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포춘US]청정에너지 바람이 다시 분다

THE WIND AT GREEN ENERGY‘S BACK

친환경 에너지 사업들은 한때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었다. 그러자 뱅크 오브 아메리카 Bank of America가 더 많은 투자를 유치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냈다. By Matt Heimer

오클라호마는 화석연료 생산의 중심지다. 드넓게 펼쳐진 목초지들 사이에서 간간히 석유 시추 설비들을 볼 수 있다. 하지만 차를 타고 서쪽으로 한 시간 정도 가면 만나는 그레이디 카운티 Grady County는 또 다른 풍경을 보여준다. 민코 Minco 바깥 쪽 언덕 정상에서 80피트 높이의 터빈 수십 개가 가동되고 있다. 터빈이 돌면서 규칙적으로 내는 저음이 저 멀리 소 울음 소리와 자동차 소음과 섞여 들려온다.

이 터빈들은 현재 확장 중인 풍력사업 파이오니어 플레인 Pioneer Plains의 일환으로, 4만 2,000가구에 전기를 공급하고 있다. 풍력 발전은 에너지 경제 혁신과 관련해 많은 이해관계가 걸린 사업이다. 비용 효율적인 재생에너지가 기후변화 주범인 화석연료의 대안으로 성장할 수 있다는 일종의 ‘확신’인 셈이다. 이 풍력 발전단지는 자금 조달과 관련된 변화의 상징이기도 하다: ‘그린 본드 green bond’/*역주: 친환경 프로젝트 투자자금 조달을 위해 발행하는 특수목적 채권/가 없었더라면, 풍력 발전이 이렇게까지 싹을 틔우진 못했을 것이다(그린 본드는 10년 전만 해도 존재하지 않던 투자 방식이다).

그린 본드는 뱅크 오브 아메리카(BofA) 투자 담당자들의 아이디어에서 탄생했다. 870억 달러 자산과 20만 9,000명 직원들을 보유한 이 대형 금융기관은 올해 포춘 선정 ‘세상을 바꾸는 기업들(Change the World)’ 리스트 3위에 이름을 올렸다. 샬럿 Charlotte에 본사를 둔 BofA는 1,250억 달러 규모의 환경사업 이니셔티브(Environmental Business Initiative)를 통해 ‘기후 금융’의 중심으로 자리매김했다. 기후 금융은 다소 딱딱한 용어지만, 저탄소 경제를 위한 투자 유치에 있어선 핵심적인 사업이다. BofA의 작품이라 할 수 있는 그린 본드는 2013년부터 전 세계 투자자들로부터 4,420억 달러의 자금을 유치했다. 그리고 조 단위 규모의 대기업 애플부터 캘리포니아 주 안티오크 공립 학교구의 작은 기관들까지, 차입자들의 재생 에너지 혁신비용을 지원하고 있다.

대부분 환경운동가들은 민간 부문의 동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재생 에너지 혁명이 어렵다는 데 동의한다. BofA 같은 대형 은행은 자금이 절실한 친환경 사업체와 투자자를 연결해 주는 데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광범위한 네트워크와 뛰어난 전문성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숀 키드니 Sean Kidney는 “BofA는 최초의 상업 그린 본드를 발행하고, 기관 투자자들의 관심을 유도했다. 이 시장의 신뢰성을 직접 담보했다”라며 “정말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평가했다. 그는 친환경 에너지 투자를 조사하는 런던의 비영리 국제기후채권기구(Climate Bonds Initiative, CBI)의 공동 설립자이자 CEO이다.

미국인들은 현재 지역 전력회사를 통해 태양 에너지를 구매하고 일상에서 테슬라 전기차를 이용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따라서 풍력이나 태양광 발전에 자금이 부족할 것이라 생각하기 쉽지 않다. 하지만 2008년 금융 위기 당시엔 실제로 자금난을 겪었다. BofA 메릴린치의 ESG 부채·자본시장을 총괄하는 수잰 부타 Suzanne Buchta는 “당시에는 위험선호 성향이 크게 약화돼 있었다. 대부분 투자자들이 환경 관련 투자를 위험하다고 봤다”고 회상했다.

당시 BofA는 위험을 오판해 큰 대가를 치르고 있었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subprime mortgages에 대한 잘못된 투자는 엄청난 대차대조표 부실로 이어졌다. 투자자들이 앞다퉈 주식을 투매하는 바람에, 은행이 시장가치 80% 이상을 잃었고, 결국엔 450억 달러의 연방 구제금융을 받는 지경에 이르렀다. 2009년 12월 CEO에 임명된 브라이언 모이니핸 Brian Moynihan은 임원들과 함께 여러 차례 ‘성찰 회의’를 가졌다. 그 무렵엔 구제금융이 거의 상환된 상태였다. 그러나 모이니핸은 “‘과연 우리의 존재 이유는 무엇인가? 우리가 사라진다면 누가 우리를 그리워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새 화

오클라호마 주 케이카운티 Kay County 블랙웰 풍력센터에 건설 중인 터빈의 모습. 뱅크 오브 아메리카의 ‘그린 본드’는 수십 개의 풍력 발전 프로젝트에 자금을 지원했다. 사진=포춘US




두로 떠올랐다”고 당시를 회고했다.

