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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리는 제조 한국, 미래지도 다시 그려라]車, 1·2차벤더도 신음...반도체장비는 수십조 투자 수혜 못봐

<2>제조업 허리가 무너진다

부품사 기술력 부족·수직계열화에 완성차 생태계 '허약'

반도체장비는 국산화율 18% 그쳐 호황 과실 '남의 얘기'

대기업 파이 결국 해외로...'전속거래' 구조 개선 서둘러야

전남 광주의 기아자동차 조립 라인에서 작업자들이 차량을 조립하고 있다. 완성차 업체의 부진이 부품 업체의 실적 악화로 연결되면서 자동차 산업 생태계에 경고등이 켜졌다. /연합뉴스




국내 주력 업종의 산업 생태계는 토대가 허약하다. 슈퍼 호황이라는 반도체가 대표적이다. 삼성전자만 해도 연간 50조원을 벌어들이고 있지만 후방산업 격인 장비·소재 분야를 뜯어보면 상황은 여의치 않다. 국내 반도체 산업의 장비 국산화율은 18%, 소재는 48%에 불과하다. 반도체 강국이지만 국내 반도체 장비 업체의 세계 시장점유율은 10.1%, 소재 업체는 9.9%에 불과하다. 삼성전자의 전 세계 D램 점유율 45.8%(2017년 기준), SK하이닉스의 27.8%와 비교하면 격차가 엄청나다.

반도체 업체들이 메모리 분야에서 수십조원에 이르는 투자를 단행해도 정작 우리 장비나 소재 업체에 낙수효과는 없다. 반도체 투자의 스필오버는 나라 밖으로 흘러넘쳐 버리는 셈이다. 한 반도체 업체 임원은 “메모리 분야 투자의 대부분이 장비·소재 투자인데 대부분 일본·네덜란드·미국 업체가 수혜를 입는다”며 “고가 장비일수록 더 그렇다”고 지적했다.

설계 중심의 비메모리 분야도 약하기는 마찬가지다. 소품종 대량생산인 메모리와 달리 파운드리·팹리스 등 비메모리는 다품종 소량생산 위주다. 중소기업이 탄탄하게 받쳐야 하는데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소재·부품 업체들의 경쟁력을 키워나가야 하는 이유는 명백하다. 소재·부품 업체들이 자생하지 못한다면 결국 대기업이 키워놓은 ‘파이’도 국내가 아닌 해외로 이전될 수밖에 없다. 삼성전자가 비메모리 분야에서 투자를 확대하고 있지만 대만 TSMC에 번번이 고배를 마시는 것도 대만의 중소 반도체 설계 업체들이 버티고 있기 때문이다.

자동차는 사정이 더 나쁘다. 현대차·기아차 등 완성차 업체들이 내수 부진과 글로벌 경쟁 강화로 고전하면서 부품사들이 직격탄을 맞고 있다. 당장 올해 현대차의 미국 판매량은 지난해 동기 대비 3.3% 감소한 33만5,000대에 그쳤다. 최대 시장인 중국 시장도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사태에 따른 기조 효과에도 불구하고 전년 대비 1.9% 증가하는 데 머물렀다. 고문수 한국자동차산업협동조합 전무는 “지난 2016년 국내 완성차 업계 생산이 900만대였다가 지난해 10%가량 줄었고 중국에서도 생산이 35% 줄었다”며 “여기에 지난해 말 중국 자동차 기업들이 단가 인하를 요구한 것도 올해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파악된다”고 설명했다.







그간 자동차 부품 업체들은 전속거래를 기반으로 한 수직계열화를 통해 고성장을 일궜다. 일사불란하게 부품과 장비를 납품하는 데 따른 메리트가 적지 않았다는 얘기다. 실제 45개 상장 부품사의 자산은 2009년 9조4,000억여원에서 올 상반기 17조9,000억여원으로 2배 가까이 늘었다. 이 시기 현대차 역시 35조4,000억여원에서 69조9,000억여원으로 외형은 비슷하게 성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전속거래가 국내 부품 업체들의 대기업 의존도를 키워 국제 무대로 나섰을 때는 경쟁력이 떨어지게 하는 원인을 제공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산업연구원에 따르면 국내 부품 업체들의 현재 수출된 부품 중 현대·기아차 공장이 들어선 지역으로의 수출 비중이 2014년 77%에서 2017년 69.5%로 하락했지만 2018년 71.3%로 다시 증가했다. 현대·기아차 공장에 공급하던 물량을 줄여 다른 지역의 완성차 메이커로 돌려보기도 했지만 다시 원상태로 돌아가고 있다는 뜻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국내 완성차 기준에 너무 맞춰진 영향도 있을 것”이라며 “일부 대형 부품 업체를 제외하고 중소 부품사들의 경우 기술경쟁력이 부족한 것도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자동차 부품사들뿐만 아니다. 조선업을 비롯해 전자·화학·건설 등 한국 경제를 이끌어가는 산업에서 ‘허리’ 역할을 해야 하는 중간 소재 및 부품 업체들은 여전히 경쟁력을 찾지 못하고 있다. 최근 2년간 수주가 급감하면서 조선 기자재 업체들도 이제는 한계에 다다르고 있다. 최근 조선 업계는 글로벌 해양선사들의 발주가 늘어나면서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만 조선 기자재 업체들은 앞으로 6개월을 버틸 수 있을지를 걱정하고 있다. 버틸 체력이 바닥이 났다. 조선해양플랜트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조선 기자재 관련 인력은 5만3,375명으로 2012년(6만3,553명) 대비 1만명 이상 줄었다.

전문가들은 소재·부품 업체들을 키우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정부와 기업의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단기 대책과 중장기 대책을 나눌 필요가 있다. 예컨대 자동차부품 산업의 경우 중장기적으로는 문제로 지적되는 ‘전속거래’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 단기적으로는 자동차 수요에 맞게 공급이 과잉되는 분야의 구조개편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국은 연간 1,200만대 생산 규모에 부품 업체가 5,600개 정도지만 이보다 훨씬 적은 차를 만드는 한국의 부품 업체 수는 4,000여개가 훨씬 넘는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무엇보다 전속거래는 중장기적으로 개선돼야 하는 문제”라며 “단기적으로 정부가 업계의 구조개편에 금융과 인력을 지원하고 그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실업과 재교육 등에 대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성호기자 jun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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