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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파식적] 폴 앨런





1974년 겨울 어느 날 하버드대 교정을 거닐던 폴 앨런은 과학잡지 ‘포퓰러일렉트로닉스’의 큼지막한 표지사진을 보고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잡지 1월호에 실린 ‘세계 최초의 미니 컴퓨터-알테어 8800’이 컴퓨터 혁명을 꿈꾸던 그의 개발 의지를 자극한 것이다. 앨런은 잡지를 들고 곧바로 오랜 친구인 빌 게이츠에게 달려가 알테어 8800에 생명을 불어넣을 컴퓨터 언어를 개발해야 한다고 설득했다. 최초의 개인용컴퓨터(PC)에 관한 기사는 조숙한 컴퓨터 천재들을 사업화의 길로 이끌었고 이듬해 개발된 베이식 언어는 그들의 손에 3,000달러를 안겨줬다. 앨런이 만든 ‘작고도 부드러운’을 의미하는 마이크로소프트(MicroSoft·MS)라는 소프트웨어 제국은 이렇게 세상에 등장하게 됐다.

MS를 창업한 앨런과 게이츠는 시애틀의 고교 시절부터 프로그램을 개발하며 어울려 지냈던 친구였다. 내성적인 성격의 앨런이 MS에서 신기술과 제품 개발을 맡았다면 게이츠는 사업과 대외협상 같은 비즈니스 분야를 전담해 회사를 키워나갔다. 하지만 둘의 관계가 항상 순탄했던 것은 아니다. 앨런은 게이츠의 명성에 가려 제대로 빛을 보지 못했고 암 투병 당시 게이츠가 앨런의 지분을 빼앗는 데 골몰했다는 얘기도 전해진다. 앨런이 환갑을 맞아 펴냈던 자서전 제목을 ‘아이디어 맨’으로 잡은 것이나 게이츠를 냉혈한으로 묘사한 데는 이런 배경이 있을 듯하다.



앨런은 1980년대 중반 MS를 나와 투자회사 벌컨을 세우고 신기술과 미디어 투자에 주력했다. 우주비행선 ‘스페이스십 원’ 개발에 뛰어들었으며 AOL·티켓마스터·드림웍스 등 투자기업도 수백곳에 이르렀다. 스포츠광인 그는 미국프로농구(NBA) 명문구단인 포틀랜드 트레일블레이저스와 미국프로풋볼(NFL) 시애틀 시호크스의 구단주이기도 하다. 그는 35세에 트레일블레이저스를 사들이며 “꿈이 이뤄졌다”고 기뻐했고 최근에는 록음악 마니아로서 대중음악의 든든한 후원자로 활동하기도 했다.

앨런이 15일(현지시간) 혈액암 합병증을 이기지 못하고 별세했다. 그는 이달 초만 해도 의료진의 헌신적인 봉사에 감사한다며 치료에 자신감을 보였다. 게이츠는 “그가 없었으면 개인의 컴퓨터 사용은 가능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애도했다. 앨런은 떠났지만 천재 사업가가 남긴 PC는 앞으로도 우리 모두의 책상에 소중하게 남아 있을 것이다. 정상범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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