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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 목표가 24만원땐 변동직불금 한도 펑크…'가격 하락 → 직불금 증가' 악순환 또 현실화

쌀값 하락 불러…농민에게 독

막대한 혈세 투입도 불보 듯

본격적인 쌀 수확기를 앞두고 지난해 하반기부터 쌀값이 17만원 선까지 올라서면서 고공행진을 하고 있는 가운데 14일 오전 서울 하나로마트 양재점에서 시민들이 쌀 가격을 살펴보고 있다./송은석기자




지난 2013년 정부는 국회에 쌀 목표가격으로 17만4,083원(한가마니, 80kg 당)을 제시했다. 5년간 쌀값 편동분을 감안해 목표가격을 정한다는 법령에 따라서다. 하지만 국회는 “쌀 직불금을 올려달라”는 농민들의 요구를 수용해 목표가격을 18만8,000원으로 정했다.

결과는 막대한 혈세 투입이었다. 목표가격을 올리자 너도나도 쌀 생산에 뛰어들었고 풍년이 들었던 2016년에는 1조4,900억원의 변동직불금이 지급됐다. 실제는 이보다 더 많은 변동직불금을 지급해야 했지만 세계무역기구(WTO) 농업보조총액(AMS) 규정에 따른 한도(1조4,900억원)에 걸려 더 지급하지 못했다. ‘목표가 상향→생산량 증가→가격 하락→변동직불금 지급 증가’라는 악순환이 현실화된 것이다.

5년마다 돌아오는 쌀 목표가격을 정하는 해인 올해도 이런 오류가 되풀이될 조짐이다. 정부는 향후 5년(2018~2022년)간 적용될 쌀 목표가격을 19만4,000원으로 제시하고 있다. 쌀 목표가격에 물가변동을 감안하겠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을 반영한 수치다. 반면 국회는 쌀 목표가격을 24만원으로 대폭 올려야 한다는 입장이다.



문제는 국회의 요구대로 목표가격을 24만원으로 정하면 2016년의 ‘모순’이 상시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쌀 변동직불금은 정부가 매년 쌀의 목표가격을 정해 놓고 실제 쌀값이 이에 못 미치면 그 차액을 85%만큼 보존한다. 목표가격이 24만원이면 수확기 쌀 가격이 22만2,441원 이하일 경우 변동직불금 지급이 시작된다. 쌀 가격이 18만3,215원 이하로 떨어지면 1조4,000억원의 변동직불금이 필요하다. 지난달 쌀 가격인 17만8,472원으로도 이미 AMS에 걸려 변동직불금 상당액을 지급받지 못하는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얘기다. 목표가격을 올리면 쌀 생산이 늘어나 내년 이후 쌀 가격은 더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

전문가들은 근시안적인 목표가격 설정은 결국 농민에게 ‘독’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한다. 쌀 농사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지고 가격 하락을 초래해 혈세만 낭비하는 꼴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직불금이 농가의 부익부 빈익빈 현상을 유발하는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바른미래당 정운천 의원에 따르면 지난해 경지면적 10ha 이상인 대농과 0.5ha 미만 소농의 변동 직불금 수령액 차이는 54배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태호 서울대 농경제사회학부 교수는 “AMS한도를 감안 해 쌀 목표가격 인상은 최소화하는 게 좋다”며 “농촌 인구 이탈에 따라 향후 10년 후면 상위 20%가 쌀 생산의 80%까지 차지할 전망인데, 목표가격을 과도하게 인상하면 직불금의 대농 편중 현상이 더 심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장기적으로 가격 왜곡 현상을 초래하는 변동직불금을 없애고 고정직불금과 공익형 직불금으로 재편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일본은 지난 2013년 쌀 변동직불금 제도를 폐지했다.
/김능현기자 nhkimch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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