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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_창업을_응원해] '15년 아이돌 팬', 프로마음전달러로 '덕업일치'

김수진 팬심 대표

15년 동안 팬 활동 벌인 '덕력'으로

1인 미디어 팬-창작자 플랫폼 열어

‘덕업일치’라는 말이 유행하는 시대다. ‘덕질(특정 취미 등을 열렬히 즐기는 것)’과 직업이 일치한다는 뜻이다. 직업이 돈을 버는 수단 정도로 여겨지는 분위기에서 일과 취미가 맞닿는 덕업일치는 직장인들에게는 로망에 가깝다. 이런 가운데 최근 덕질을 사업으로 연결해 새로운 비즈니스에 뛰어든 이가 있다.

김수진(25·사진) 팬심 대표는 “1인 미디어 창작자와 그 팬이 함께 소통하는 플랫폼을 만들기 위해 ‘프로마음전달러’라는 모토를 내걸고 팬심을 창업했다”며 “저도 누군가의 팬이었던 시간이 제 살아온 생의 대부분을 차지했던 터라 저와 같은 이들을 대상으로 하면 의미가 있는 비즈니스가 될 것으로 판단했다”고 소개했다. 팬심은 1인 미디어 방송을 하는 유튜브 크리에이터, 아프리카TV BJ, 트위치tv 스트리머에게 그들의 팬이 선물을 전달하거나 이벤트를 열고 기념품을 제작할 수 있는 플랫폼을 제공하고 있다.





팬심의 사업설명서에는 김 대표를 소개하는 프로필이 나와 있다. 프로필 맨 밑단에는 ‘팬활동 15년차’라는 글귀가 적혀 있다. 이 문구에 대해 묻자, 김 대표는 스스로를 “아이돌 박애주의자”라고 정의하며 이렇게 말했다.

“맨 처음엔 GOD 팬으로 시작했어요. 이후엔 동방신기를 좋아하다가 빅뱅이랑 해리포터 덕질도 계속 했죠. 다른 친구들처럼 저도 팬 띠랑 시간표를 붙여놓기도 했어요.”

TV 콘텐츠에 관심이 많은 건 당연했다. 그는 “처음에 GOD를 알고 나서 대중문화에 대해 알게 되고, 이후 학원 끝나고 집에 오면 엠넷(Mnet)이나 엠티비(MTV)를 틀어놓고 ‘아 저런 가수도 있구나’라고 바라보던 게 생각난다”며 “그 사이에 TV에 관심이 생겨 예능프로그램도 다 챙겨보곤 했다”고 회상했다.

이렇게 10대를 보낸 김 대표는 2012년 성신여대 IT학부로 입학했다. 김 대표는 “농담으로 ‘너는 개발자 타입은 아니다’는 말을 들을 정도로 코딩을 좋아하진 않았다”고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그러나 IT학부엔 코딩 수업만 있는 건 아니었다. 앱 개발이나 IT 창업 관련 과목 등을 통해 자연스럽게 창업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김 대표가 창업을 결심하게 된 계기는 3학년 때 찾아왔다. 학과 교수의 추천으로 한국청년기업가정신재단에서 1달 동안 주최한 ‘스타트업 가든’에 참가하면서다. 경북대 창업동아리인 ‘일리오’와 함께 팀을 만들었다. 그는 핀란드에서의 한 달로 대학생활의 즐거움을 찾았다고 말한다.

“저는 개발에 크게 흥미가 없었기 때문에 당시 컴퓨터공학과는 다른 진로를 택할지 고민이 많았어요. 그러다 핀란드에 다녀오면서 목적 없는 대학생활에 즐거움을 찾았던 것 같아요. 데모데이(스타트업 사업설명회) 날이었는데, 그때 저희 행사장소 옆에서 500명이 모이는 다른 프로그램이 진행되고 있는 거예요. 그래서 ‘이 사람들을 끌어오자’고 생각했죠. 당시 데모데이를 준비하면서 3~4일은 밤을 샜는데, 그게 너무 재미있는 거에요. 데모데이도 잘 마무리하구요. ‘이걸 업으로 삼으면 진짜 행복하겠다’고 생각했어요.”

