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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What-늙어가는 지구촌 연금전쟁]'코끼리 옮기기'...스웨덴은 어떻게 연금개혁 성공했나

정권 운명마저 좌우하는 '난제'

세계 각국 가파른 고령화 속도에

정년 늦춰 수급연령 높이기 사활

日·佛·아르헨 등 연금개혁 고삐

푸틴 "연금 수급개시연령 男 65세"

전격발표에 반정부시위 이어지기도

스웨덴 13년 논쟁 끝에 개혁 성사

합의기구 조성...공감대 형성 절실







러시아 하원(두마)이 27일(현지시간) 지난 수개월 동안 러시아 사회를 들끓게 만들었던 연금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블라디미르 푸틴 정부가 6월 러시아월드컵 개막 전날 법안을 전격 발표한 지 3개월여 만이다. 다음달 3일 상원 심의와 대통령 서명을 거쳐 발효될 것이 확실시되는 러시아의 연금개혁 논란은 이로써 사실상 종지부를 찍을 것으로 보이지만, 극심한 반발 여론을 무릅쓰고 강행되는 이번 개혁은 푸틴 정권에 적잖은 타격이 됐다는 지적이 많다.

러시아를 뒤흔든 푸틴 정부의 연금개혁 법안은 연금수급 개시 연령을 남성은 현행 60세에서 65세로, 여성은 55세에서 63세로 올리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막대한 파급력을 의식한 러시아 정부가 6월 월드컵 개막 전날 전격적으로 발표한 연금개혁안은 정부의 예상을 뛰어넘는 사회적 파장을 일으켰다. 러시아 전역에서 연일 수천~수만명 규모의 반정부시위가 이어졌고 80%를 웃돌던 푸틴의 콘크리트 지지율은 역대 최저인 38%까지 추락했다. 두마의 표결이 끝난 지금도 모스크바 거리 곳곳에 정부 연금개혁은 ‘집단학살(genocide)’이라는 포스터가 붙어 있다.

세계 각국이 고령화에 따른 기금고갈과 재정난 해소를 위해 연금개혁에 고삐를 죄기 시작하면서 정부와 국민들 간의 치열한 힘겨루기가 벌어지고 있다. 최근 연금개혁을 놓고 가장 큰 진통을 겪은 곳은 러시아와 니카라과다. 니카라과 정부는 4월18일 연금재정 건전화를 위해 연금보험료를 최대 22% 늘리고 전체 혜택을 5% 줄이는 연금개혁안을 발표했다가 전국적인 항의시위로 수십명이 목숨을 잃은 최악의 유혈사태를 겪으면서 대통령이 일주일 만에 개혁안을 철회했다. 철권통치로 유명한 러시아조차 푸틴 대통령이 여성의 정년 연령을 당초 제시된 63세에서 60세로 낮추는 타협안 등을 제시한 끝에 간신히 법안을 추진할 수 있게 됐다.

고령화 대국인 일본에서도 아베 신조 총리가 최근 총재선거에서 연금지급 시기를 늦추기 위한 연금법 개정 방침을 밝혀 여론이 시끄럽다. 잇단 노동법을 필두로 고강도 개혁을 추진하고 있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올해 국정과제로 연금개혁안과 맞물린 정년 연장을 언급하면서 프랑스에서도 연금 문제가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지난해 말 친시장 정부의 연금개혁법이 의회를 통과한 아르헨티나에서는 격렬한 저항시위 과정에서 150명의 사상자가 나오기도 했다.

조금 더 시계를 되돌리면 2000년을 전후해 연금개혁에 나섰다가 국민들의 반발로 정권이 흔들린 사례가 적지 않다. 게르하르트 슈뢰더 전 독일 총리와 니콜라 사르코지 전 프랑스 대통령, 로마노 프로디 전 이탈리아 총리,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일본 총리 등이 연금개혁에 칼을 댔다가 줄줄이 중도 낙마하거나 정권 재창출에 실패했다.



세계적 연금전문가인 카를 힌리히스 독일 브레멘대 교수는 연금개혁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를 코끼리를 움직이는 데 비유한다. 연금과 코끼리 모두 “덩치가 크고 회색이며 사람들한테 아주 인기가 많은데다 육중해 움직이기 힘들다는 점이 빼닮았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연금개혁을 둘러싼 진통을 꼼짝 않는 ‘코끼리 옮기기’로 표현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각국 정부가 연금에 칼을 들이대는 것은 그만큼 절박해진 재정상황 때문이다. 유례없는 초저출산으로 보험료를 낼 청년과 중년층은 급격히 줄어들고 연금을 받는 노년층이 급증하면서 전 세계는 이미 공적연금의 지속 가능성에 ‘경고등’이 켜졌다. 당장 러시아가 그렇다. 모스크바타임스의 분석에 따르면 올해 연금생활 고령자 인구는 3,630만명으로 일자리를 가진 노동인구 7,260만명의 절반에 해당한다. 앞으로 연금생활자가 오는 2024년까지 440만명(13.5%) 더 늘어나면 연간 7,000억루블(약 12조6,000억원) 이상의 재원이 더 필요해진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각국 정부들은 정년을 최대한 늦추려는 카드를 꺼내 들 수밖에 없다. 정년이 늘어나면 연금수급 시기도 늦춰져 연금기금 고갈에 따른 부담이 줄어든다. 또 고령자들이 일을 할수록 구매력이 유지되고 세수가 늘어난다. 건강한 고령자를 늘리면 의료보장 등 복지 부담 역시 작아져 결국 연금 재정 건전화를 유지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정부와 국민의 마찰은 불가피하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정년이 길어져 일할 기회가 늘어난다고 반기는 국민도 있겠지만 대다수는 정부가 세금을 아끼려고 일을 더 시킨다는 반감을 가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의 평균 정년은 남자 64.3세, 여자 63.7세지만 각국 정부는 고령화 시대에 발맞춰 정년을 66∼70세로 늦추고 그에 따른 연금개시 수급연령 상향조정을 추진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연금개혁의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으려면 보험료율 인상을 포함한 재정안정화를 추진하되 이를 위한 사회적 합의기구를 구성해 연금개혁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하고 대국민 설득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한다. 성공적 모범사례로 꼽히는 곳이 스웨덴이다. 1913년 처음으로 공적연금을 도입한 스웨덴은 기존의 보편적 기초연금에 한국의 국민연금과 비슷한 개념의 사회보험 방식인 소득비례연금보험을 1960년 개시했으나 공적연금의 재정건전성 악화와 경기불황이 계속되자 중산층 이상보다 빈곤층에 대한 국가 지원을 늘리는 방향으로 연금제도를 개편했다. 이 과정에서 1985년부터 개혁이 성사되는 약 13년 동안 스웨덴 내 모든 정파가 참여해 치열한 논쟁을 벌이며 국민적 합의를 도출해냈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로버트 실러 미국 예일대 교수는 “국민적 합의에 기반한 연금개혁은 국가 재정위기는 물론 향후 문제가 될 세대 간 분담 문제 해결에도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이현호기자 hhle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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