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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北 비핵화 로드맵 진척시켜야 한다

정진영 경희대 국제학과 교수

트럼프 자국내 입지 좁아져

北 양보없인 협상 진전 난항

북미, 상대방 입장 수용해야

2차회담 실질적 성과 거둘것





북한 비핵화를 위한 외교적 노력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평양정상회담에서 북미 간 비핵화 협상을 진전시킬 단초가 마련됐고 이어 뉴욕에서 개최된 문재인·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정상회담에서 트럼프·김정은 2차 북미정상회담이 가시화됐다. 북한 비핵화 협상을 진전할 동력이 살아나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과 문 대통령의 유엔총회 연설은 이러한 성과를 바탕으로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의 길에 대한 자신감을 국제사회에 천명했다.

그러나 한반도 비핵화의 길은 멀고도 험하다. 4·27 판문점선언과 6·12 싱가포르 공동성명은 남북미의 최고지도자가 한반도 비핵화 목표를 공유한다는 점을 확인하는 수준의 문서였다. 비핵화를 언제까지 어떻게 할지에 대해서는 아무런 언급이 없었다. 즉 비핵화 로드맵이 없었다. 지금 문 대통령이 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 사이에서 협상가로서, 중재자로서 분주히 움직이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북한 비핵화를 위한 로드맵을 만들기 위해서다.

비핵화 프로세스의 일반적인 절차는 간단하다. 국제원자력기구(IAEA)를 중심으로 발전해온 핵물질과 시설에 대한 신고→검증→폐기의 절차를 밟으면 된다. 그러나 협상을 통한 북한 비핵화의 경우에 이 방법을 그대로 적용하기 어렵다. 북한의 입장에서 받아들이기 어렵기 때문이다. 북한이 먼저 핵 신고를 하면 북한의 협상력은 급격히 줄어들 수 있다. 북한은 검증과 폐기의 수순을 받아들이는 것 외에 다른 협상카드를 갖기 어렵다. 핵 신고서의 진실성 여부를 둘러싸고 일어날 국제적인 논란도 북한의 입장을 난처하게 만들 것이다. 이런 이유 때문에 북한은 이미 알려진 핵 시설의 일부를 폐기하는 것과 자신이 원하는 것을 받는 방법으로 협상을 진행하려 한다.



이에 비해 미국의 입장에서는 북한의 이러한 태도가 김 위원장의 비핵화 의지의 진정성을 더욱 의심하게 만든다. 과거 북한과의 협상에서 배운 부정적 교훈과 북한에 대한 깊은 불신이 이러한 의구심의 밑바닥에 깔려 있다. 이런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대북 협상에서 취할 수 있는 선택의 범위는 넓지 않다. 한편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국내 정치적인 입지 약화가 북한과의 협상을 통한 비핵화의 길을 선택하는 데 기여했지만 다른 한편으로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과의 협상에서 과감한 조치를 취하는 것을 어렵게 만든다. 즉 ‘양면게임’ 협상이론에서 말하는 ‘윈셋(win-set)’이 트럼프 대통령의 경우 매우 작다. 북한이 비핵화 로드맵을 내놓지 않거나 늦추면 늦출수록 트럼프 대통령의 윈셋은 더욱 줄어든다. 북한이 극적인 양보를 하지 않는 한 미북 협상의 타결은 더욱 어려워질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취약한 국내 정치적 입지는 북한 비핵화 협상에 있어 양날의 칼인 셈이다.

이에 따른 교착상태를 풀기 위해 문 대통령은 분주히 움직였다. 방미 기간 중 미국외교협회에서의 연설과 폭스뉴스와의 인터뷰를 통해 김 위원장의 비핵화 의지의 진정성을 강조했다. 유엔총회 연설에서는 국제사회가 북한이 평화와 번영의 길을 걷도록 협력할 것을 호소했다. 종전선언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역설함으로써 미국을 압박하기도 했다. 한편으로 김 위원장을 안심시켜 비핵화를 위한 과감한 조치를 하도록 유도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미국과 국제사회가 김 위원장의 비핵화 의지를 신뢰하고 화답할 것을 주문한 것이다. 북한 비핵화 로드맵을 진척하기 위한 힘겨운 중재외교의 길이다.

협상을 통해 북한 비핵화를 달성하려는 첫걸음은 성공적으로 시작됐다. 이제 길에서 만나는 첫 번째 중대한 고비에 직면했다. 제2차 트럼프·김정은 정상회담의 성공이 관건이다. 적어도 북한 비핵화를 위한 로드맵의 앞부분이 완성되려면 양국이 현 단계에서 서로가 원하는 점을 수용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 그것은 바로 북한이 성실한 핵 신고를 하고 미국이 정치적 종전선언 요구를 받아들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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