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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희 니키아, 3인 3색 기대하세요"

[블록버스터 발레 '라 바야데르' 韓 주역 강미선·홍향기·김유진]

■16년차 관록의 강미선

첫 연기 땐 테크닉 집중했지만

이번엔 슬픔·애절함에 신경 써

■섬세한 연기의 홍향기

'서른에 다시 니키타役' 꿈 이뤄

1막 후반부 감정변화 묘사 힘써

■최연소 캐스팅 김유진

대작 주역 맡아 부담스럽지만

3막 군무서 멋진 연기 선뵐 것

‘라 바야데르’에서 세가지 색 니키아를 선보일 강미선(왼쪽부터), 김유진, 홍향기 세 사람이 12일 서울 구의동 유니버설발레단 대극장에서 발레 동작을 선보이고 있다. /사진제공=유니버설발레단




‘라 바야데르’에서 세가지 색 니키아를 선보일 강미선(왼쪽부터), 홍향기, 김유진 세 사람이 12일 서울 구의동 유니버설발레단 대극장에서 마주 앉았다. /사진제공=유니버설발레단


세종문화회관 개관 40주년을 기념해 유니버설발레단이 합작으로 내달 1~4일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선보이는 ‘라 바야데르’는 무대에 오르는 무용수만 150여명, 의상수가 400여벌에 달하는 블록버스터 발레다. 고전발레의 아버지라 불리는 마리우스 프티파가 만든 이 작품은 인도 황금제국을 배경으로 아름다운 무희 니키아와 전사 솔로르의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과 배신, 복수와 용서를 그려낸 대서사시이기도 하다. 발레 작품 가운데선 드물게 인도를 배경으로 해 의상부터 무대, 동양적 움직임이 가미된 발레 동작까지 관객 입장에선 볼거리가 넘쳐나는 작품이다. 그러나 무용수에겐 다르다. 니키아 역할은 1막에서는 무한의 행복과 사랑을 표현하다가 2막에서는 배신의 슬픔을 3막에서는 사후 영혼의 상태로 애절한 슬픔을 표현해야 하니 감정에 대한 이해와 배역 흡수가 절대적으로 중요하다. 특히 무대에 등장해 있는 시간도 여느 작품보다 길다. 테크닉과 연기, 체력까지 3박자가 맞아떨어지지 않으면 작품의 흐름이 깨질 수 있다는 얘기다.

최연소 프로 무용수에 이어 최연소 니키아 기록을 세우게 된 김유진 양 /사진제공=유니버설발레단


그런 의미에서 유니버설 발레단의 ‘라 바야데르’ 캐스팅 발표는 여러 면에서 눈길을 끌었다. 세계적인 무용수이자 러시아 볼쇼이발레단의 수석무용수인 스베틀라나 자하로바가 한국 무대에 선다는 점, 한국 무용수들은 관록이 빛나는 16년차 발레리나 강미선(35)과 섬세한 연기로 평단의 주목을 한몸에 받고 있는 홍향기(29), 국내 최연소 프로 발레단 입단에 이어 최연소 ‘니키아’ 기록까지 세우게 된 신예 김유진(18)으로 각 무대를 차별화했다는 점이다.

공연 준비가 한창인 강미선, 홍향기, 김유진 세 사람을 서울 구의동 유니버설발레단 연습실에서 함께 만났다.

입단 16년차 관록의 니키아를 선보일 강미선 유니버설발레단 수석무용수 /사진제공=유니버설발레단


김유진은 캐스팅 발표에 가장 놀란 사람이었다. 지난해 10월, 만 17세로 발레단에 정식 입단하며 국내 최연소 프로 무용수가 된 김유진은 입단과 동시에 ‘호두까기인형’, ‘돈키호테’ 주역을 맡았고 올해는 ‘2018 러시아 아라베스크 국제발레콩쿠르’에서 주니어 1위와 갈리나 울라노바상를 포함해 3관왕의 영예를 거머쥐며 주목받았던 무용수지만 ‘니키아’ 역할은 크나큰 도전이라는 이유에서다.

“‘라 바야데르’같은 대작에서 주역을 맡아 전체 스토리를 이어가야 한다는 게 지금도 부담스러워요. 처음 캐스팅이 발표됐을 때 ‘저 이름이 내 이름이 맞나’ 한참을 들여다 봤어요. 걱정도 많이 되지만 ‘돈키호테’를 떠올리면 해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요. 그 당시 언더스터디(비상시 주역을 대신하는 무용수)였는데 키트리 역의 무용수가 부상을 입으면서 5일만에 연습하고 무대에 섰거든요. 그때 해냈던 기억이 지금도 저를 잡아줘요.”

