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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물림하고 챙겨주고..."친척 덕 '갑공직' 친구보니 씁쓸해요"

지방공기업서 민간까지 만연한 고용세습

현대차·금호타이어 등 단협에

정년퇴직자 자녀 우선채용 명시

채용비리 전면조사 목소리 거세

민간기업까지 조사 확대 가능성

김성태(가운데)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와 윤재옥(오른쪽) 원내 수석부대표가 19일 국회 국정감사 대책회의에서 서울교통공사의 고용세습 의혹 진상규명을 요청하는 국정조사 요구서를 들어 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일반 중소기업에서 영업을 하던 친구가 있었는데 어느 날 공기업에 입사했더군요. 그곳은 몇 년간 공부해도 들어가기 힘든 곳인데 평소 시험을 준비하지도 않은 그 친구가 갑자기 취업을 해 의아했습니다. 알고 보니 그 공기업에 큰아버지가 임원으로 있었더라고요.”

3년째 취업을 준비 중인 A씨는 최근 갑자기 국내 유명 공기업 직원이 된 친구를 보며 부러움 반, 자괴감 반을 느낀다. A씨의 친구 사례가 취업비리인지 단언할 수는 없지만 우리 사회에 만연된 이른바 ‘고용세습’을 의심해볼 수 있는 대목이다. 최근에는 취업을 준비 중인 청년들 사이에서 고용세습을 비꼬는 신조어인 ‘갑공직(갑자기 된 공기업 직원)’이라는 말도 생겨났을 정도다.

최근 서울교통공사의 채용비리 의혹에 이어 인천공항공사도 세습고용 의혹 등이 불거진 가운데 공기업과 사기업 등 모든 곳의 채용비리를 뿌리 뽑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현재 단체협약에 ‘조합원 자녀 우선 채용’을 포함시킨 기업은 모두 14곳으로 나타났다.

강성노조의 득세로 고용세습이 고착화된 대표적인 기업은 현대자동차다. 민노총 산하 최대 기업별 노조인 현대차의 노사는 “회사는 신규 채용할 때 정년퇴직자나 25년 이상 장기 근속자의 직계 자녀 1명에 한해 인사 원칙에 따른 동일 조건에서 우선 채용함을 원칙으로 한다”는 내용을 단체협약에 담았다. 금호타이어도 “정년 조합원의 요청이 있을 때는 입사 결격 사유가 없는 한 그 직계 가족을 우선 채용한다”고 규정했고 중견기업인 세원셀론텍은 “회사의 채용 기회가 있고 본인의 요청이 있을 경우 정년퇴직자 직계 자녀를 우선 채용한다”고 단체협약에 명시했다.



공기업에서는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서울교통공사를 비롯해 인천공항공사·한국국토정보공사 등이 고용세습을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19일 국토교통위원회의 인천국제공항공사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는 인천공항 협력사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문제를 놓고 질의가 집중됐다. 특히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선언 이후 협력사 직원 채용 과정에 다수의 채용비리 의심 사례가 발견됐다고 주장했다. 박완수 한국당 의원은 “정부가 일자리 정책을 무리하게 추진해 곳곳에서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며 “가족을 채용했다든지, 직원을 바꿔치기 했다든지 정규직 전환 과정에서 15건 이상 채용비리가 확인됐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정일영 인천공항공사 사장은 “협력사 채용비리센터에 총 94건이 접수됐고 그중에 심각한 사안 2건은 경찰에 수사 의뢰도 했다”며 “하지만 둘 다 혐의없음으로 결론이 났고 나머지도 현재까지 문제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답했다.

야당을 필두로 전국 공기업 채용에 대한 전수조사가 추진되는 가운데 민간기업도 조사를 받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공기업과 사기업 가리지 않고 모든 직장에 대한 채용비리를 조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거세지고 있기 때문이다. 김성태 한국당 원내대표는 오는 22일 서울교통공사의 고용세습 의혹과 관련해 국정조사 요구서를 제출할 예정이다. 국정조사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는 바른미래당과 민주평화당도 이날 한국당과 공동행동을 할 것으로 보인다.

2000년대 이전부터 시작된 취업난으로 직장을 잡기 위한 준비기간은 길어졌고 취업할 나이가 되면 여기에 ‘올인’해야 하는 실정이다. 짧게는 1~2년, 길게는 3년 이상을 취업에 몰두하는 취준생들에게 ‘갑공직’ ‘낙하산 취업’이라는 말은 자괴감을 갖게 하기 충분하다. 2년째 취준생인 한 청년은 “공기업이든, 사기업이든 공정한 절차로 직원을 선발해야 하는 것은 당연한데 이른바 ‘백’이 통하는 곳이 아직도 많다”며 “흙수저·금수저 가릴 것 없이 각 기업이 원하는 인재가 잡음 없이 취업할 수 있는 환경이 돼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김정욱·임지훈·김우보기자 mykj@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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