지난 9월1일 서울 여의도공원에서 열린 청년의 날 행사에서 팬심이 세워놓은 벽에 각 1인 인터넷 방송 창작자들의 팬들이 자신이 좋아하는 BJ·스트리머·크리에이터 등에게 쓴 스티커들이 붙어 있다. /사진제공=팬심


김 대표에게 핀란드는 또 다른 중요한 의미가 있는 곳이다. 공동창업자인 오태근 대표를 만난 곳이기 때문이다. 오 대표는 당시 김 대표가 같이 팀을 꾸렸던 경북대 창업동아리 ‘일리오’의 구성원 중 한명이었다. 오 대표와 파트너로 참여하기로 한 이후, 김 대표는 성신여대 창업지원단으로부터 자금과 네트워킹 프로그램 등을 지원받으며 본격적인 창업에 나섰다.

두 사람은 처음에 가상현실(VR) 콘텐츠를 아이템으로 삼고 개발에 나섰다. 그러나 자본 확보가 어렵다고 생각해 1년 후 사업을 중단했다. 자본도 덜 들면서도 그들만의 강점을 살릴 수 있는 사업 아이템이 필요했다. 그러다 ‘1인 미디어 창작자와 팬을 잇는 플랫폼’을 만들면 좋을 것 같다고 결론을 내렸다.

실마리는 두 사람의 ‘취미’였다. 오 대표도 김 대표 못지않은 ‘덕후’였다. 다만 차이가 있다면, 오 대표는 아이돌이 아닌 1인 미디어 창작자들의 팬이었다는 점이다. 유튜브 채널을 대신 운영할 정도로 나름 ‘실전경험’도 있었다. 두 사람 모두 ‘팬 문화’에 대한 이해도에는 자신이 있었다.



김 대표는 1인 미디어 창작자 팬 문화가 이제 막 떠오르고 있지만, 창작자와 팬 사이를 연결할 플랫폼이 없다는 점에 천착했다. 무엇보다 팬과 1인 미디어 창작자 사이에 ‘쌍방향 소통’이 원활하다는 점에 주목했다.

팬이 아이돌에게 선물을 주는 행위를 ‘조공’이라고 부르듯이 대중문화계에서는 팬과 연예인 사이의 관계가 수직적인 편이다. 하지만 인터넷 방송에서는 팬과 창작자 사이에 수평적인 스킨십이 많다는 게 가장 큰 차별점이고 여기에서 플랫폼의 확장 가능성이 높다는 게 김 대표의 판단이다. 그는 “‘안방 1열 팬’이라는 말이 반영하듯 일반 연예인 팬은 텔레비전에서 연예인을 보고 팬 카페에서 글을 쓰는 식의 단방향 소통을 하는 경우가 많다”며 “인터넷 방송 쪽은 연예계와 달리 팬과 창작자가 쌍방향으로 이벤트를 하는 일이 빈번한 만큼 온·오프라인상에서 할 수 있는 이벤트가 많다”고 설명했다.

또한 1인 미디어 창작자 시장은 아이돌 문화와 달리 배타적인 성향이 적다는 게 김 대표의 생각이다. 대중문화계에선 A 가수 팬덤이 B 가수 팬덤과 대립하는 경우가 많지만, 1인 방송 미디어에선 아프리카TV의 C BJ를 좋아한다고 해서 무조건 같은 방송 플랫폼의 D BJ를 좋아해선 안 된다는 규칙은 없다. 김 대표는 “가령 제가 동방신기 팬이라면, SS501을 좋아하면 안 된다는 식의 룰이 있었지만, 유튜브에선 오히려 A 크리에이터가 자신과 친한 B 크리에이터를 자기 팬에게 추천하기도 하고, 따로 크루를 만들기도 한다”고 풀이했다.

