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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파식적] 성베드로대성당





‘우르비 에트 오르비(Urbi et Orbi).’ 우리말로 하면 ‘도시와 세계에’라는 이 라틴어는 로마 바티칸에 있는 교황이 매년 성탄절과 부활절에 가톨릭 신자들에게 내리는 축복이다. 교황에게 축복을 받는다는 것은 모든 죄가 사해진다는 것과 같은 뜻. 전에는 바티칸광장의 모든 신자를 대상으로 했지만 1985년 이후부터 TV와 라디오를 통해 듣는 신자들에게도 동일한 효과가 있음을 알렸다. 이처럼 세상 모든 사람에게 축복을 주는 곳, 신자가 아니라도 꼭 한 번 가보고 싶어 하는 곳, 바로 성베드로대성당이다.

성베드로대성당은 르네상스기 최고의 걸작이다. 원래는 90년께 베드로 성인의 무덤으로 추정되던 바티칸 언덕에 3대 교황 아나클레토가 세운 작은 성당을 349년 콘스탄티누스대제가 대성당으로 바꿨고 1506년 교황 율리오 2세가 다시 재건축을 결정해 120년의 대역사를 거쳐 지금의 모습을 갖췄다. 거쳐 간 교황만 20명. 유명 건축가였던 도나토 브라만테부터 르네상스를 이끈 거장 미켈란젤로, 천재조각가 잔 로렌초 베르니니 등 당대 최고의 인재들이 건축책임자로 나서 걸작품에 예술혼을 담았다. 대성당을 ‘위대한 예술품’ ‘살아 있는 박물관’이라고 부르는 이유다.



성베드로대성당은 단순한 건축물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대성당 앞 높이 25m의 오벨리스크는 초창기 신자들을 죽음으로 내몰았던 원형경기장 안에 있던 것을 옮긴 것이지만 광장을 둘러싼 두 줄의 타원형 열주는 세상을 감싸는 포용성을 이야기한다. 대성당 재건축에 필요한 천문학적 경비 조달을 위해 발행된 면죄부는 교회의 부패를 심화시켰지만 결국 마르틴 루터의 종교개혁을 이끌어냈고 그 안에 들어간 예술품들 역시 중세의 암흑기를 몰아내고 인간의 중요성을 알려주는 메신저 역할을 했다. 이곳에서 갈등은 화해로, 어둠은 밝음으로 모습을 바꾼다.

교황청을 방문하고 있는 문재인 대통령이 17일(현지시간) 성베드로대성당에서 열린 ‘한반도 평화를 위한 특별 미사’에 참석했다. 미사를 집전한 피에트로 파롤린 교황청 국무원장은 “오랜 긴장과 분열을 겪은 한반도에 평화라는 단어가 충만히 울려 퍼지도록 하자”고 기도했고 문 대통령도 연설에서 “기필코 평화를 이루고 분단을 극복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성베드로대성당을 울린 이날의 기도와 다짐이 한반도를 갈등의 땅에서 화해의 땅으로 바꿔주기를 간절히 기원한다. /송영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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