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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 에세이] 비만 줄일 세제·규제·재정정책을

김대중 대한비만학회 정책이사

아주대병원 내분비대사내과 교수

김대중 대한비만학회 정책이사




우리는 비만인을 보면 ‘게으르다’ ‘많이 먹는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국민건강영양조사에 따르면 이런 생각이 편견임을 보여준다. 비만인은 비만하지 않은 사람보다 더 많이 먹지도, 신체활동이 적지도 않다. 판매되는 식품의 약 75%에 설탕 같은 단순당이 함유돼 있고 3분의2 이상이 정제 탄수화물 같은 고열량 간편식인 상황을 개선하지 않은 채 개인들에게 신체활동을 늘리고 식습관을 개선하라고 권고만 해서는 비만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비만은 질병이며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와 사회의 공동 책임이라는 인식의 출발점이 여기에 있다.

정부는 지난 7월 9개 관계부처 합동으로 ‘국가 비만관리 종합대책(2018~2022)’을 발표했다. 41.5%로 추정되는 오는 2022년 비만율을 2016년 수준(34.8%)으로 유지함으로써 국민의 건강한 삶을 구현하는 것이 목표다. 이를 달성하기 위해 올바른 식습관 형성, 신체활동 활성화 및 건강 친화적 환경 조성, 고도비만자 적극 치료, 대국민 인식 개선 등 네 개의 전략과 관련 부처 간 정책연계를 통한 분야별 추진과제를 선정했다. 범부처 차원의 첫 종합대책이고 아동·청소년 비만 예방을 위해 학교 기반 사업을 제시한 점, 저소득층·장애인 등 사회 취약계층의 비만 예방계획을 세운 점 등은 높이 평가할 만하다.

대한비만학회는 8월 대한영양사협회·대한지역사회영양학회·한국영양학회·한국운동생리학회 등과 함께 정부 정책을 환영하면서 강력한 컨트롤타워, 사업 수행에 필요한 예산 확보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비만학회가 지난달 개최한 정책 심포지엄에서 국제적인 비만정책 전문가들은 실효성 있는 비만 대책으로 식품규제 정책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2014년 비만 등 비전염성 질병의 관리·예방을 위한 88가지 비용효과적인 정책 시행을 권고했다. 신체활동 증진을 위한 공공 캠페인, 식품 기업의 산업용 트랜스지방 사용 금지법 시행, 가당음료 과세를 통한 설탕 소비 줄이기 등이다.



WHO는 2002년 비만을 ‘전 세계에 만연한 전염병’으로 규정하고 2015년 비만 문제에 적극적으로 대처하기 위해 국가 단위의 재정정책 시행을 권고했다. 지난해 말 기준 29개 국가 및 자치주에서 재정정책을 도입했다.

8개 국가의 비만정책 개발에 참여하고 있는 배리 팝킨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립대 교수는 가장 성공적인 비만정책의 사례로 칠레를 꼽았다. 칠레는 2014년 가당음료 과세제도를 도입해 현재 100㎖당 당 함량이 6.25g 이상인 가당음료에 18%의 세율로 과세하고 있다. 또 일정 수준 이상의 당·나트륨·지방·고열량 식품에 대해 그 사실을 포장 앞면 면적의 10% 이상의 크기로 알리도록 하는 ‘위해성분 전면경고 표시제도(Front of package warning)’를 시행하고 있다. 이런 식품에 대해서는 제품 마케팅에 유명한 캐릭터를 사용하거나 오전6시부터 오후10시까지 TV 광고 등을 하지 못하게 하는 등 다양한 규제를 하고 있다. 세계 1위였던 칠레의 국민 1인당 가당음료 섭취량은 위해성분 전면공고표시제도 시행 6개월 만에 60% 줄어든 것으로 추정되는 성과를 거뒀다.

이런 정책은 위해성분 식품의 소비자 구매율을 떨어뜨릴 뿐 아니라 기업이 성분함량·영양을 재설계한 건강친화적 식품을 생산하도록 유도한다.

식습관을 보다 건강하게 개선하고 비만을 예방하고 비만 인구를 줄이려면 기업과 소비자의 행동 변화를 이끌어내는 것이 중요하다. 개인이 노력해야 할 뿐 아니라 가정·학교·지역사회·정부가 다 같이 협력해야 한다. 비만 극복을 위해서는 국가의 적극적인 가격·비가격 정책 개입이 필요하다. 학계와 환자·가족·시민단체 등도 적극적으로 연대하고 협력해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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