김수진(왼쪽) 팬심 대표가 지난 9월1일 서울 여의도공원에서 있었던 청년의 날 행사에서 동료들을 향해 손가락을 펼치고 있다. /사진제공=팬심


이를 토대로 지난해 말부터 1인 미디어 창작자와 팬을 연결하는 플랫폼인 ‘팬심’ 서비스를 개발하기 시작했다. 중요한 건 팬과 팬 사이, 팬과 창작자 사이, 아울러 창작자와 창작자 사이의 가교 역할을 모두 염두에 뒀다는 것이다.

가장 기본이 되는 서비스는 ‘선물 전달’이다. 이를테면 팬이나 창작자가 보내는 선물 배송을 대행해주는 역할이다. 김 대표는 “팬들의 경우 창작자의 주소를 알기가 쉽지 않은 한편, 여성 창작자들 중엔 스토커 등이 많아 선물 배달에 대해 불안감이 큰 편”이라며 “처음엔 ‘믿을 만한 배송대행지’ 형태로 선물 내용물을 확인하는 정도에서 시작했지만, 의외로 니즈가 많아 선물 전달 시스템을 정착시켰다”고 말했다.

‘팬심’ 홈페이지를 통해 이벤트나 굿즈 제작도 할 수 있다. 김 대표는 팬심 서비스를 테스트하면서 1인 미디어 팬 문화가 창작자와 팬 사이의 ‘협업’을 핵심으로 둔다는 것을 실감했다. 김 대표는 “팬심 홈페이지에서 크라우드 펀딩으로 안주거리만 구매해 방송 시작 시간에 같이 술과 안주를 즐기는 ‘랜선 회식’ 형태로 이벤트로 이뤄지는 경우가 많았다”고 소개했다. 굿즈 제작에 대해 김 대표는 이렇게 회상했다.

“1인 미디어 팬 생태계에선 팬과 창작자들이 같이 소통한 결과물을 만드는 경우가 빈번하다. 창작자가 같이 하거나, (창작자 몰래) 서프라이즈로 하는 경우 둘 다 많다. 창작자가 ‘어떤 도안이 좋다’고 하거나 ‘이런 걸로 바꿨으면 좋겠다’고 건의해 팬들과 함께 자신의 포스터를 만들어 같이 구매한 경우도 기억난다.”

팬심 서비스가 본격적으로 출시한 건 지난달 중순부터다. 김 대표는 올해 대부분을 시장조사와 사업 시스템 구축에 할애했다. 올해 초부터 50여 명의 1인 미디어 창작자들과 팬들을 고정 패널로 두고 꾸준히 설문조사를 벌이기도 했다. 김 대표는 “고정 멤버만 한 50명 정도고, 아마 사업화 여부에 관해 설명을 듣기 위해 수백 명은 쫓아다녔던 것 같다”고 돌아다봤다. 비록 한 달도 채 안됐지만, 벌써 200여명의 1인 미디어 창작자를 동원했다.

그러나 아직은 불확실성이 큰 게 사실이다. 김 대표 자신도 올해 대학을 졸업한 새내기 창업가로 사업경험의 부족을 솔직히 인정한다. 하지만 젊은이의 특권인 ‘긍정의 힘’과 오랜 ‘덕질의 열정’으로 나아간다는 각오다. 김 대표는 “사회생활도 안 해본 청년 창업가에게 가장 많이 들어오는 질문이 ‘사업할 돈은 있느냐’ 혹은 ‘특별한 기술은 있느냐’ 등 기존 방식의 접근이 대부분”이라며 “기존 관점으로 보면 우리 회사는 성공할 확률이 떨어지겠지만 사업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좋아하는 일’이어야 하고 그 누구보다 ‘잘 알아야 한다’는 게 중요한데 저희는 그 두 가지를 모두 갖고 있다”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심우일기자 vit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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