화려하고 섬세한 니키아 연기를 보여줄 홍향기 유니버설발레단 수석무용수 /사진제공=유니버설발레단




강미선과 홍향기는 앞서 니키아를 연기해 본 경험이 있어 그런지 지난 무대의 아쉬움을 만회하려는 욕심을 내비쳤다. 강미선은 고등학생 시절 ‘라 바야데르’ 국내 초연 무대 군무로 시작해 니키아에게서 솔라르를 빼앗는 감자티 공주 역할까지 거의 모든 역할을 거쳤고 2015년 처음으로 니키아를 연기했다. 홍향기도 3년 전 수석 무용수 승급 후 처음맡은 주역이 니키아였다.

강미선은 “2015년 남편과 처음 니키아와 솔로르를 연기할 때는 테크닉에만 집중한 나머지 전체 스토리를 매끄럽게 이끌어나가지 못했던 것 같다”며 “이번 공연에서는 사후 영혼이 된 니키아의 애절함을 제대로 표현하려고 연구를 많이 했다”고 귀띔했다. 홍향기에게도 아쉬움은 컸다. “니키아 연기는 언제나 부담스럽지만 처음 니키아 역을 맡았을 때 하루 빨리 서른이 되서 이 연기를 다시 하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연륜이라는 재료가 반드시 필요한 역할이거든요. 한국 나이로 이제 서른이 됐으니 올해는 전보다 잘 할 수 있을 거 같아요.”

아직 10대인 김유진으로선 사랑과 배신의 감정을 이해하는 것이 급선무다. 김유진이 “니키아의 감정을 이해하고 싶어서 책과 영화를 섭렵하고 있지만 여전히 어렵다”며 “엄마에게 사랑이 뭐냐고 물어본 적도 있다”고 말하자 홍향기는 “차라리 아침 드라마를 보면 된다”고 농담을 건네며 웃었다.

‘라 바야데르’에서 세가지 색 니키아를 선보일 김유진(왼쪽부터), 강미선, 홍향기 세 사람이 12일 서울 구의동 유니버설발레단 대극장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제공=유니버설발레단


강미선은 이번 공연에서도 남편 콘스탄틴 노보셀로프와 짝을 이룬다. 퇴근길부터 밥상머리까지 부부의 대화도 요즘은 ‘라 바야데르’ 이야기뿐이란다. 홍향기는 미국 털사발레단에서 활약하다 지난해 복귀한 이현준과, 김유진은 13살 위 베테랑 무용수 이동탁과 호흡을 맞춘다.

김유진은 “나 스스로 18살이라는 사실을 잊고 살 때가 많다 보니 동탁 오빠와 13살 나이차가 난다고 생각해본 적이 없다”며 “워낙 많은 무용수들과 파트너링을 해본 발레리노라 여러모로 배려를 해줘 도움을 받고 있다”며 웃었다.

홍향기도 파트너 자랑을 보탰다. “올해 지젤에서 현준오빠와 처음 호흡을 맞췄는데 어떤 역할을 하든 자기만의 색깔을 입혀서 ‘이현준표’로 만들어내는 것을 보고 놀랐어요. 함께 연기하다 보면 저 역시 홍향기표 니키아를 만들어내고 있는 것 같아 뿌듯해요.”

각기 다른 색깔만큼 세 사람이 관객에게 제대로 보여주고 싶은 장면도 모두 달랐다. 홍향기는 1막 후반 감자티 공주와 만나는 장면을 꼽았다. 니키아의 신분적 한계, 감정의 변화를 복합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장면이어서다. 김유진은 3막의 군무를 꼽았다. 하얀 튀튀와 스카프를 두른 32명의 무용수들이 아라베스크(한쪽 다리를 뒤로 들어 올리는 동작)로 가파른 언덕을 가로질러 내려오는 3막 도입부의 ‘망령들의 왕국’은 ‘발레 블랑(백색 발레)’의 최고봉으로 꼽히는 명장면이다. 강미선은 2막의 니키아 솔로 파트를 택했다. 슬픔과 애절함, 분노 등 갖가지 재료가 섞인 장면이라 무용수들마다 전혀 다른 감정을 보여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서은영기자 supia927@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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