번 하는 일이 잦습니다.”(전남 나주 소재 공공기관 직원)

1기 혁신도시 조성으로 전국 방방곡곡에 흩어진 공공기관 직원들은 업무 효율성 저하가 심각하다고 입을 모았다. 국회와 정부, 민간 기업이나 다른 기관과 일을 함께하려면 자주 만나야 하지만 한 번 회의에 하루를 다 쓰다 보니 여러 번 보기도 어려운데다 물리적 거리의 한계에 부딪혀 소통이 자주 엇나가면서 불협화음을 낳았다는 것이다.

서울경제신문이 전국 10개 혁신도시로 이전한 공공기관 30곳, 직원 5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도 관계기관과 업무 효율성 변화에 대한 질문에 19.3%는 ‘매우 떨어졌다’, 27%는 ‘떨어졌다’고 응답해 절반에 가까운 46.3%가 부정적으로 응답했다. 반면 업무 효율이 ‘높아졌다(매우 높아졌다 포함)’는 답변은 10.9%에 그쳤고 ‘보통이다’가 42.8%였다. 국회와 정부, 공공기관들이 서울과 수도권에 몰려 집적 효과를 누릴 때보다 효율성이 떨어질 것은 예상됐지만 실제 업무를 수행하는 직원들이 체감하는 비효율은 훨씬 컸던 셈이다.

가장 큰 걸림돌은 시간이었다. 수도권에서 전남 나주나 대구, 경남 진주 등으로 이전한 기관들은 정부나 국회, 일반 기업, 학계 등과 접촉하기 위해 왕복 교통에만 길게는 대여섯 시간을 썼다. 절대적으로 업무에 투입할 시간이 줄어들었고 직원들이 느끼는 육체적 피로도 과중해지면서 업무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쳤다.



가끔 가는 장거리 출장도 만만치 않은데 직장이 지방으로 옮겨진 뒤에도 출퇴근을 고수하는 장거리 통근족도 여전하다. 기관 이전에 따라 가족이 모두 주거지를 옮겼는지를 묻는 항목에 응답자의 14.5%는 기존 거주지에서 출퇴근한다고 답했는데 이들 중 45%는 왕복 통근시간만 3시간 이상이었다. 기존 수도권에 살던 공공기관 직원들은 기관이 아예 통근이 불가한 전남이나 경남으로 갈 경우 홀로 혹은 부부만 이사를 갈 수밖에 없었던 반면 강원도나 충청권 등 애매한 거리로 옮겼을 때는 상당수가 통근버스나 KTX 등을 이용해 출퇴근했다. 가족 모두 이전했다고 답한 비율은 26.5%에 그쳤다. 전체의 4분의3은 직장에 따라 어쩔 수 없이 가족이 분리되거나 출퇴근을 감수한다는 뜻으로 혁신도시 조성이 개별 가정에 큰 변화를 안긴 셈이다.

교통비 지출과 본인의 피로 누적에도 출퇴근하는 이유는 아이들 때문이었다. ‘공공기관 이전 후에도 기존 주거지에서 출퇴근하는 이유(복수응답)’로 응답자의 33%는 ‘자녀교육’을 꼽았다. 친구들과 어울려 지내거나 입시를 앞둔 아이들의 환경을 갑자기 바꾸느니 직원 스스로 희생하는 게 낫다는 판단이었다. ‘거주요건 부실’도 24.5%에 달했고 배우자의 직장을 갑자기 옮기지 못한 경우도 22.0%에 달했다. 충북 음성에서 근무하는 한 공공기관 직원은 “자동차가 없으면 생활이 매우 불편하고 병원이 부족해 아프거나 다쳤을 때도 걱정”이라며 “생활 여건을 고려해보니 도저히 가족들을 데리고 갈 수 없었다”고 토로했다.

가족 모두가 거주지를 옮겼지만 특별히 나은 것도 아니었다. ‘혁신도시에서 가장 부족한 시설’을 묻자 문화(23.0%)·의료(21.9%)·교통(21.1%)을 고른 비율이 비슷하게 나왔고 교육(15.2%)과 쇼핑 등 편의(13.4%)를 선택한 응답도 적지 않았다. 전남 지역에서 근무하는 한 직원은 “정든 고향을 어쩔 수 없이 떠나왔는데 최소한의 인프라라도 갖춰놓고 이전시켜야 한다”고 지적했다.

업무 효율성은 떨어지고 생활의 질마저 추락한 탓에 이전 기관 직원들의 만족도는 저조했다. 공공기관 이전에 따른 생활과 업무를 점수(10점 만점)로 평가해달라는 문항에 응답자의 56.7%가 5점 이하를 줬고 2점 이하의 박한 점수를 준 응답자도 5명 중 1명꼴인 18.7%에 달했다. 9점 이상 높은 점수는 7.2%에 불과했다. 전체 평균은 4.97점으로 5점에 못 미쳤다.

물론 혁신도시 이전이 주는 장점도 있다. 장점(복수응답)으로 ‘통근시간 감소’를 꼽은 비율이 40.2%로 가장 많았고 ‘생활의 여유(25.8%)’ 주거여건 개선(17.3%)이 뒤를 이었다. 반면 장점을 묻는 질문에도 ‘없다’는 응답이 9.0%에 달한 것은 눈여겨볼 대목이다. 대구에 둥지를 튼 공공기관의 한 고위관계자는 “정책의 취지는 이해하지만 기반시설을 제대로 갖추지 못한 게 큰 문제”라며 “혁신도시를 확대한다면 업무 효율성 저하를 최소화할 근본 대책과 직원들이 정주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진혁기자 libera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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