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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광본의 생생과학사] DC·AC 자존심 건 '전류 전쟁'…"왜 같이 받나" 공동수상 보이콧

에디슨 직류·테슬라 교류 고집

의견대립에 갈라서며 견원지간

수상자간 갈등 '전무후무 거부'

비운의 천재과학자 니콜라 테슬라(왼쪽)와 세계적 발명왕 토머스 에디슨. /사진출처=KISTI




올해도 노벨상의 ‘행운의 여신’이 우리나라를 비켜간 가운데 지금으로부터 100여년 전 노벨상 공동 수상자로 선정된 과학자들이 자존심 싸움으로 상을 거부해 세상을 놀라게 한 일이 있었다. 바로 1915년 노벨물리학상 공동 수상자인 토머스 에디슨(1847~1931)과 니콜라 테슬라(1856~1943)가 주인공. 이들의 보이콧으로 그해 노벨물리학상은 X선 결정구조를 연구해 공식을 만든 영국의 ‘윌리엄 헨리, 윌리엄 로런스 브래그’ 부자에게 돌아갔다.

에디슨과 테슬라는 노벨상 소식에 “왜 같이 받아야 하느냐”며 노골적으로 불편한 감정을 드러낸다. 프랑스 작가 장폴 사르트르가 1964년 “공식적인 명예를 언제나 거부해왔다”며 노벨문학상을 사양하는 등 일부에서 노벨상을 외면하기도 했지만 수상자들 간 갈등으로 거부한 일은 전무후무하다.

크로아티아 출신인 테슬라는 1878년 창업한 에디슨종합전기회사(1892년 제너럴일렉트릭(GE)으로 확장) 파리지사에서 2년간 엔지니어로 일한 뒤 1884년 뉴욕 본사에 입성했을 때만 해도 에디슨을 존경했고 에디슨도 테슬라를 배척하지 않았다.

하지만 다음해 테슬라의 혁신기술을 에디슨이 끝내 뿌리치면서 두 사람은 ‘돌아올 수 없는 다리’를 건너게 된다. 당시 에디슨은 일정한 방향으로만 흐르는 직류(DC)전기를 고집했는데 전압이 낮아 수km밖에 공급하지 못하는 바람에 발전소를 많이 지어야 해 요금도 비싸고 손실도 많은데다 화재에도 취약했다. 이에 테슬라가 변압기를 통해 전압과 전류 방향을 바꾸며 원거리 송전이 가능한 교류(AC)전기를 개발한다. 하지만 에디슨은 교류로 바꿀 경우 이미 투자한 기계를 사용할 수 없다는 점에서 “더 좋은 직류 기술을 개발하면 5만달러를 주겠다”고 역제안했다가 테슬라가 직류 기술을 개선하자 이마저도 “미국식 유머를 이해하지 못한다”며 농담으로 돌린다.



결국 두 사람은 결별했고 테슬라는 교류유도전동기와 변압기 등을 개발하며 웨스팅하우스를 통해 교류전기를 확산시킨다. 이 과정에서 에디슨은 고압 교류전기로 개와 고양이를 태워 죽이고 사형집행용 교류 전기의자를 내놓는 등 방해공작을 편다. 그럼에도 1893년 시카고 세계박람회에서 25만개의 전구를 밝힐 기술로 교류가 채택되고 1895년 나이아가라 폭포 수력발전소에서 교류발전기가 사용되는 등 교류가 대세로 자리 잡는다. 에디슨은 과학기술계와 언론·투자자에게 테슬라를 끊임없이 비방했고 테슬라도 적개심을 품고 맞대응한다. ‘견원지간’ 같은 두 사람의 관계는 죽을 때까지 풀리지 않았다.

하지만 역사의 아이러니인지 당시 전류전쟁에서 패한 에디슨은 1893년 영화의 모태인 영사기를 발명하는 등 승승장구하게 된다. 축음기, 탄소 송화기(전화기 모태), 백열전구, 전등과 전력체계 등을 개발해 세계적인 발명왕으로 부상했다. 그가 세운 GE는 전력·항공·헬스케어·운송 등 대기업이 됐다. 오늘날 스마트폰이나 노트북컴퓨터처럼 직류에 적합한 충전식 기기가 늘고 미래에 초전도 전선이 실용화되거나 직류 변압기술이 발전한다면 에디슨의 직류가 재부상할 수도 있다.

반면 혁신가로 2차 산업혁명(전기혁명)을 불러온 테슬라는 혁신기술 상업화에 실패하며 쓸쓸한 말년을 맞았다. 교류전기마저 특허관리를 제대로 못 해 별다른 수익을 챙기지 못했다. 1891년 간단한 장치로 수십만V의 전압을 생성하는 테슬라코일을 개발해 형광등과 네온등을 만드는 등 그의 작품은 언제나 시대를 앞섰다. 전기신호를 같은 진동수로 공명시키면 송수신이 가능하다는 점을 발견해 라디오나 TV의 단초를 마련하기도 했으며 오늘날 로봇·드론과 연관된 무선조종 장치나 잠수함탐지레이더, 전자현미경, 자동차 속도계 등도 그의 작품이다. 1961년 국제순수·응용물리학연맹(IUPAP)이 전기 자기장의 세기를 나타내는 단위로 테슬라의 이름을 딴 것이 그나마 위안이 될까. /고광본선임기자 kbg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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