그래서 BofA 경영진은 은행의 사명(使命)을 재설정했다. 좀 더 보수적인 투자와 기초 사업 및 소비자 금융을 중심으로 재정을 긴축했다. 전열을 재정비하는 동안, 당시 이 은행의 글로벌 전략 및 마케팅 최고책임자 앤 피누케인 Anne Finucane은 친환경 투자가 새 사명에 딱 들어맞을 것이라 확신했다. 2007년 은행은 해당 사업을 위해 200억 달러 자금지원을 약속했다. 이후 에너지 효율 건물 같은 몇몇 프로젝트가 소소한 성과를 거두자, 피누케인과 그 팀원들은 더 큰 자신감을 갖게 됐다. 피누케인은 “사업을 좀 더 큰 규모로 진행할 수 있다는 확신이 들었다. 하지만 먼저 그것을 입증해야 했다”고 말했다.

그녀는 2013년 그 기회를 잡았다: 피누케인의 요청에 따라 BofA는 ‘저탄소 지속가능 사업’에 추가적으로 1,250억 달러를 배정하기로 결정했다. 이를 계기로 많은 직원들이 새 프로젝트를 구상하고, 자신들의 아이디어를 적극 알리기 시작했다. BofA는 △투자자를 설득할 수 있는 채권인수인 △청정 에너지 수요를 꿰고 있는 에너지 시장 거래자들 △터빈과 태양광 전지 패널을 속속들이 아는 엔지니어를 수십 명 고용했다. 현재 부회장에 올라있는 피누케인이 당시 중개자 겸 후원자 역할을 했다. 각기 다른 팀에서 온 전문가들을 하나로 묶고, 그들이 상부의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일이었다. 그녀는 “사람들에게 자신이 익숙한 분야에서 벗어나 다른 관점에서 생각하고, 수평적인 관계에서 일하면서 사고하도록 요구하면, 더 많은 성과를 얻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BofA의 환경사업부 임원 앨릭스 리프트먼 Alex Liftman도 이에 동의한다. “사람들을 자신의 전문분야가 아닌 잘 모르는 분야에서 일하도록 했더니, 우리가 기대했던 것보다 두 배는 빠른 속도로 아이디어를 제시했다.”



그 중 한 명이 부채 전문가 부타였다. 하이킹과 자연을 사랑하는 그녀는 어떻게 하면 투자자들을 친환경 프로젝트에 끌어들일지 고민해왔다. 부타는 채권이 주식보다 더 좋은 장점들을 잘 알고 있었다. 우선 안정성이 높다: 채권 금리는 예측 가능하고, 경기가 아주 악화됐을 때에만 주식처럼 요동친다. 따라서 채권은 △위험회피 성향을 가진 연금펀드 매니저들 △보험사 △글로벌 자본의 상당 부분을 관장하는 기관 투자자들에게 매우 매력적이다. 또 다른 장점은 ‘링 펜싱 ring fencing’이다. 채권은 주식과 달리, 투자금을 특정 목적에만 사용하도록 발행기관의 용도를 지정할 수 있다.

부타는 2013년부터 몇몇 대형 은행 담당자들과의 협업을 통해 포괄적 ’그린 본드 원칙‘을 마련해왔다. 그 원칙에 따르면 ’그린 본드‘라는 명칭은 실제로 환경에 도움이 되는 사업들을 위해 투자금을 사용할 때에만 쓸 수 있다. 부타는 “이 개념은 매우 단순하고 쉽게 접근할 수 있다는 점에서 탁월하다”고 설명했다. 그린 본드는 투자자들에게 그들의 재정적 기여가 기후 변화에 어떤 긍정적 영향을 미치는지를 분명하고 확실하게 제시해주기 때문이다.

이 개념을 시험하기 위해 BofA 스스로가 실험 대상이 됐다. 2013년 은행은 최초의 ’지표 채권 규모‘(다시 말해 대규모의) 기업 그린 본드를 발행했다. BofA는 투자자들에게 5억 달러를 빌린 후, 운용 수익금을 10여 개 다양한 프로젝트에 배정했다. 이 기금은 파이오니어 플레인의 풍력발전 설비구매에도 투입됐다. 또한 로스앤젤레스와 오클랜드의 가로등 17만 개를 에너지 절약 LED 전구로 업그레이드 하는 데 도움을 주었다. 안티오크 공립학교구는 이 기금으로 24개 학교에 태양 전지판을 설치할 수 있었다.

이 같은 도움이 없었다면, 잠재적 위험을 안고 있는 소규모 프로젝트들은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었을 것이다. 설령 돈을 빌린다고 해도, 높은 금리를 감수해야 했을 것이다. 소규모 프로젝트들을 한데 모아 자체 신용평가를 통해 자금을 지원한 BofA는 전반적으로 비용을 낮췄다(3년 만기 채권 수익률 1.35%는 저금리 환경에 놓인 투자자들에겐 꽤 매력적이다. 그러나 차입자들에겐 더할 나위 없이 낮은 이율이다). 배당금이 엄청나게 많지도 않았지만, 이 채권은 공모 당시 큰 인기를 누렸다. 기관 투자자들이 더 많은 친환경 투자기회를 찾으면서, 채권구매 수요가 공급을 초과했다.

