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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그널 Deal Maker] 레이크힐스순천, 파산 위기에서 ‘P플랜’으로 기사회생

노석준 법무법인 바른 변호사

노석준 법무법인 바른 변호사/서울경제DB




※서울경제가 만드는 프리미엄 컨버전스 미디어 시그널이 인수·합병(M&A) 시장의 전문가들이 직접 쓰는 ‘Deal Maker’를 오늘부터 격주로 연재합니다. 딜 메이커는 말 그대로 딜을 성공적으로 만들어주는 사람입니다. 기업과 사모펀드(PEF) 등을 자문하며 쌓은 경험을 토대로 딜의 추진 배경과 진행사항, 자본시장에 미친 영향 등을 맛깔나게 풀어낼 예정입이다.

최근 국내외 경제의 어려움으로 많은 중소·중견기업의 재무상태가 악화되고 자생 능력이 없어 정부나 은행 도움을 받아야만 유지되는 ‘한계기업’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한계기업들이 자구책으로 찾는 것이 기업회생절차다. 회생제도는 채무조정과 기존 경영권 유지라는 장점이 있지만 종결까지 1년이상의 시간이 걸린다. 회사가치가 하락하게 돼 정상적 경영이 어려워진다는 단점도 있다. 통상적 회생절차로 생존을 확신할 수 없으면 혁신적 방법을 찾아야 한다.

파산위기에서 회생개시 결정을 받아내 기사회생한 레이크힐스순천CC 사례는 기존의 통상적 회생제도로 생환이 어려운 한계기업들이 선택할 수 있는 대안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골프장간 경쟁 심화와 경기침체 악재를 만난 레이크힐스순천은 2013년 워크아웃에 들어갔다. 회사는 채권자와 회원들의 손해를 최소화하기 위하여 재무구조 개선 노력에 부단히 매진했으나 일반적인 자문 만으로는 해결방안을 도출하기 쉽지 않았다.

단 시간내 재무구조 개선이 이뤄져야 회사가 생존할 수 있는 어려운 상황에서 골프존카운티가 인수 의사를 밝혀와 기사회생의 발판을 마련했다. 그러나 회사의 부채와 퍼블릭 골프장 전환 문제로 인해 협의가 난항을 겪었다. 획기적 돌파구가 필요했다. 이에 재무자문사인 삼정회계법인은 기존 회생제도로는 어렵다고 보고 한번도 시도해보지 않은 새로운 방법을 제안했다. 프리패키지드플랜(Prepackaged-Plan, 이하 P플랜)을 통한 회생이다. 난제들을 단기간에 일거에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이 P플랜 회생절차라고 봤다. 그런데 문제는 전례가 없는 첫 시도라는 점이다.

P플랜은 문자 그대로 채무자가 회생절차에 들어가기 전에 미리 인수예정자를 정하고, 인수예정자의 투자계획을 반영한 M&A를 추진해 회생절차를 밟는 것이다. 일반적인 회생을 위한 M&A가 회생절차 개시결정이 이뤄진 다음 법원 인가, 관리인 선임, 가치평가 결과에 따른 법원의 허가 후 인수예정자를 찾는 것과는 다르게 인수예정자를 찾아 투자계약을 체결하는 단계까지를 사전에 완료해 놓는 M&A 방식이다. 서울회생법원이 2017년 신속한 절차진행과 신규자금 지원으로 기업이 회생절차를 신청함으로써 받을 수 있는 불이익을 최소화하고 신속히 재무구조를 개선해 시장에 복귀할 수 있도록 P플랜 회생절차 제도를 도입했다.



