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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경제학상 로머의 일침..."소득성장, 기술습득이 관건"

美 뉴욕대서 기자회견

싱가포르도 절반의 성공 그쳐 주의깊게 연구해봐야

양극화로 정치 불안정성 커 새로운 금융위기 또 터질수도

美 자국우선주의로 세계기술혁신·경제성장 기반 흔들

공동수상 노드하우스 교수 "기후협정 美 참여없인 어려워"

폴 로머 미국 뉴욕대 교수. /연합뉴스




올해 노벨경제학상을 공동 수상한 ‘성장론’의 대가 폴 로머(62) 미국 뉴욕대 교수는 한국 정부의 소득주도성장 정책이 성공하려면 늘어난 소득이 기술습득으로 이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로머 교수는 8일(현지시간) 자신이 재직하는 뉴욕대 스턴 경영대학원에서 가진 노벨상 기념 기자회견에서 ‘한국 정부가 시행 중인 소득주도성장의 효과를 어떻게 보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소득향상이 더 많은 기술습득으로 이어질지가 관건”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사람들은 소득이 늘수록 더 교육을 받고, 새로운 것을 배우기 마련”이라며 “어떤 기술이 더 필요하고 누가 더 기술을 배워야 하는지, 그리고 어떤 환경이 필요한지에 정책의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설명했다. 가계나 기업 등 경제주체의 소득이 늘어나기만 하면 소비가 확대돼 경제 성장이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 늘어난 소득이 기술 발전 등 생산성 향상으로 이어져야 성과를 낼 수 있다는 얘기다.

로머 교수는 모교인 시카고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을 때부터 기술 혁신과 아이디어 축적이 장기적 경제성장을 이끈다는 ‘내생적 성장’(Endogenous Growth) 이론을 제시하고 발전시켜 일찌감치 노벨경제학상 수상을 예약했던 학자다. 그는 한국에서 논란이 된 소득주도성장에 대해서도 자신의 학문적 성취를 절묘하게 덧붙여 성공 방정식을 제시했다.

로머 교수는 “싱가포르도 소득주도성장을 시도했지만 절반의 성공에 그쳤다”면서 “싱가포르 사례를 주의 깊게 연구해 보라”고 권하기도 했다.

세계은행(WB) 수석 이코노미스트를 지내기도 한 로머 교수는 글로벌 금융위기 10년을 맞아 “우리가 모르는 새로운 방식으로 금융위기가 또 터질 것”이라는 경고를 제기하기도 했다. 그는 위기가 언제 어떤 형태로 올 지에 대해서는 예측하기 어렵다면서도, 위기는 또 닥쳐 올 것이며, 금융 쪽에서 나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로머 교수는 “중요한 것은 지난 위기를 통해 배운 실용적인 교훈들을 잘 활용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특히 소득 격차나 교육 불평등에 따른 정치적 불안정성이 커질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하며 “경제 안정성뿐 아니라 정치적 안정성 확보에도 대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직접적으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해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글로벌리제이션’의 가치를 강조하면서 사실상 트럼프 정부의 ‘미국 우선주의’에 대한 비판적 시각을 드러냈다. 그는 ”글로벌리제이션의 핵심은 상품 교역이 아니라 아이디어와 지식의 공유”라면서 “미국에서 기술 혁신을 촉진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지 못해 매우 실망스럽다”고 말했다. 미국발로 확산되는 자국 우선주의로 인해 세계 기술 혁신과 경제 성장에 필요한 기반이 흔들리고 있다는 얘기다.



로머 교수는 지식과 경험을 축적할 수 있는 혁신의 공간으로서 도시화의 중요성을 역설하기도 했다. 그는 “도시는 많은 교육 기회가 열려 있어 사람들을 스마트하게 만든다”면서 도시개발을 위한 공간을 마련하는 데 있어서는 민간이 자발적으로 참여하고, 정부는 환경 조성만 해주면 된다고 주장했다. 북한 개방이 한국 경제에 미칠 영향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대해 그는 “이민자와 관련된 연구 결과에 대해서만 얘기할 수 있을 것같다”는 전제 하에 도시화 측면에서 이 문제를 짚었다. 그는 “학술적으로 너무 많이 빠른 속도로 이민자가 유입되면 문제가 될 수 있다”면서 북한에서 대량 이민이 발생할 가능성에 대해 한국이 준비를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북한에서 한꺼번에 주민들이 넘어오면 한국 사회의 안정을 해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로머 교수는 오랫동안 유력 후보로 거론돼 온 노벨경제학상을 마침내 수상한 데 대해 “노벨상에 매달리지 않고 상처받지 않으려 다짐해왔다”면서도 이날 새벽 스웨덴에서 온 전화를 놓치는 바람에 곧바로 다시 전화를 걸어 상을 수락했다고 밝혀 기자회견장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윌리엄 노드하우스 예일대 교수. /연합뉴스


로머 교수와 노벨경제학상을 공동 수상한 윌리엄 노드하우스(77) 예일대 교수도 이날 코네티컷주 뉴헤븐의 예일대 경영대학원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자신이 발전시킨 기후변화 경제학의 미래를 조망했다. 전미경제학회 회장을 역임한 노드하우스 교수는 “미국의 참여 없이는 기후변화에 관한 국제적 합의를 이행하는 것은 매우 어려울 것”이라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해 파리 기후변화협정에서 탈퇴한 것을 꼬집었다. 그는 “다른 곳도 아닌 미국이 기후변화 정책을 적대시하는 것은 굉장히 이상한 것”이라면서 “트럼프 정부가 끝나고 새 정부가 들어서면 몇 년 안에 미국은 기후변화를 재검토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결국에는 미국이 기후변화협정으로 돌아올 것이라는 게 노드하우스 교수의 전망이다.

노드하우스 교수는 이어 “우리는 어려운 시기를 극복해야 하고 그렇게 될 것으로 확신한다”면서 “기후변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국가들을 하나로 모으는 것은 ‘마지막 전선’”이라고 말했다.

탄소세의 주창자이기도 한 노드하우스 교수는 이날 기자회견에서도 탄소세가 “기후변화를 억제하는 데 현 시점에서는 가장 유효하고 실천적 방법”이라고 거듭 강조하기도 했다.

한편 로머 교수도 기후변화 대응에 미온적인 트럼프 대통령을 겨냥해 “우리를 둘러싼 과학적 ‘팩트’(사실)를 무시하지 말라”고 촉구하며 “비용 때문에 환경 보호를 무시하려 하지만 환경을 지키면서도 지속적 성장과 경제발전을 이룰 수 있다”고 단언했다./뉴욕=손철 특파원 runiro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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