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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명] 우리는 버블 밖으로 나올 수 있을까

박태준 바이오IT부장

사용자 맞춤형 뉴스 제공 서비스

'필터 버블' 따른 확증 편향 우려

나와 다른 견해에도 귀기울이며

건강한 사고 견지하도록 노력을





휴대폰이 울린다. 유튜브의 알림 소리다. 언제부턴가 유튜브가 나에게도 뭔가를 한번 보지 않겠느냐고 툭하면 푸시 알림을 보낸다. 무시해도 되지만 제목을 읽고 나면 그럴 수 없다. 어젯밤 늦은 귀가 탓에 놓친 즐겨보는 뉴스 프로그램의 기사 중 하나다. 결국 스마트폰의 화면을 누르고 시청한다. 그런데 유튜브는 내가 좋아하는 뉴스 프로그램이 뭔지 어떻게 알았을까.

우리는 매일 어떤 정보를 소비한다. 그것이 뉴스일 수도 있고 신제품 광고일 수도 있다. 물론 그 정보를 얻게 되는 곳은 대부분 스마트폰이거나 PC 화면이다. 그런데 스마트폰을 사용하기 시작한 지 이미 10년 가까이 되면서도 거기서 접하게 되는 수많은 정보가 한결같이 내 입맛에 맞는 것들이라는 것을 알아차리게 된 것은 불과 얼마 전이다.

미국의 시민단체 무브온의 대표 엘리 프레이저는 그의 책 ‘필터 버블(Filter Bubble)’에서 이 ‘맞춤형 정보’가 가능한 이유를 콘텐츠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포털 사업자들의 개별화 알고리즘으로 설명한다.

사용자가 주로 어디에서 접속하는지, 어떤 검색어를 입력하는지, 어떤 뉴스를 많이 클릭하는지, 누구의 뉴스피드에 좋아요를 누르는지 등을 통해 그의 기호와 관심사·정치적 성향까지 파악해낸다. 그리고 이를 기반으로 그가 솔깃할 만한 정보만을 노출시킨다는 얘기다. 세계적으로 1억2,500만명이 회원인 영화 스트리밍 업체 넷플릭스의 초기 화면 수가 1억2,500만개인 것도 이런 알고리즘 기술 덕분에 가능하다.

하지만 영화와 뉴스는 엄연히 다른 영역이다. 내 관심사가 아닌 뉴스, 내 정치적 성향과 다른 뉴스가 차단되면 될수록 내 주장만이 세상의 진리라는 ‘확증 편향’에 빠지기 쉽다. 프레이저는 이를 ‘필터 버블’, 즉 철저히 여과된 정보의 거품 속에 갇혔다고 정의한다. 나의 클릭 몇 번과 좋아요 몇 번이 나를 다른 세계와는 차단된 공간에 가둬버리는 것이다. 그것도 내가 모르는 사이에.



지금 이 순간에도 누군가의 스마트폰에 유튜브의 푸시 알림이 울리고 있을 텐데 그 추천 영상이 어제 놓친 뉴스거나 요즘 인기 있는 먹방이라면 그나마 다행이다. 철저히 왜곡된 가짜뉴스 보기를 권하고 있다면 정말 소름 끼칠 일이 아닐까. 그 영상을 시청하는 누군가는 그것이 가짜라는 사실조차 모를 테니 말이다.

이 무시무시하고 견고한 필터 버블의 미래는 어떨까. 국내 최대 뉴스 유통 창구인 네이버는 안팎의 비난 여론이 거세지자 사용자 맞춤형 뉴스를 추천하는 알고리즘에 대해 전문가 검증을 받아 다음달에 공개할 예정이다. 전문가들은 네이버가 뉴스 편집권을 내려놓았다고 평가하고 있지만 결과는 아직 두고 볼 일이다.

글로벌 정보기술(IT) 업체의 지향점은 다르다. 지난 5월 구글은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세계 최대 개발자 콘퍼런스에서 뉴스 서비스에 적용될 더 진화된 인공지능(AI) 기술을 선보였다. 새로 출시된 ‘구글 뉴스’는 최신 AI 기술을 활용해 사용자가 관심 있는 주제에 대해 신뢰할 수 있는 출처의 뉴스를 보여준다는 것이 핵심이다. 이 대목에서 주목할 것은 ‘사용자가 관심 있는 주제’다. AI스피커인 구글 어시스턴트에 “오케이 구글, 오늘 주요 뉴스 알려줘”라고 말했을 때 어떤 뉴스들을 줄줄이 읽게 될지 대충이나마 짐작된다.

볕 좋은 가을에 시청 앞 서울광장을 출발해 이순신 장군 동상이 언제나 늠름한 광화문광장을 지나 경복궁 앞 동십자각까지 걸어본다. 20분가량의 여정에 참 많은 주장을 듣게 된다. 남북정상회담이라는 똑같은 이슈지만 이에 대한 각기 다른 주장의 거리는 서울에서 평양보다 멀어 보인다. 그래도 서로 다른 목소리가 공존하는 광장을 천천히 걸어보는 일, 어쩌면 이것이 우리가 필터 버블 속에서 탈출해 다양한 견해를 접하고 사고의 건강함을 유지할 수 있는 방법이다. 그런데 오프라인이 아닌 온라인 공간에서도 버블 밖으로 나올 수 있을까. 자꾸 자신은 없어지지만 무조건 그렇게 해야 한다고 다짐한다. /jun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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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태준 기자 건설부동산부 jun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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