P플랜의 생명은 속도다. 복잡한 회생절차를 단시간에 마무리 짓기 위해서는 치밀한 사전준비가 필요했다. 삼정회계법인과 남궁주현, 이민훈, 한승엽변호사로 구성된 바른TFT는 국내 첫 P플랜 성공을 위해 기존과 다른 새로운 전략을 실행했다. 대개 회생이나 M&A에서 로펌은 계약 체결이나 보고서 작성 정도에서 그친다. 그러나 이번 케이스는 다른 접근이 필요했다. 선례가 없고 단기간에 끝내야 하는 만큼 단순 법률적 검토로는 부족했다. 채권자, 골프장 회원, 거래처 등 이해관계자를 발로 뛰며 만나 설득하는 등 P플랜을 위한 사전 준비 과정이 필요했다. 의뢰인이 처한 상황에 대한 완벽한 이해를 바탕으로 이해관계자들과 소통해 설득에 힘이 실렸다. P플랜 신청과 회생계획안 가결을 위한 마지막 고비인 주채권은행 동의를 얻기 위한 수개월의 마라톤협상 끝에 2018년 2월9일 마침내 회생절차 개시신청을 할 수 있었다.

힘겹게 회생 신청에 성공했지만 딜은 이제부터가 본게임이다. 레이크힐스순천은 회생절차 개시신청 후에도 자금 고갈 및 시재 부족으로 장기간 예납금조차 납입하지 못했으나 결국 인수예정자인 골프존카운티와 조건부 투자계약을 체결하고 자금을 조달해 2018년 3월5일 법원으로부터 회생 절차 개시 결정을 받았다. 다만 법원은 가장 중요한 회생계획인가 요건인 공정성과 형평성을 확보하기 위해 회생 절차 개시 결정 후 즉시 스토킹호스(stalking horse) 방식의 공개입찰을 진행하도록 했다. 스토킹호스 방식이란 인수의향서 제출이 없거나 본 입찰에서 응찰자가 없을 경우 인수예정자를 최종 매수인으로 선정하고 고가응찰자가 있을 경우 인수예정자로 하여금 해약보상금을 받고 조건부 투자계약을 해지하거나 인수예정자가 고가 응찰자에게 토핑비를 주는 조건으로 우선청약권 행사를 하는 방식이다.

매각 주관사로 선정된 삼정회계법인과 법무법인 바른은 법원과 협의해 공개입찰을 진행할 최단 일정을 정하고 즉시 입찰공고, 인수의향서 제출, 예비실사 등의 공개입찰 절차를 진행했다. 본 입찰 후 골프존카운티의 우선청약권 행사에 따라 골프존카운티가 최종인수자로 확정됐다. 수정된 회생계획안에 따라 2018년 4월20일 회생계획인가결정을 받았다. 골프존카운티의 인수대금 납입 및 변제가 이뤄졌고, 2018년 5월28일 회생절차가 종결되었다. 회생절차 개시부터 인가결정까지 단 47일만에 마무리했다.

P플랜은 채무자 부채의 절반 이상 채권자의 동의를 확보하는 것이 전제되어야 하므로 단순한 회생절차와는 달리 개시신청 이전부터 채권자 및 이해관계인과 협의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P플랜은 속도가 생명이므로 복잡한 회생절차를 단기간에 마무리 지을 수 있도록 사전에 충분한 준비를 마치고 신청하고 회생절차 진행 중 신속하게 법원 및 채권자 등 이해관계인의 요청에 응해야 한다. 레이크힐스순천 회생사건을 처리하면서 매각주간사들은 재무적, 법률적 판단 뿐만 아니라 법원 보고, 허가 등 각종 회생절차 진행에 있어서도 당사자와 소통하며 직접 수행하는 등 매우 급박하게 업무를 진행했다.

레이크힐스순천의 사례는 법원의 P-Plan 도입취지에 완벽하게 부합하는 것으로 기존 주주의 적극적 참여로 회생 절차 개시 결정 이후 약 2개월이라는 최단기간에 회생계획 인가결정을 받아 한계기업을 정상화 시킨 보기 드문 사례다. P플랜을 통해 회생계획 인가결정을 받은 사례가 나온 만큼 시장에서 가치를 평가받는 기업들이 단기간에 재기할 수 있는 방안이 새로이 마련되었다고 볼 수 있다. 앞으로 회사의 인수 희망자가 존재하는 경우 P플랜을 활용해 빠르게 회생하고자 하는 수요가 계속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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