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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망 좁혀도…'눈 뜨고 코 베이는' 지역주택조합

"규제 강화로 믿을 수 있다" 유혹

'6·3 주택법'이 되레 홍보용으로

조합원 모집 감독도 무용지물

분담금 추가·사실상 탈퇴 불가능

집값 상승에 주택조합 피해 속출

서울 노원구의 한 주택가에서 모 지역주택조합이 3.3㎡당 1,200만 원대의 분양가를 내걸고 조합원을 모집하고 있다./연합뉴스




#지난해 말 경기도 구리시의 Y 아파트 모델하우스를 방문한 50대 직장인 C 씨는 해당 지역 평균보다 3.3㎡당 400만~500만 원 저렴한 분양가에 끌려 계약까지 마쳤다. 그런데 알고 보니 이 단지는 일반 아파트가 아닌 지역주택조합 아파트였다. 분양 승인은커녕 해당 지방자치단체인 구리시에 조합원 모집 등의 신고조차 되지 않은 상태였다. 지역주택조합 사기 피해를 당한 지인을 말을 듣고 곧바로 계약 해지를 하긴 했지만 울며 겨자 먹기로 1,000만 원이 넘는 해약금을 물어야 했다.

집값이 상승 곡선을 그리면서 지역주택조합 사업이 다시 기승을 부리고 있다. 앞서 국토교통부는 지역주택조합 사업진행 과정에서 소비자들의 피해가 잇따르자 지난해 6월 관련 법을 개정한 바 있다. 하지만 여전히 느슨한 법망을 피해 피해 사례가 속출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지역주택조합 사업이 주택 공급에 큰 도움을 주지 않을 뿐더러 소비자 피해만 양산한다는 점에서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 일반 아파트처럼 홍보 = 지역주택조합 아파트를 일반 아파트인 것처럼 교묘히 포장해 조합원을 모집하는 방법은 가장 대표적인 피해 사례다. 지난해 6월 바뀐 법은 조합원을 모집하기 전에 지자체에 신고하고, 지역 일간 신문이나 지자체 홈페이지를 통해 공고만 가능하도록 했다. Y 아파트 조합은 이 같은 규정을 지키지 않아 결국 구리시청으로부터 고발을 당했고 주택법 위반에 따른 처분을 받았다. 하지만 위의 사례처럼 지자체의 감시망을 교묘히 피해 비밀리에 조합원을 모집하는 사업장은 여전히 많다는 것이 업계의 설명이다.

현장에선 ‘6·3 주택법 개정’이 되레 소비자들을 현혹시키기 위한 ‘홍보 아이템’으로 변질 됐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6·3 주택법 개정 이후 조합원을 모집하는 곳마다 ‘사업 성공률 100%’ 또는 ‘규제가 강화돼서 오히려 믿을 수 있다’는 등의 말로 소비자들을 유혹하고 있다.

법 개정 내용의 핵심은 투명성 증진이다. 지난해부터 정부는 지역주택조합 설립 이전 단계부터 회계·감사를 강화하고, 관할 행정청에서 조합원 모집을 관리 감독할 수 있게 했다. 조합원을 모집할 때도 사업계획서, 토지 확보 증빙자료 등을 신고토록 의무화했다. 또 시공사 선정·조합원 추가 분담금 증액 등 중요 사항을 의결하려면 조합원 20% 이상 직접 총회에 참석해야 한다는 규정을 추가했다. 조합원 탈퇴 시 납부 금액이 환급되는 시기나 절차도 조합 규약에 명문화해야 한다.



그러나 현실에선 별 효과가 없다는 평가가 나온다. 최근에 모델하우스를 개관했더라도 지난해 6월 3일 이전에 한 번이라도 조합원 모집이나 신문 공고를 했던 조합이라면 관할 지자체에 신고할 의무가 없다. 이전에 중단된 조합이 다시 한 번 조합원 모집에 나서는 사례도 많다.

◇ 추가분담금 상승... 탈퇴도 사실상 불가능 = 추가분담금 상승과 조합 탈퇴·환불의 어려움 역시 개선되지 않고 있다. 청와대 게시판에는 3억 원에 계약했지만 추후 분담금이 추가되면서 일반아파트 분양가에 가까운 6억 원을 내게 됐다는 등 피해를 호소하는 글들이 쏟아지고 있다.

이를 막기 위해 정부는 일정 규모 이상 조합원이 동의해야만 추가 분담금을 의결할 수 있도록 규정했지만 속수무책으로 오르는 분담금을 막을 수는 없었다. 토지가 완전하게 확보되지 않은 상태에서 시작하는 지역주택조합 사업은 정확한 토지 매입 비용을 예측하기가 불가능하다.

조합의 탈퇴나 계약금 환급을 조합 규정에 따라 허용토록 한 것도 현실적으로 불가능에 가깝다. 법률사무소 국토의 김조영 대표 변호사는 “보통 조합규정에는 조합 총회를 통해 환불·탈퇴 등을 결정한다고 명시돼 있는데 총회에서 환불·탈퇴 안건을 통과 안 시켜주면 그만”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최근 지자체는 자체적으로 단지에 지역주택조합 가입을 신중히 하라는 플래카드를 내거는 등 행동에 나섰지만 일각에서는 지역주택조합 제도 자체를 아예 없애는 것만이 피해자를 예방하는 방법이란 의견도 나온다. 업계 한 관계자는 “지역주택조합 사업은 그 자체로 문제가 많아 법 보완으로도 막을 수 없다”고 덧붙였다./이주원기자 joowonmai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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