시장에서 그린 본드의 개념이 증명되자, 다른 차입자들도 몰려들었다. 매사추세츠 주 정부는 지난 2013년 최초의 ‘그린 본드’ 지방채를 발행했다. 애틀랜타에 본사를 둔 대형 에너지 기업 서던컴퍼니 Southern Co.도 태양열 및 풍력 사업을 위해 10억 달러 이상을 조달했다. 애플은 2016년과 2017년 25억 달러 규모의 그린 본드를 발행해 재생가능 에너지로 더 많은 자체 시설을 운영할 수 있도록 자금을 지원했다. BofA는 각각의 거래에 대한 주요 보증 기관으로서, 투자자 유치를 하는 과정에서 중개 역할을 했다. 지금까지 이 은행은 270억 달러 규모의 발행을 보증해 미국 내 최대 그린 본드 보증 기관이 됐다. 그리고 좀 더 규모가 큰 시장도 탄생했다. 국제기후채권기구(CBI)에 따르면, 2017년 1월 이후 2,540억 달러 규모의 그린 본드가 발행됐다. 이는 지난 4년 간의 총액을 상회하는 금액이다.

BofA 직원들은 친환경 사업을 위해 자산을 창의적으로 활용하는 방식에 자부심을 갖고 있다. (세상을 바꾸는 기업 21위에 오른 넥스트에러 NextEra가 소유한) 파이오니어 플레인과 다른 20여 개 에너지 사업을 위해, BofA는 ’세금 자산화(tax equity)‘ 투자/*역주: 프로젝트 파이낸싱을 통해 재생 에너지 분야에 투자하는 저위험 투자 수단/를 하는 채권 투자금을 활용했다. 이는 개발자들에게 친환경 에너지 세액공제액을 미리 지급하는 것이다. 이 방식을 통해 개발자들은 공사 및 수리 대금을 조달하고, 은행은 공제를 활용해 절세를 할 수 있었다. 그리고 BofA의 또 다른 프로젝트 ’촉매금융 이니셔티브(Catalytic Finance Initiative, CFI)는 까다로운 기후-재정 문제 해결을 전문적으로 다루고 있다. 지난해 CFI 팀은 가정용 태양광업체 비빈트 솔라 Vivint Solar가 3만 곳의 주거용 태양광 거래처로부터 한꺼번에 현금을 받을 수 있도록 도움을 주었다. 회사는 그 돈을 2억 300만 달러 규모의 그린 본드에 투자하고, 그에 따른 부채를 투자자들에게 판매했다.

BofA는 그 환경 사업이 얼마나 많은 수입을 올렸는지 세분화 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보증료와 이자, 자문료 등으로 수익을 냈다. 2007년부터 지금까지, 이 은행은 친환경 사업에 투자하겠다고 약속한 1,450억 달러 중 960억 달러 이상을 배정했다. 최근에는 자체 실적 역시 개선되고 있다. 지난 3년간 주가는 S&P500 기업들보다 두 배 이상 올랐고, 수익도 20%가 증가했다.

지난 4월 4명의 경제학자가 그린 본드를 지지하는 투자자들에게 희망이 될 만한 보고서를 발표한 바 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그린‘이라는 명칭이 들어간 지방채는 비환경 채권에 비해 수익률이 0.06% 낮았다. 추가로 그린 본드 ’인증‘을 받을 경우, 그 격차가 2~3배 더 벌어졌다. 구매자가 가격을 끌어올리면 채권 수익률이 떨어지는 점을 고려하면, 그린 본드에 대한 수요가 일반적인 수준보다 더 많다는 의미다. 전형적인 지방채인 경우, 이자 수백만 달러를 절약할 수도 있다. 뉴욕대학교 스턴 경영대학원(NYU Stern School of Business)에서 재무학을 가르치는 이 보고서의 공동 저자 제프리 버글러 Jeffrey Wurgler는 “그런 장점을 보면 그린 본드 인증에 드는 비용이 그리 나쁜 편은 아니다. 차입자와 투자자 모두 그린 본드의 혜택을 누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가장 중요한 문제는 그 혜택이 얼마나 클지, 어느 정도로 효과적일지, 얼마나 빨리 나타날 것인지이다. 전기차 생산과 에너지 저장, ’스마트 그리드‘ 건설은 모두 성장 잠재력이 큰 분야다. 단, 민간 분야에서 연간 수십억 달러가 아닌 수조 달러 규모의 자금을 동원할 수 있을 때에만 성장이 가능한 분야다. BofA의 모이니핸도 “공공 자본으로는 충분치 않다. 과거 방식으로 민간 자본을 활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린 본드가 상대적으로 안정적이고 익숙한 장점을 앞세워 시장에 더 많은 자금을 끌어온다면, BofA가 그 기반을 닦기 위해 가장 노력한 일등공신이 될 것이다.

/번역 강하나 samese@naver.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울경제 1q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