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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격리 과잉에 타작물 지원까지...쌀 값 올린 정부

<쌀값 미스터리...수요 줄어드는데 47% 급등 왜>

일부선 "정부가 의도적으로 쌀값 지지" 비판도

“지난해 이맘때는 안 그랬는데...”

서울 영등포구에 사는 최미자(61·가명)씨는 최근 대형마트 쌀 판매 코너에서 여러 브랜드의 쌀을 들어다 놨다 하면서 “너무 비싸졌다”는 말을 반복했다. 최 씨가 체감하는 것처럼 쌀값은 실제로 지난해보다 급등했다.

16일 통계청에 따르면 정곡(일반계·20㎏) 가격은 지난 10월5일 기준 4만8,693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3만7,723원)보다 29% 올랐다. 지난해 9월(3만3,024원)과 비교하면 47% 급등했다. 최근 쌀값은 통계청이 산지 쌀값 통계를 내기 시작한 이래 최고였던 2013년10월5일 가격(4만5,890원)보다 비싼 수준이다. 통계청 통계는 산지가격을 기준으로 하는데 여기에 유통비용이 붙어 최종 소비자에게 전달될 때는 체감하는 물가 수준이 더 높아진다. 1인당 쌀 소비량이 지난 10년간 내리막 행진이지만, 쌀값은 오르는 기현상의 원인을 짚어본다.





①격리 과잉에 타작물 지원까지...쌀 값 올린 정부=사실 올해 쌀 가격 급등은 어느 정도 예상됐던 일이다. 지난해 6월 정곡(일반계·20㎏)이 통계 집계 이래 사상 최저인 3만1,710원을 기록하자 정부는 시장에 과잉공급된 쌀을 격리 조치했다. 지난해 9월 정부는 ‘수확기 쌀 수급 안정대책’을 내놓으면서 수확기에 공공비축미 35만톤(t)과 추가 시장격리 물량 37만t 등 총 72만t을 매입했다. 문제는 시장에서 격리한 물량이 너무 많았다는 점이다. 보통 정부는 예상 공급량에서 예상 수요량을 제외한 만큼만 격리하는 데 지난해에는 이보다 훨씬 많은 물량을 시장에서 뺏다. 지난해 쌀 생산량이 397만톤이었고, 예상 수요량이 382만톤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가격 급등은 예견된 일이라고 할 수 있다.

지금은 전라남도 도지사로 간 김영록 전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지난해 가장 야심차게 추진했던 ‘논 타작물 재배지원사업(쌀 생산조정제)’도 쌀값을 올리는 데 일조했다. 쌀 생산조정제는 벼를 다른 작물로 전환하는 농가에 정부가 보조금을 지급하는 제도인데, 쌀의 과잉생산을 줄여 폭락한 쌀값을 올리는 게 목표다. 결과적으로 목표는 달성됐지만 이번엔 쌀값이 급등한 게 문제가 됐다. 소비자들이 체감하는 부담이 예상보다 컸다. 심지어 “정부가 일부러 쌀 값을 지지한게 아니냐”는 얘기까지 나왔다. 정부 방침에 따라 쌀 생산조정제에 참여한 농가들의 불만도 컸고 제도 운영에도 문제가 있었다. 다른 작물로 전환했는데 쌀 값이 오르면서 소득이 줄어든 탓이다. 또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박완주 의원이 농림축산식품부로부터 받은 ‘논 다른 작물 재배 지원사업 이행점검 추진 상황’에 따르면 부적합률은 전체 21%였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농식품부는 내년 쌀 생산조정제 시행면적을 10만헥타르(ha)로 정했다가 최근 6만ha로 축소하기로 했다.



②가격 상승 기대한 농가서 물량 줄이고, 기상악화까지= 정부가 시장 격리물량을 대폭 늘리자 이후 쌀값 상승세를 기대한 농가와 산지유통업체들이 물량을 제한적으로 풀면서 상황은 더 꼬였다. 쌀 시장은 방향성이 정해지면 신규 물량이 나오기 전까지 지속되는 특성이 있기 때문에 가격 상승기에는 농가들끼리 담합 형태로 가격을 조정한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여기에 더해 올 여름 폭염과 집중 호우, 최근 태풍의 여파까지 겹치면서 작황도 좋지 못했다. 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에는 10아르(a) 당 527㎏의 쌀이 생산됐는데 올해는 이보다 0.6~1.5% 줄어든 519~524㎏ 수준으로 생산될 전망이다. 올해 전체적인 쌀 생산량은 지난해보다 2.7~3.6%(11만~14만톤) 감소한 383~387만톤이 생산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지난 5년간 23만톤 수준이었던 초과공급 물량이 올해는 8만톤으로 줄어들면서 시장 가격 상승을 이끌었다. 김종진 농촌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올해 초과공급물량이 예년보다 줄어 현재 가격 상승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고 진단했다.

③농가만 보다 소비자 놓친 농식품부=쌀값의 방향을 정하는 건 사실상 농식품부다. 농식품부가 시장에 풀린 쌀의 초과공급분을 그대로 두면 가격이 떨어져 소비자들에게는 긍정적이지만 농가에는 부담이다. 반대로 초과공급분 이상을 거둬들이면 쌀값이 올라 농가에는 도움이 되지만 소비자들은 부담이 커진다. 결국 농가와 소비자 사이에서 적정선을 찾아야 하는 딜레마에 빠져있는 것인데 문재인 정부의 농가소득 공약 달성에만 치중하다 보니 소비자들을 놓쳤다는 지적도 나온다.

여기에 더해 농식품부는 현재 5년마다 한 번씩 정해지는 쌀 목표가격을 결정하는 과정에 있는데, 쌀값 변동분 이외에 물가 상승률까지 반영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를 토대로 농식품부는 현재 쌀 한 가마니당 18만8,000원인 목표 가격을 19만4,000원까지 올리는 게 적정하다고 보고 있다. 이를 근거로 쌀값이 더 오를 수 있는 셈이다. 이태호 서울대 농경제사회학부 교수는 “농민들을 위한 복지 지원금의 경우 물가를 고려해 인상할 수 있지만 시장의 수요와 공급에 의해 결정되어야 하는 쌀 가격에 물가 변동치를 반영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게다가 국회에서는 목표가격을 24만원까지 올려야 한다고 나서고 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정부가 쌀값이 떨어지면 목표가격을 통해 소득을 보존해 주다보니 공급과잉인데도 쌀을 계속 심게되는 문제 지적이 많다”며 “그런 의미에서 재설정되는 목표가격이 적정해야 하고, 쌀에 편중된 직불제 개편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세종=강광우기자 press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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